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집중 읽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책으로 세상을 보다 2월 1째주] 부동산과 미래

집값 그래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고 있는가

기사 듣기
비이성적 과열
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쉴러
비이성적 과열로버트 쉴러 · 2015

부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요즘 전화기를 내려놓을 틈이 없다. 서울의 한 청년은 오늘도 부동산 앱을 새로고침한다.

부산에선 북극항로 개척과 해운사 본사 이전 소식에 투자 문의가 쏟아진다. 해양수도를 꿈꾸는 도시의 기대감이 매물 하나하나에 스며든다. 반면 서울의 청년들은 여전히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같은 시간, 다른 풍경이다.

이런 간극을 보며 2015년에 출간된 로버트 쉴러의 『비이성적 과열』이 떠올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그는 부동산 시장의 집단 심리를 파헤쳤다. 사람들이 집값을 예측할 때 실제 가치보다는 남들의 기대에 더 주목한다는 것이었다.

쉴러는 집값 상승기에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적 행동을 추적했다. 뉴스를 더 자주 확인하고, 주변 사람들과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난다. 마치 전염병처럼 기대감이 퍼져나간다. 부산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북적이는 것도 이런 맥락일까.

하지만 쉴러가 진짜 주목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침묵하는 다수였다. 집값이 오를 때 환호하는 사람들 뒤엔 언제나 조용히 좌절하는 이들이 있다. 통계에는 거래된 집값만 남고, 거래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사라진다.

한국의 주택 자가보유율은 지난 10년간 정체 상태다. 2016년 56.8%에서 2025년 57.2%로 0.4%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집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이 숫자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킨다.

쉴러는 이렇게 썼다. 부동산 열기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기계와 같다. 북극항로가 열리면, 기업이 이전하면, 정책이 바뀌면. 그 이야기들은 현재의 불안을 미래의 희망으로 바꾸려 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있다. 우리는 왜 집을 통해서만 미래를 상상하게 되었을까. 집값 그래프가 오르내릴 때마다 왜 삶의 가능성도 함께 흔들리는가.

부산의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린다는 뉴스를 보며, 서울의 청년은 무슨 생각을 할까. 희망의 신호로 읽을까, 또 다른 좌절의 시작으로 볼까.

오늘도 누군가는 부동산 앱을 새로고침한다. 누군가는 공인중개사에게 전화를 건다. 그 손가락 끝에서 우리는 집이 아니라 미래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주택 자가보유율 추이
출처: 통계청 주거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