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공감] 육식이 불법이 된 세상
새벽 3시 인적이 느껴지지 않는 캄캄한 밤,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의 묵힌 피 냄새가 골목 앞부터 지독하게 퍼져있다. 냄새의 근원지로 보이는 건물 쪽을 찾아 우리는 침착하게 달려간다. 건물 뒤쪽 배수구에서 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진 슬러지와 핏물이 개천으로 콸콸 쏟아지고 있다. 어둠 한가운데 환한 불이 켜진다. 저 멀리서 엄청난 비명이 새어 나오고 있다. 오늘 이곳에서 500명이 살해될 거예요. 이 건물 안에 지금 500명이 감금되어 있습니다. 1시간 안에살육이 시작됩니다. 준비합시다. 동료의 말은 무전기를 통해 다른 팀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내가 대답했다. “바로 지금이야, 움직입시다.”
우리는 잠금장치를 빠르게 절단하고 닫힌 문을 열어 일제히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건물의 통로 안쪽을 들어가자 차원 이동을 한 듯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빠르게 진입하자 감금된 이들이 일제히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크고 깊은 상처들이 온몸에 가득하고 그 위에는 오물이 켜켜이 덮여있다. 오랜 시간 감금되어 똥오줌이 범벅인 얼굴, 염증에 눈알이 튀어나온 이도 있다.
생살을 잘라내고 있던 사람과 묶여 있는 동물을 잡고 있던 사람들이 우리와 마주한다.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그때 가지고 있던 연장을 버리고 한 명은 뒷문으로 한 명은 창문 너머로 뛰어넘어 도주하기 시작한다. “안돼, 멈춰요!” 몇 명이 그들 뒤를 쫓아 달려간다. 나는 곧바로 무전기를 통해 건물 밖의 인원에게 상황을 전달한다. 현장이 확인되었습니다. 몇 명이 반대쪽으로 도망쳤고 심각하게 다친 동물들이 있어요. 다음 인원 모두 진입해주세요.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차들이 모이고 경찰들이 빠르게 내려 현장을 파악한다. 구급차들도 모여든다. 수많은 구급 요원들이 들어온다. 다친 동물들이 구급차에 실려 가기 시작한다.
이어서 환한 조명들이 밝혀지면서 수많은 방송사 카메라들이 현장 안으로 들어온다. 비극적인 현장을 마주한 이들의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고조된다. 지금 여기 이곳에서는 정말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다뤄져선 안 됩니다. “내가 보고 듣고 서 있는 공간을 믿을 수가 없어요! 저는 더 견딜 수 없습니다!” 울부짖는 현장의 목소리들은 생방송으로 도시의 수많은 사람에게 퍼져나간다. 때는 2040년 모두를 위한 동물권리장전이 포함된 헌법 개헌안이 통과된 해다. 모두를 위한 동물의 권리가 제정되며 동물을 착취하는 모든 산업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최후에 남은 마지막 불법 도살장을 폐쇄했다.
2021년의 나는 2040년 인류가 반드시 만들어나가야 할 우리의 미래를 앞서 그려보았다. 2021년의 당신에게 2040년의 미래는 어떻게 읽히는가? 도살장이 불법이 된다면, 육식이 불법이 된다면, 내가 이용하는 모든 식당과 소비하는 식품들이 불법이 된다면? 이는 전 지구적 풀뿌리 동물해방 운동 DAE(Direct Action Everywhere, 어디서나 직접행동) 설립자 웨인 성의 동물해방 40년 로드맵의 비전을 차용한 글이다. 비폭력 직접행동의 강렬한 운동 전략이 전 지구적인 운동으로 퍼져나가고, 동물의 현실에 대한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뜨거워지면서 현행법의 폭력성이 사회에 점점 더 극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활동가들이 전하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대중들의 일상을 파고들면서, 시민운동들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불의를 마주한 대중의 변화를 위한 강력한 인식이 촉발되면서 법적 변화를 이루어내게 되고 축산업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그려냈다.
채식에 대한 논의는 육식주의 이데올로기(carnism)가 팽배한 우리 사회의 현시점에서 꼭 필요한 논의로 작용한다. 하지만 동시에 채식 논의는 자본주의에 동물이 배제된 채로 쉽게 흡수된다. 현장의 잔혹성을 가리키고 현 소비체제에 죄책감을 선사하는 동물권 논의를 대중으로 하여금 깔끔하게 우회할 수 있는 선택지를 축산업과 결탁한 식품 자본이 제공한다. 우리가 마땅히 함께 분노하거나 슬퍼해야 할 구조와 현장이 쉽게 멀어지고 자본은 시민을 흡수한다. 시민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풀뿌리 운동의 정치적 가능성이 무마되고 시민들은 기업의 채식 마케팅 소비자로 전락해 버린다. 초국적 기업은 축산 자본이 폭로되지 않는 선에서 채식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시민의 실천 역량을 효과적으로 제한한다. 이들은 부패한 현실을 녹색전환의 이름으로 그린워싱을 시작하고, 이에 대한 공적 자금을 세금으로 조달받아 영업 범위를 거침없이 확장해 나간다.
자본은 우리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듯 하지만 사실상 우리에게 선택지는 전무하다. 현대의 식품산업은 더욱 세련된 포장지와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쉽게 기만할 수 있게 되었다. 비명을 지르고 학대받는 동물들을 뒤로 감수고, 대중들에게 현실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 주입하고, 안심하라 소비를 독려한다. 그렇게 우리의 먹고, 사는 모든 것이 기대자본에 모두 흡수되어 있다.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의 식단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정치적 행동으로 자본의 폭력성이 견제되고 고발되고 제거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먼저 그려야 할 세상은 전체 채식의 세상이 아니다. 정확히는 동물에 대한 폭력이 마땅히 불법이 되어 마침내 마지막 도살장의 문을 닫아 버리게 되는 세상을 우리는 맹렬히 목표해야 한다.
직접행동은 풀뿌리 운동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직접행동을 통해 폭주하는 자본주의의 파괴성 아래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정확히 타개하고 돌파구를 만들어낸다. DAE는 축산업과 결탁한 거대자본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 정체성의 시민을 넘어, 시민 개인의 상황과 개성을 살린 풀뿌리 운동으로 조직을 이루어 자본이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DAE의 맹렬히 비폭력적인 가치는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어 다양한 시민 활동가를 조직해나가고 있고, 사회과학적으로 입증된 치밀한 전략들이 연구되며 목표가 공유되고 있다. 도살장과 같은 단절된 폭력의 현장을 시민 사회의 일상으로 옮겨놓아 대중이 논의를 더이상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DxE는 축산업 안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활동가들이 데리고 나오는 것이 절도가 아니라 구조라는 '공개구조(Open Rescue)' 운동을 이어나갔다. 이는 모든 동물이 고통과 착취에서 구조될 권리가 있고 동시에 우리에겐 불의에 맞서 구조할 권리가 있음을 선포하고 맞서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기업 테러법이 활개 치는 미국에서 캘리포니아 버클리 시의회가 구조할 권리'를 지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되게 하였다. 또한, 지난 2021년 7월 말 버클리 시의회는 도시의 공공기관에 공급되는 식품을 식물기반 식품으로 100% 전환하는 궁극적 목표를 가지고 2024년까지 동물성 상품의 구매를 50%까지 줄이는 계획을 의결했다. 시의회로부터 우리의 음식 시스템이 전환되어야 함이 공표되기 시작했다. 이는 재작년 버클리에 시작된 모피 금지법안이 LA 그리고 결국 캘리포니아주 전체까지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통과된 것과 마찬가지로 뻗어 나갈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전 지구적으로 뻗어 나가 공유되며 한국의 시민들에게 공유되고 있다.
DAE 역시 목표를 공유하며 도살장의 문을 막았고 농장동물의 권리에 대한 재판이 최초로 이루어지며 수많은 시민을 조직해나가고 있다. 한국의 농장에서 공개 구조된 돼지 새벽이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제 모습을 계속해서 드러내고 고유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리는 맹렬히 비폭력적인 사랑의 가치로 마침내 누군가를 감금하여 학살하는 도살체제가 마땅히 불법이 되는 정의의 사회를 목표한다. 그리고 2021년 현재 우리의 로드맵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더 다양한 시민들과 거스를 수 없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2040년 마지막 도살장 문이 닫히는 공존의 미래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은영
동물해방이 모두의 해방을 이끈다. 직접행동(DAE)에서 풀뿌리 시민불복종 행동을 기획하고 서울 에니덜세이브에서 시민들과 함께 육식주의 사회가 가리는 피해자들을 찾아간다. coralsvegan@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