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7월 13일 월요일
잠시 후 집중 읽기 모드로 전환됩니다

전셋값이 민 집, 30대가 산 집

[전세에서 매매로 밀린 30대]와 「쫓겨난 사람들」

기사 듣기
기사요약
올해 4월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의 45.9%가 30대였습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월간 최고치인 이 숫자는 30대가 갑자기 부유해진 결과가 아니라 74주 연속 오른 전셋값이 이들을 매매 시장으로 밀어낸 결과입니다. 매슈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은 미국 밀워키에서 집을 지키려 분투하는 여덟 가족을 따라가며 주거 불안이 삶 전체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 줍니다. 2017년 퓰리처상을 받은 이 책의 시선은 전셋값에 쫓겨 매매 시장으로 뛰어든 서울의 30대를 다른 각도에서 읽게 합니다.

지난 한 달 사이 서울 아파트 급매물이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최근 180일 실거래가 중위값보다 5% 이상 낮은 매물이 6월 8일부터 7월 8일 사이 906건에서 796건으로 12.1% 줄었고 10% 이상 싼 매물은 133건에서 101건으로 24.1%나 감소했습니다. 급매물이 빠질수록 전세에서 버틸 자리도 함께 좁아지는 걸까요?

이 질문과 함께 펼쳐 볼 만한 책이 있습니다. 매슈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입니다. 2016년 출간된 이 책은 미국 밀워키에서 집을 지키려 분투하는 여덟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데스몬드는 이 책으로 2017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을 받았고 전미도서비평가협회가 선정한 2016년 논픽션 수상작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2017년 앤드루 카네기 메달까지 받았습니다. 상의 목록이 길수록 딱딱하게 느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반대거든요.

서울로 돌아오면 전셋값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25년 2월 첫째 주 이후 74주 연속 올랐습니다. 2026년 7월 6일에도 전세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31% 상승했습니다. 74주 동안 멈추지 않은 이 흐름이 세입자에게 어떤 선택지를 남겨 두었을까요?

74주 동안 쌓인 불안이 30대를 움직였습니다. 2026년 1~5월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인 40.9%였고 4월 한 달만 보면 45.9%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기간 30대가 매수한 서울 아파트는 모두 1만4103가구입니다.

서울에서 찾지 못하면 경기도로 향했습니다. 같은 기간 30대의 경기도 아파트 매수는 2만735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2.9% 늘었습니다. 수도권 전체로 번지는 이 이동은 자발적 선택보다 탈출에 가깝습니다.

『쫓겨난 사람들』 속 밀워키의 여덟 가족도 비슷한 자리에 섰습니다. 임차료가 올라도 옮길 곳이 마땅치 않고 이웃 동네로 밀려나도 또 밀릴 준비를 해야 하는 삶입니다. 데스몬드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왜 가난한가가 아니라 집을 잃으면 그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는가였습니다.

이 책의 논점은 퇴거가 빈곤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집을 잃으면 직장이 흔들리고 아이의 학교가 바뀌고 신용이 무너집니다. 주거 불안이 삶의 다른 부분들을 차례로 무너뜨리죠.

서울의 30대에게도 이 논리는 낯설지 않습니다. 전셋값이 오를 때마다 더 작은 집 더 먼 동네로 밀리는 비용과 불안이 누적됩니다. 결국 매매 계약서 앞에 선 30대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집을 사는 일이 언제나 욕망에서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급매물이 사라지고 전셋값이 74주째 오르는 시장에서 매수는 쫓겨나지 않으려는 방어에 더 가깝습니다. 밀워키의 여덟 가족이 보여 준 것도 바로 그런 선택의 결이었습니다.

급매물이 하나씩 사라지는 서울에서, 밀워키에서 집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여덟 가족의 이야기는 45.9%라는 숫자를 다른 눈으로 읽게 합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주거 불안이 만든 매수

전셋값 74주 상승과 급매물 감소가 맞물리면서 30대는 자산 증식이 아닌 안정을 찾아 매매 시장으로 뛰어들었습니다.

2
퇴거는 결과가 아닌 원인

『쫓겨난 사람들』은 집을 잃는 것이 빈곤을 심화하는 구조를 추적하며 주거 불안이 삶 전체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 줍니다.

3
서울과 밀워키의 평행

대도시 임차 시장에서 세입자가 선택지를 잃고 밀려나는 흐름은 도시와 국경을 가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