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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어떻게 제도가 되는가

제46주년 5·18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묻는 기록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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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국가보훈부는 2026년 5월 15일,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5월 18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오월, 다시 광장을 품다'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립5·18민주묘지가 아닌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초청장 없이 누구나 함께하는 열린 기념식으로 치러집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5·18은 1997년 법정기념일이 됐고 2011년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랐습니다. 황석영·이재의·전용호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이 기념의 풍경을 '기억은 어떻게 제도가 되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읽게 합니다.

2026년 5월 18일,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립니다. 국가보훈부는 사흘 전인 5월 15일, 이번 기념식이 국립5·18민주묘지가 아니라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오월, 다시 광장을 품다'를 주제로 거행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추모의 공간에서 시민의 광장으로, 기념의 자리가 옮겨 온 셈입니다.

광주MBC와 머니투데이의 보도를 보면, 정부 기념식이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는 것은 6년 만입니다. 광주시는 기념행사를 시민축제 형식으로 치르고, 국가보훈부는 초청장이 없어도 누구나 금남로 방면 LED 화면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기념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발표 기준으로 약 3000명이 참석해 약 5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국민의례에는 원형 복원된 옛 전남도청의 개관을 기념하는 국기 게양식이 포함될 예정이고, 기념 공연에는 5·18을 주제로 한 시와 소설, 일기 낭독이 담깁니다. 특별공연 역시 옛 전남도청 복원·개관을 기념하는 취지로 편성됐습니다. 행사의 중심에 사람의 연설보다 공간과 기록이 놓인 점이 눈에 띕니다.

이 장면은 하루짜리 행사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국가기록원은 5·18민주화운동의 기간을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199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5·18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습니다. 한 도시의 열흘이 국가의 기념일과 인류의 기록유산이 되기까지, 기억은 차곡차곡 제도가 됐습니다.

황석영·이재의·전용호가 기록하고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엮어 창비에서 펴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그 제도화의 출발점을 보여줍니다. 알라딘과 예스24의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1985년 초판이 나온 뒤 32년 만의 전면개정판으로, 608쪽에 이릅니다. 공식 기념 체계가 자리 잡기 한참 전에 만들어진 기록입니다.

책이 일러주는 것은 단순합니다. 공적 기억은 저절로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 증언을 모으고, 흩어진 자료를 맞추고, 위험을 무릅쓰고 사실을 적어 둔 노동이 먼저 있었습니다. 그 기록이 쌓여 비로소 법정기념일이 되고, 기록유산이 되고, 복원된 광장이 됐습니다. 증언이 기록이 되고, 기록이 제도가 되는 순서입니다.

'기억의 제도화'라는 렌즈로 보면 기념일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법정기념일과 기록유산, 복원된 공간은 한 사건의 기억을 사회가 함께 떠받치겠다는 약속입니다. 제도가 없으면 기억은 당사자 개인의 몫으로 흩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사실 여부마저 논란이 됩니다. 제도는 기억을 공동의 책임으로 묶어 두는 장치인 셈입니다.

다만 제도화에는 그늘도 있습니다. 의례가 해마다 반복되면 사실은 당연한 배경처럼 보이고, 당연함은 종종 무뎌집니다. 그래서 이 책의 존재 방식이 의미심장합니다. 기록은 한 번 만들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대가 바뀔 때마다 다시 펼쳐 읽고 확인해야 하는 살아 있는 문서라는 점을 일러 주기 때문입니다.

기념식이 묘지에서 광장으로 돌아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힙니다. 추모가 닫힌 의례라면, 광장의 기념은 시민이 직접 드나들며 사실을 다시 마주하는 열린 확인에 가깝습니다. 초청장 없이 누구나 함께한다는 형식은 그 자체로 '기억은 특정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담습니다.

원형 복원된 옛 전남도청이 그 한가운데 놓인 점도 상징적입니다. 항쟁의 마지막 거점이었던 공간이 기념의 무대로 돌아온 것입니다. 다만 발표는 복원과 개관을 기념하는 절차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어서, 복원이 모두 끝났다고 단정하기보다 '공간이 다시 열리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결국 기념은 반복되는 의례가 아니라, 훼손될 수 있는 사실을 해마다 다시 확인하는 공적 장치입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가 던지는 질문도 거기에 닿아 있습니다. 기억은 저절로 제도가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기록 노동과 사회의 합의가 그것을 떠받칠 때, 광장도 기록도 비로소 다시 읽힙니다.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기념식은 하루가 아니라 제도화의 과정입니다

법정기념일(1997), 세계기록유산 등재(2011), 옛 전남도청 복원·개관처럼 5·18의 기억은 날짜·기록·공간의 제도로 이어져 왔습니다.

2
기록은 공식 제도보다 먼저 있었습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공식 기념 체계가 자리 잡기 전 증언과 자료 수집이 사실을 지켜낸 방식을 보여줍니다.

3
정치 구도가 아니라 기록의 책임 문제입니다

이번 글은 정당정치가 아니라 기록·기념·공간·법이라는 제도의 언어로 5·18을 읽습니다. 기억을 공동의 책임으로 묶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