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다니는 회사도 요즘 'AI 전환'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이 식상해질 즈음, 이번엔 AI다. 대상그룹이 주주총회에서 AI 전환과 바이오 사업 강화를 선언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당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또 시작이구나, 하고.
기업들의 '전환' 선언은 이제 연례행사가 되었다. 2010년대 초반엔 스마트였고, 중반엔 빅데이터였으며, 후반엔 4차 산업혁명이었다. 그리고 2020년대 들어서는 디지털 전환, 이제는 AI 전환이다. 종묘와 청국장으로 유명한 식품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말 전환일까. 아니면 전환이라는 말 자체가 하나의 신호가 된 것일까. 2012년에 나온 네이트 실버의 『신호와 소음』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소음을 신호로 착각하는지 보여준다. 야구 선수의 타율 예측부터 대선 결과 분석까지, 그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미 있는 신호를 찾아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증명한다.
실버가 특히 주목한 건 '과잉 확신'이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자신들의 예측에 지나치게 확신했고, 그 확신이 2008년 금융위기를 키웠다.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며 전환을 외칠 때도 비슷한 과잉 확신이 작동하는 건 아닐까.
한국 기업들의 '전환' 역사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대기업들이 앞다퉈 도입을 선언한다. 컨설팅 회사들이 보고서를 쏟아내고, 언론이 부추긴다. 그리고 몇 년 후엔 조용히 다음 전환으로 넘어간다. 그 사이 실제로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른다.
실버는 이렇게 썼다. 예측의 실패는 상상력의 부족에서 온다고. 우리는 과거의 패턴이 미래에도 계속될 거라 믿는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온다. 1990년대에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거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았지만, 그것이 택시 잡는 방식을 바꾸고 숙박업을 뒤흔들 거라고 본 사람은 드물었다.
AI 전환을 선언한 기업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AI가 무엇을 바꿀지는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AI가 가져올 진짜 변화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일어날지 모른다. 식품회사가 AI를 도입한다고 해서 갑자기 테크 기업이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AI가 요리하는 방식, 먹는 문화, 음식을 공유하는 관계를 바꿀 때 진짜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당신의 회사도 곧 AI 전환을 선언할지 모른다. 그때 당신은 무엇을 볼 것인가. 보도자료 속 장밋빛 미래인가, 아니면 그 너머의 불확실성인가. 실버의 말대로, 진짜 신호는 가장 시끄러운 소음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전환의 시대다. 모두가 전환을 말한다. 하지만 전환을 말하는 것과 전환하는 것은 다르다. 당신이 매일 마주하는 일터에서, 진짜 변화는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가. 어쩌면 그것은 주총 발표자료가 아니라, 당신 옆자리 동료의 작은 실험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