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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째주 ·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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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세상을 보다

[4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알고리즘이 우리를 쥐고 흔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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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제프 올로스키의 『소셜 딜레마』(2020)는 구글·페이스북·트위터·핀터레스트 등 대형 플랫폼의 전 임직원이 직접 증언하는 다큐드라마다.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주의력을 상품화하는 구조를 내부자의 언어로 폭로한다. 2026년 4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AI 규제 초안을 내놓고, EU가 AI법을 본격 시행하며, 한국이 '한국판 CHIPS법'을 논의하는 지금, 이 영화는 '규제의 문법'을 다시 점검하는 출발점이다.

『소셜 딜레마』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교차시킨다. 한쪽에서는 트리스탄 해리스(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 저스틴 로젠슈타인(페이스북 '좋아요' 버튼 공동 개발자), 팀 켄들(전 페이스북 수익화 팀장) 같은 내부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고백한다. 다른 쪽에서는 가상의 10대 가족이 스마트폰에 빠져드는 일상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두 화면이 교차되며, 관객은 증언과 드라마를 동시에 마주한다.

영화의 가장 강렬한 문장은 해리스의 것이다. "당신이 제품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당신이 제품입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가 무료로 보이는 이유는 사용자가 광고주에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의 효율은 사용자의 '주의'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정밀하게 붙잡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좋아요'·'공유'·'체류시간'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이 진화의 부산물이 허위정보의 확산, 극단화, 10대 우울증 증가, 민주주의 양극화다.

영화가 강조하는 것은 '악의'가 아니라 '최적화'다. 실리콘밸리의 누구도 "사회를 분열시키자"고 결정하지 않았다. 단지 '참여도(engagement)'를 높이는 수학적 목표 함수를 반복적으로 최적화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최적화의 누적이 사회 전체를 재구성한다. 로젠슈타인은 말한다. "우리는 도구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환경을 만들었다. 환경은 도구와 달리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다." 이 한 문장이 영화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2026년 4월 한국과 세계가 마주한 상황은 이 환경의 다음 단계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만든 환경은 이제 생성형 AI의 환경으로 확장된다. ChatGPT·Claude·Gemini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이 사용자의 정보·판단·창작에 개입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1월 14일 첨단 컴퓨팅 칩에 대한 232조 관세를 발동했고, 3월에는 AI 개발 규제 초안을 내놓았다. EU는 2024년 제정된 AI법(AI Act)의 본격 시행 단계에 들어갔다. 각국은 서로 다른 논리로 AI를 규율하려 한다.

한국의 대응은 아직 초기다. 202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이 2026년 중 시행 예정이지만, 구체적 규제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돼 있다. 동시에 2026년 '한국판 CHIPS법'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법안의 일부 조항은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 상한 적용에서 제외하는 내용인데, 이는 AI 개발 경쟁을 '노동 규제 완화'로 해석한 결과다.

『소셜 딜레마』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규제의 시점'이다. 소셜 미디어는 2007년 이후 15년간 거의 규제 없이 성장했다. 그 결과 2016년 미국 대선의 정보 조작, 2018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2019년 페이스북 내부 고발 등 연쇄적 위기를 거쳐서야 공론장이 형성됐다. 유럽 GDPR(2018)과 디지털서비스법(2024)이 뒤늦게 도입됐지만, 플랫폼 권력은 이미 사회에 깊이 박혀 있었다.

생성형 AI는 이 학습을 되풀이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2022년 11월 ChatGPT 출시 이후 3년 반 만에 기술은 '언어 생성'에서 '도구 사용·자율 에이전트'로 진화했다. 소셜 미디어가 15년에 걸쳐 만든 파급을, AI는 2~3년에 걸쳐 만들 수 있다. 『소셜 딜레마』의 규제 지연 경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규제 설계의 시점이 기술 확산보다 앞서야 한다.

한국은 이 경주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반도체·메모리 제조에서는 세계 선두이지만, 모델 개발과 응용에서는 중위권이다. 이 비대칭 때문에 한국은 '규제자'와 '피규제자'의 입장을 동시에 갖는다. 반도체 공급망을 가진 입장에서는 미국의 수출 통제에 협력해야 하고, 서비스 개발자 입장에서는 EU의 과도한 규제를 경계해야 한다. 이 이중 입장이 2026년 한국 AI 정책의 가장 큰 긴장 지점이다.

『소셜 딜레마』의 마지막 장면에서 해리스는 말한다. "우리가 기술을 쓸 때 우리의 목적이 아닌 기술의 목적이 우리에게 부과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2026년 한국이 '한국판 CHIPS법'에서 노동 규제를 완화하려는 선택은, 그 자체로 '기술의 목적이 사회의 목적을 덮어쓰는' 한 장면일 수 있다. 영화가 10년 전 경고한 구조적 패턴이, 이제 생성형 AI 규제 논쟁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내부자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어떻게 쓰는지 말한다. 알림을 끄고, 앱을 폰에서 지우고, 자녀에게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다. 기술을 만든 자들이 가장 조심하는 이 모순은, 2026년 AI 시대에 더 크게 반복된다. OpenAI 샘 올트먼이 자녀의 AI 사용을 제한한다고 밝힌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규제는 내부자들의 방어 행위가 일반 시민의 법적 권리가 되는 지점까지 가야 의미가 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최적화'의 누적 효과

영화가 지적한 '개별적 최적화가 구조적 재앙으로 누적되는' 메커니즘은 소셜 미디어에 이어 생성형 AI에서 더 빠른 속도로 재현된다.

2
규제 시차의 위험

소셜 미디어가 15년간 규제 공백에서 성장한 선례가 있으며, 생성형 AI는 2~3년 만에 유사한 사회적 파급을 만들 수 있어 규제 설계의 선제성이 요구된다.

3
한국의 이중 입장

반도체 공급망 대국이자 AI 서비스 중위국이라는 비대칭은 한국이 미·EU의 규제 경쟁 사이에서 독자적 프레임을 만들어야 하는 배경이다.

공식 예고편

The Social Dilemma (2020) — 제프 올로스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