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분 | 수치 |
|---|---|
| 국세청 통계에 기초한 2025년 폐업 사업자 | 97만5681개 |
| 같은 집계의 2024년 폐업 사업자 | 100만8282개 |
| 2025년 전체 사업자 폐업률 | 8.64% |
| 2024년 전체 사업자 폐업률 | 9.04% |
| 2025년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 사업자 | 75만1264개 |
| 2025년 소매업 폐업 사업자 | 28만1995개 |
10월 27일 충청권의 사업정리 컨설턴트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아산센터가 연 청렴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참석자들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폐업 소상공인을 먼저 알아보는 생명지킴이(위기에 놓인 사람을 알아보고 돕는 사람) 역할을 논의했습니다. 이들을 지역 정신건강 복지서비스로 잇는 몫입니다.
간담회에서는 금전 요구나 수임료 환급 제안 같은 부당거래를 막는 지침도 안내했습니다. 상담 창구는 폐업의 손익을 따지고 서류를 챙기는 곳입니다. 숫자 뒤에 가려진 신호를 누가 먼저 알아볼 수 있을까요?
「빛과 철」은 바로 그 알아차림의 무게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교통사고로 한 남자는 숨지고 다른 남자는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두 사람의 아내 희주와 영남이 사고의 여파 속에서 마주합니다. 정리된 줄 알았던 사고가 다시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 숫자로 본 폐업
폐업은 숫자로도 뚜렷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보면 국세청 통계에 기초한 2025년 폐업 사업자는 97만5681개였습니다. 2024년 100만8282개보다 줄었습니다. 전체 사업자 폐업률(한 해에 문 닫은 사업자의 비율)도 2024년 9.04%에서 2025년 8.64%로 낮아졌습니다.
업종을 좁혀 보면 규모가 달리 보입니다. 2025년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 사업자는 75만1264개였습니다. 이 가운데 소매업이 28만1995개, 음식업이 14만2557개였습니다. 이 집계는 전체 폐업 사업자와 범위가 다릅니다.
중기부가 발표한 2026년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는 사정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조사는 희망리턴패키지 등 지원사업에 참여한 폐업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입니다. 유효표본 1500명 가운데 폐업의 주된 이유로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을 꼽은 비율이 70.9%였습니다. 폐업을 결심할 당시 부채가 있었다는 응답은 68.5%였습니다.
부채가 있던 1027명의 평균 부채액은 8530만5000원이었습니다. 폐업 때 비용을 쓴 1154명의 평균 폐업 비용은 1286만원이었습니다. 문을 닫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갑니다.
폐업한 뒤에도 어려움은 이어집니다. 폐업 후 애로사항으로 가계 생계비 부족을 꼽은 응답자가 40.5%였습니다. 사업 실패 낙담 등 정신적 고통을 꼽은 응답자는 7.8%였습니다. 다만 이 항목은 폐업 후 애로사항의 응답일 뿐, 자살위험 진단 결과나 사망자 수가 아닙니다.
■ 알아차린 뒤의 책임
희주의 선택이 이 지점에서 겹칩니다. 그는 사고 상대 운전자가 사고 전에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희주는 왜 이미 끝난 일을 다시 들여다볼까요? 알아버린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리된 것으로 여겼던 사고의 경위를 다시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숫자 하나가 발표됐습니다. 보건복지부가 10월 28일 내놓은 잠정통계에서 2026년 8월 자살 사망자는 1078명이었습니다. 2025년 8월 1175명보다 적었습니다. 올해 1∼8월 누적은 잠정 853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650명보다 줄었습니다.
이 잠정 집계는 전국 수치입니다. 사망자의 폐업 여부나 직업을 담은 항목이 없어, 폐업과 자살의 인과관계는 이 통계만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담 현장이 위기 신호를 살피겠다고 한 구상은 통계가 아니라 사람을 향합니다.
■ 발견에서 지원까지
정부도 발견의 체계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은 당사자의 신청을 기다리기보다 관계기관이 위험을 먼저 발견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전략으로 제시했습니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는 2026년 10월 현재 전국 100개 의료기관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원이 손에 닿으려면 그 존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2026년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폐업 소상공인을 한 창구에서 돕는 사업)은 사업정리 컨설팅과 점포 철거비, 법률자문, 채무조정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실태조사에서 지원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688명 가운데 66.4%는 그 내용을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제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할까요?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 봅니다. 희주는 정리된 사고의 서류 대신, 한 사람이 사고 전에 남긴 흔적을 들여다봅니다. 폐업 상담 창구가 숫자 너머의 표정을 먼저 살피겠다고 한 자리도, 그 흔적을 못 본 척하지 않겠다는 약속에서 출발합니다.
2025년 폐업 사업자가 97만5681개에 이르는 가운데, 상담 창구가 절차를 넘어 위기 신호까지 살피겠다고 나섰습니다.
자살 사망자 통계에는 폐업 여부가 담기지 않아 폐업과 죽음의 인과는 숫자만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먼저 발견하는 체계가 중요해집니다.
「빛과 철」의 희주와 폐업 상담자는 타인의 고통을 알아차린 뒤 어디까지 응답할지를 함께 묻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