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10월 14일 수요일
역사로 보는 세상
세계와 스크린 사이
10월 2째주 · 2026
← 아시아24 홈
치솟는 분양가와 통계가 세지 못한 거처
영화로 세상을 보다

치솟는 분양가와 통계가 세지 못한 거처

기사요약
집값이 오르는 동안 통계표의 맨 아랫칸, 그마저도 세지 못하는 자리를 영화가 대신 비춥니다.
기사 듣기
기사 속 숫자 정리
구분수치
2026년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6만9,134가구
8월 말 기준 비수도권(지방) 미분양4만9,998가구
준공후 미분양(이른바 악성 미분양)2만8,080가구
2026년 8월 기준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616만3,000원
서울 민간아파트 8월 기준 3.3㎡(1평)당 평균 분양가6,287만원
수도권 민간아파트 8월 ㎡당 평균 분양가1,093만5,000원
자료 | 국토교통부 2026-09-30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026-09-17

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청년 가구의 자가점유율은 2년 전 14.6%에서 12.2%로 낮아졌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사이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청년가구 비율은 8.2%로 늘었고 고시원·컨테이너 같은 거처에 사는 비율도 전체 평균을 웃돕니다. 그런데 이 조사는 일반가구를 표본으로 삼아 가출·노숙 상태의 사람을 처음부터 세지 못합니다.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은 그 통계 밖에서 아파트 계단을 전전하는 세 여고생을 비춥니다. 분양가 표의 윗칸이 오르는 사이, 그 아래에는 어떤 표에도 오르지 못한 거처가 있습니다.

강원도 민간아파트 전용 59㎡의 평균 분양가가 2026년 7월 기준 4억2,651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보다 18.6% 오른 값입니다. 같은 기간 전용 84㎡는 5억2,203만원으로 12.6% 뛰었습니다. 분양가 표의 숫자는 이렇게 윗칸을 채우며 올라가지만 그 표에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국의 흐름은 한 방향이 아닙니다.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8월 기준 ㎡당 616만3,000원으로 전월보다 0.61% 내렸습니다. 반면 서울은 3.3㎡당 6,287만원으로 1.26% 올랐고 수도권은 ㎡당 1,093만5,000원으로 1.54% 올랐습니다. 다만 이 분양가는 분양보증을 받아 공급된 민간아파트를 집계한 값이라 공공임대나 실제 거래된 매매가와는 다릅니다.

집에서, 또 분양가 표에서 밀려난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를 오래전 한 영화가 보여줬습니다. 이우정 감독의 「최선의 삶」입니다. 2020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뒤 2021년 9월 1일 극장에 걸렸습니다. 가출한 세 여고생 강이·아람·소영은 서울에서 목적 없이 모텔을 전전하다 돈이 떨어지자 아파트 계단에 숨어 밤을 보냅니다.

이후 소영은 통장에 남아 있던 돈으로 반지하 단칸방을 구해 생활을 이어갑니다. 아람은 가정폭력을 겪으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기댈 곳 없는 처지로 그려집니다. 모텔에서 계단으로, 다시 반지하로 내려가는 이 동선은 거처가 한 칸씩 낮아지는 길입니다.

■ 통계가 세지 못하는 거처

그렇다면 집값을 치르고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청년은 얼마나 될까요? 많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청년 가구(19~34세)의 자가점유율은 2년 전 14.6%에서 12.2%로 낮아졌습니다. 열에 여덟이 넘는 82.6%가 남의 집을 빌려 삽니다.

밀려난 끝에 닿는 곳은 집이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가구가 고시원·컨테이너 같은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비율은 5.3%로 전체 평균 2.2%보다 높았습니다.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청년가구 비율은 6.1%에서 8.2%로 늘었고 1인당 주거면적은 32.7㎡에서 31.1㎡로 줄었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사이 청년이 쓰는 공간은 조금씩 좁아졌거든요.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이 변화를 먼저 겪습니다. 통계청 2025 통계로 보는 1인가구를 보면 전국 1인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6.1%를 차지합니다. 강원은 27만7,109가구가 혼자 사는 가구로 전체의 39.4%에 이르러 전국에서 세 번째로 비중이 높습니다. 분양가가 두 자릿수로 뛴 지역과 혼자 사는 비율이 높은 지역이 겹치는 자리에 강원이 놓여 있죠.

그런데 이 조사도 가장 아래 칸까지 내려가지는 못합니다. 주거실태조사는 일반가구를 표본으로 한 설문이어서 청소년쉼터 입소자나 가출·노숙 상태의 사람은 처음부터 조사 대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최선의 삶」 속 세 사람이 숨어 지내는 계단은 바로 이 조사표가 닿지 못하는 자리입니다.

그러면 표에 잡히지 않는 이 아이들은 통계와 상관없는 이야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집값과 거처의 사다리에서 맨 끝까지 밀려난 자리에 서 있음을 보여줍니다. 모텔비가 떨어지는 순간 남는 선택지가 계단뿐인 장면은 돈이 거처를 정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가리킵니다.

■ 보호가 닿지 않는 끝자리

집 밖으로 나온 청소년은 통계로도 적지 않습니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전국 학교 밖 청소년을 2022년 기준 약 17만명으로 추정했습니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2020년 3만2,027명(0.6%)에서 최근 5만2,981명(1.0%)으로 늘었습니다. 학교를 떠난 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곳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전국 청소년쉼터는 2024년 12월 기준 일시쉼터 33개소와 단기쉼터 66개소 등 99개소입니다. 17만명이라는 추산 규모에 견주면 이들을 품는 자리는 일부에 그칩니다.

영화는 이들이 왜 집을 나왔는지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람이 겪는 가정폭력이 짧게 비칠 뿐입니다. 2023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도 이용 청소년 2,400명과 검정고시 응시생 490명 등 2,890명의 생활과 건강, 교우관계 같은 현황에 초점을 둡니다. 숫자도 영화도 떠난 이유보다 떠난 뒤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보여줍니다.

한쪽 표의 윗칸이 매달 높아지는 동안 다른 쪽에는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한 거처가 남습니다. 모텔비가 떨어진 밤, 세 사람이 몸을 기댄 아파트 계단은 오늘의 분양가 표가 끝내 비추지 못한 맨 아랫칸입니다.

이 기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1
분양가는 오르는데

강원 전용 59㎡ 분양가가 2026년 7월 기준 1년 새 18.6% 올랐지만 청년 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4.6%에서 12.2%로 낮아졌습니다. 집값과 거처의 거리가 벌어지는 중입니다.

2
통계가 세지 못하는 자리

주거실태조사는 일반가구 표본이라 가출·노숙 상태의 사람을 조사 대상에 넣지 못합니다. 조사표 밖에도 거처가 있다는 뜻입니다.

3
보호 공백

학교 밖 청소년은 2022년 기준 약 17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전국 청소년쉼터는 2024년 12월 기준 99개소에 그칩니다.

공식 예고편

Snowball (2021) — 이우정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