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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상을 보다 2월 1째주] 부동산과 불안

지역이 품은 미래, 투기가 삼키는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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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
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실러
비이성적 과열로버트 실러 · 2000

2026년 2월 초, 부산. 북극항로 개척 소식에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다. 해운사 본사 이전 가능성이 투자 검토로 이어진다. 침체했던 도시가 갑자기 기회의 땅으로 변한다.

로버트 실러는 《비이성적 과열》에서 군중심리가 만드는 거품을 해부했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주택시장을 지켜보며 그는 묻는다. 가격 상승이 곧 가치 상승일까. 기대가 현실을 만드는가, 아니면 현실이 기대를 배반하는가.

부산의 움직임은 낯설지 않은 패턴이다. 아니, 이런 표현도 진부하다. 정책 발표, 개발 호재, 투자 열기. 이 삼박자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오래된 리듬이다. 실러가 본 것처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현재의 가격을 움직인다.

그는 심리적 전염을 강조했다. 한 사람의 낙관이 열 사람에게 번진다. 열 사람의 행동이 백 사람의 믿음이 된다. 부산 부동산 시장에서도 비슷한 심리가 작동한다. 북극항로라는 가능성이 확실성처럼 거래된다.

이상한 일이다. 항로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해운사는 이전을 확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땅값은 벌써 반응한다. 실러의 표현을 빌리면, 이야기가 숫자보다 강력하다.

한국 지방 도시의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산시 인구는 2019년 341만명에서 2025년 329만명으로 감소했다. 매년 2만명씩 빠져나간다. 그런데 부동산 투자는 늘어난다는 것.

실러는 거품의 징후를 여러 가지로 정리했다. 그중 하나가 '새로운 시대' 담론이다. 이번엔 다르다, 지금이 기회다, 놓치면 후회한다. 부산의 북극항로 이야기도 그렇다. 해양수도, 물류 허브, 제2의 도약. 듣기 좋은 미래가 현재의 투기를 정당화한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도시를 어떻게 바꾸는가다. 투자 자금이 몰리면 원주민은 밀려난다. 임대료가 오르고 상권이 바뀐다. 도시는 투자자를 위한 공간이 된다. 실제로 살 사람이 아니라 팔 사람을 위한 도시.

실러의 책은 20년도 더 전에 나왔다. 하지만 그가 본 인간 심리는 변하지 않았다. 불확실한 미래에 확실한 돈을 건다.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 가격이 오르니까 가치가 있을 것이다.

부산이 정말 제2의 도약을 할지도 모른다. 북극항로가 열리고 물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미래가 오늘의 투기를 정당화할까. 도시의 미래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투자자를 위한 것일까, 시민을 위한 것일까. 땅값 상승이 도시 발전과 같은 말일까.

부산광역시 인구 변화
출처: 통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