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사이 서울 아파트 급매물이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최근 180일 실거래가 중위값보다 5% 이상 낮은 매물이 6월 8일부터 7월 8일 사이 906건에서 796건으로 12.1% 줄었고 10% 이상 싼 매물은 133건에서 101건으로 24.1%나 감소했습니다. 급매물이 빠질수록 전세에서 버틸 자리도 함께 좁아지는 걸까요?
이 질문과 함께 펼쳐 볼 만한 책이 있습니다. 매슈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입니다. 2016년 출간된 이 책은 미국 밀워키에서 집을 지키려 분투하는 여덟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데스몬드는 이 책으로 2017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을 받았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가 선정한 2016년 논픽션 수상작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2017년 앤드루 카네기 메달까지 받았습니다. 상의 목록이 길수록 딱딱하게 느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거든요.
서울로 돌아오면 전셋값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25년 2월 첫째 주 이후 74주 연속 올랐습니다. 2026년 7월 6일에도 전세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31% 상승했습니다. 74주 동안 멈추지 않은 이 흐름이 세입자에게 어떤 선택지를 남겨 두었을까요?
74주 동안 쌓인 불안이 30대를 움직였습니다. 2026년 1~5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인 40.9%였고 4월 한 달만 보면 45.9%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기간 30대가 매수한 서울 아파트는 모두 1만4103가구입니다.
서울에서 찾지 못하면 경기도로 향했습니다. 같은 기간 30대의 경기도 아파트 매수는 2만735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9% 늘었습니다. 수도권 전체로 번지는 이 이동은 자발적 선택보다 탈출에 가깝습니다.
『쫓겨난 사람들』 속 밀워키의 여덟 가족도 비슷한 자리에 섰습니다. 임차료가 올라도 옮길 곳이 마땅치 않고 이웃 동네로 밀려나도 또 밀릴 준비를 해야 하는 삶입니다. 데스몬드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왜 가난한가가 아니라 집을 잃으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는가였습니다.
이 책의 논점은 퇴거가 빈곤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집을 잃으면 직장이 흔들리고 아이의 학교가 바뀌고 신용이 무너집니다. 주거 불안이 삶의 다른 부분들을 차례로 무너뜨리죠.
서울의 30대에게도 이 논리는 낯설지 않습니다. 전셋값이 오를 때마다 더 작은 집 더 먼 동네로 밀리는 비용과 불안이 누적됩니다. 결국 매매 계약서 앞에 선 30대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집을 사는 일이 언제나 욕망에서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급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74주째 오르는 시장에서 매수는 쫓겨나지 않으려는 방어에 더 가깝습니다. 밀워키의 여덟 가족이 보여 준 것도 바로 그런 선택의 결이었습니다.
급매물이 하나씩 사라지는 서울에서, 밀워키에서 집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여덟 가족의 이야기는 45.9%라는 숫자를 다른 눈으로 읽게 합니다.
전셋값 74주 상승과 급매물 감소가 맞물리면서 30대는 자산 증식이 아닌 안정을 찾아 매매 시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쫓겨난 사람들』은 집을 잃는 것이 빈곤을 심화하는 구조를 추적하며 주거 불안이 삶 전체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 줍니다.
대도시 임차 시장에서 세입자가 선택지를 잃고 밀려나는 흐름은 도시와 국경을 가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