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의 첫 줄은 늘 '사상 최대'입니다. 넥슨의 2026년 1분기도 그랬죠. 분기 매출 1522억엔, 1년 전보다 33.6% 늘어 역대 최대.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조 4201억원입니다. 깔끔한 호실적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한 줄만 읽고 덮으면, 정작 중요한 세 가지를 놓칩니다. 이 매출은 누가 끌었을까요? 이익은 정말 게임을 더 팔아서 늘었을까요? 그리고 다음 분기는요? 발표문 뒤의 숫자를 한 줄씩 따라가 봅시다.
먼저 매출이 어디서 왔는지 지역으로 갈라 보겠습니다. 가장 큰 시장은 여전히 한국으로 전체의 38%, 1년 전보다 6% 늘었습니다. 무난하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한때 넥슨의 황금시장이던 중국은 매출 비중 21%로 16% 줄었습니다. 일본도 2%로 11% 감소했고요. 두 핵심 아시아 시장이 동시에 뒷걸음친 겁니다.
그럼 사상 최대 매출은 대체 누가 끌어올렸을까요? 답은 서쪽입니다. 북미·유럽 매출이 전체의 29%까지 치고 올라오며 1년 새 310% 폭증했습니다. '기타 지역'도 111% 늘었죠. 동력은 신작 슈터 'ARC Raiders'입니다. 1분기에만 460만 장이 팔렸고, 누적 판매는 1550만 장을 넘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이번 매출 증가를 크게 끌어올린 건 기존 아시아 사업이 아니라 서구에서 터진 신작이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신작의 첫 분기 효과는 분기마다 반복되지 않습니다.
플랫폼을 봐도 무게중심 이동이 또렷합니다. PC·콘솔이 매출의 77%로 52% 급증한 반면, 모바일은 23%에 그치며 5% 줄었습니다. 모바일에서 PC·콘솔로 축이 옮겨간 겁니다. 간판 IP인 던전앤파이터(던파) 프랜차이즈는 26% 감소했습니다. 중국 던파 PC가 신년 업데이트로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던파 모바일 부진을 다 메우진 못했죠. 그나마 메이플스토리가 42% 늘며 버팀목 역할을 했습니다. 정리하면 매출 쪽 그림은 '서구 신작·PC 급증 vs 중국·모바일·던파 감소'의 교차입니다.
이제 이익으로 내려가 봅시다. 영업이익은 582억엔으로 39.8% 늘었습니다. 매출 증가율(33.6%)보다 조금 높죠. 본업은 분명 좋았습니다. 그런데 맨 아래 줄, 순이익에서 숫자가 튑니다. 지배주주 순이익이 572억엔으로 117.8% 뛰었거든요. 영업이익은 40% 느는데 순이익은 118%. 같은 분기에 두 숫자가 이렇게 벌어지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이 격차는 어디서 났을까요?
손익계산서를 한 단계씩 내려가면 답이 보입니다. 영업이익 582억엔에 금융수익 200억엔이 더해지는데, 1년 전 같은 분기엔 이게 69억엔에 불과했습니다. 금융비용은 12억엔으로 전년(66억엔)보다 확 줄었고, 지분법 손실 17억엔이 빠집니다. 그렇게 세전이익이 752억엔, 1년 전보다 94.4% 늘었습니다. 영업이익 증가율(39.8%)이 세전이익 단계에서 두 배 넘는 속도로 부풀어 오른 겁니다.
핵심은 환율입니다. 넥슨은 1분기에 환전 관련 이익 약 145억엔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 같은 분기엔 정반대로 42억엔 '손실'이었죠. 외화로 쌓아둔 예금과 매출채권을 엔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생긴 차익입니다. 회사도 "세전이익과 순이익이 늘어난 건 작년의 환손실이 올해 환이익으로 뒤집힌 영향"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즉 순이익 두 배에는 게임 판매 못지않게 환율의 방향 전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더구나 이 환율 이익은 외화 예금·채권을 엔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잡힌 회계상 평가 성격이 커서, 실제 벌어들인 현금과는 결이 다릅니다. 환율은 회사가 통제할 수 없고, 다음 분기에 또 우호적일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가장 솔직한 신호는 회사가 내놓은 다음 분기 전망입니다. 넥슨은 2분기 매출을 1070억~1197억엔으로 제시했습니다. 1년 전 2분기(1188억엔)와 견주면 -10%에서 +1%, 사실상 제자리이거나 감소입니다. 영업이익 전망은 더 셉니다. 161억~253억엔으로, 1년 전(377억엔)보다 33~57% 줄어든다는 겁니다. 순이익 전망도 161억~232억엔에 그칩니다. 회사는 2분기를 아예 "올해 가장 약한 분기"로 못 박았습니다. 이유로는 고마진이던 중국 사업의 둔화와 마케팅·인건비 증가를 들었죠.
그래서 1분기 실적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매출은 서구 신작이, 순이익은 환율이 끌어올린 '사상 최대'. 둘 다 반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힘입니다. 반면 중국·모바일·던파 같은 기존 캐시카우는 줄고 있고, 회사 스스로 다음 분기 본업 이익이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예고했습니다. '사상 최대'라는 한 줄과 '2분기 -57%'라는 한 줄 사이의 거리가, 이 발표에서 정말 읽어야 할 대목입니다.
'사상 최대 매출'이라는 헤드라인 한 줄 뒤에, 본업·신작·환율이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세 힘이 섞여 있다. 셋을 갈라 봐야 실적의 진짜 체력이 보인다.
매출 증가에는 서구 신작이, 순이익 급증에는 환율이 크게 기여했다. 둘 다 반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성격이 있다. 그사이 중국·모바일·던파 같은 기존 주력은 감소했다.
회사가 예고한 2분기 영업이익 -33~-57%가 현실화되는지, 신작·환율 효과를 걷어낸 본업이 어디에 서 있는지가 다음 발표에서 드러난다.
데이터가 확인한 것 — 영업이익도 +39.8% 호조. 매출은 북미·유럽(+310%) 신작이 끌고 중국(-16%)·모바일(-5%)은 감소. 순이익 급증에는 환율 전환이익 145억엔(전년 -42억엔 손실, 회계상 평가 성격 포함)이 크게 작용. 2분기 영업이익은 회사 전망상 33~57% 감소.
아직 모르는 것 — 신작(ARC Raiders)과 환율 효과를 걷어낸 '본업의 정상 체력'이 얼마인지. 그 답은 2분기 실적에서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