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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와 회의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방아쇠와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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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드론이 하늘을 채울 때 우리가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누가 쏘는가'가 아니라 '누가 책임의 무게를 넘겨받는가'입니다. 개빈 후드 감독의 2015년 스릴러 「아이 인 더 스카이」는 한 발의 미사일을 두고 세 대륙의 회의실이 서로에게 결정을 미루는 과정을 102분 동안 따라갑니다.

지난 6월 26일, 국방부는 장병 약 50만 명에게 드론 운용 능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모든 장병이 드론을 '제2의 개인화기'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찰 드론을 띄우고 표적을 식별하며 배회 폭탄을 운용하는 일이 특수 부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소총 사격처럼 기본 소양이 되는 그림입니다. 올해 훈련용 드론 약 1만1000대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6만 대, 2030년까지 정찰·공격용 드론 2만여 대를 도입한다는 수치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며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린 까닭은 그 계획이 옳은지 그른지를 가리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무인기가 전장에 들어올 때 무엇이 실제로 달라지는지, 그 자리를 오래 응시한 작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 인 더 스카이」의 무대는 케냐 나이로비입니다. 영국군의 캐서린 파월 대령(헬렌 미렌)은 안가에 모인 알샤바브 지휘부를 '생포'하려던 작전을, 자폭 정황이 포착되자 '사살'로 바꾸려 합니다. 네바다의 기지에서 MQ-9 드론을 조종하는 스티브 와츠 소위(에런 폴)가 헬파이어 미사일의 방아쇠에 손을 얹습니다. 그런데 표적 건물 담벼락 옆에서는 아홉 살 소녀 알리아가 어머니가 구운 빵을 좌판에 펼쳐 놓습니다.

여기서 영화의 진짜 긴장은 폭발이 아니라 정적에서 옵니다. '킬 체인(kill chain)'이라는 군사용어가 말해 주듯, 이 작품에서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사람들이 결정을 '위로 넘기는(refer up)' 장면이 이어집니다. 파월은 벤슨 중장에게, 벤슨은 코브라 회의실의 각료들에게, 각료는 외무장관에게, 외무장관은 다시 미국 국무장관에게 판단을 넘깁니다. 누구도 마지막 문장을 자기 입으로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책임을 미루는 이 구조가 가장 서늘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부수 피해 산정 장면입니다. 파월은 위험 평가 장교에게 소녀의 사망 확률을 더 낮게 잡을 수 있는 값을 찾아내라고 지시합니다. 재산정 끝에 나온 숫자는 45~65퍼센트. 그러나 상부로 올려 보내는 보고서에는 그중 낮은 쪽인 45퍼센트만 적힙니다. 같은 소녀, 같은 폭탄인데, 종이 위의 숫자 하나가 승인의 문턱을 넘게 만듭니다.

영화 스틸 — 아이 인 더 스카이

영화 「아이 인 더 스카이」의 한 장면.

그래서 이 영화가 드론을 다루는 방식은 독특합니다. 무인기는 조준 도구에 그치지 않고 결정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장치로 그려집니다. 유인기라면 조종석의 한 사람이 짊어졌을 판단은 실시간 영상으로 잘게 쪼개져 여러 방으로 흩어집니다. 화질이 선명해질수록 소녀의 얼굴은 또렷해지는데 정작 그 얼굴을 책임질 사람은 흐릿해지는 역설이 생깁니다.

법률 자문 장교가 상관에게 "상부 승인을 먼저 받으라"고 조언하는 짧은 장면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합법성 검토가 때로는 결단을 돕는 대신 책임을 분산시키는 또 하나의 경유지가 되는 순간을 영화는 조용히 포착합니다. 절차는 죄를 나눠 가지게 하지만 나뉜 죄는 가벼워지지 않습니다.

물론 화면 밖의 현실은 영화의 케냐 안가와 다릅니다. 오늘 이야기되는 것은 표적 사살이 아니라, 장병 개개인이 드론을 손에 쥐는 훈련 확대입니다. 결정의 층위도, 지휘 계통도 같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화의 질문 하나는 층위를 건너뛰어 남습니다. 다루는 사람이 늘어나면 방아쇠에 닿는 손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방아쇠가 가벼워질수록 판단은 더 무거워져야 합니다. 화면으로 보는 표적은 늘 실제보다 작고 멀어 보입니다. 버튼을 누르는 손은 폭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거리가 만들어 내는 이 감각의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기술이 답을 대신 주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알리아를 잃은 작전이 끝난 뒤 벤슨 중장을 연기한 알란 릭맨은 이런 말을 남깁니다. "군인에게 그가 전쟁의 대가를 모른다고 결코 말하지 말라." 이 작품이 알란 릭맨의 마지막 실사 출연작이라는 사실은 대사의 무게를 한 번 더 눌러 놓습니다.

드론은 병사를 위험에서 떼어 놓습니다. 분명한 미덕입니다. 다만 그 거리가 대가에 대한 감각까지 함께 떼어 놓지는 않는지, 훈련이 늘고 손이 늘어가는 지금 한 번쯤 멈춰 서서 물어볼 만합니다. 「아이 인 더 스카이」는 답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회의실의 침묵을 오래 견디게 하는 영화입니다. 하늘의 눈은 모든 것을 보지만 정작 누구의 눈이 마지막으로 감기지 않고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 그 자리는 끝내 비어 있습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같은 소녀, 같은 폭탄을 두고 사망 확률 '45~65퍼센트' 중 낮은 45퍼센트만 보고서에 적어 승인 문턱을 넘는 장면은,

2

이 영화가 무인기 시대의 책임 문제를 어떻게 응축하는지 보여주는 핵심 지점입니다.

3

숫자 하나가 결정을 가르는 이 순간을, 병력 50만을 드론 운용자로 키우겠다는 오늘의 계획과 나란히 놓고 읽으면 '방아쇠·판단·책임이 놓이는 자리'라는 화두가 선명해집니다.

이 기사의 근거
공식 예고편

아이 인 더 스카이 (Eye in the Sky) (2015년) — 개빈 후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