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방소멸 담론과 비판적 쟁점들: 인구 국토의 통치를 위한 국지전과 총력전
1. 지방소멸 담론 효과
2014년 5월 일본 창성회의 좌장 마스다 히로야는 통칭 마스다 보고서로 불리는 지방소멸 담론을 발표하여 일본 전역에 큰 충격을 준다. 마스다는 일본의 중앙공론과 (일본경제신문)에 5월 한 달간 3차례에 걸쳐 일본의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에 관한 경고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한다. 해당 보고서는 고령화·저출산 문제로 인해 2010년 1억 2,806만 명이었던 일본 인구가 2050년에 9,708만 명, 2100년에는 4,959만 명이 되어 메이지 시대의 인구수로 추락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이른바 '소멸 가능성 도시' 명단이었다. 해당 명단은 전국 1,700개 시정촌 중 896개 시정촌을 소멸 가능 도시로 기재하고 있었고, 지방 중소도시, 농어촌만이 아니라 도쿄의 일부 지역도 포함하고 있었다. 마스다 보고서는 전문가가 읽는 논문, 학술서, 연구보고서가 아닌 일반 시민을 주 독자로 하는 언론매체에 발표 되었으며, 소멸 가능성이라는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였기에 그 충격이 더욱 컸다. 소멸 대상 지역에서 태어나거나 삶의 터전을 둔 사람들은 마스다 보고서의 소멸 선고에 경악하고, 지역의 정치인, 관료, 언론, 기업, 주민은 자신들에게 내려진 소멸 실행일을 늦추거나 해소하기 위한 분투에 내몰리게 된다.
사실 인구 감소에 관한 담론은 역사가 깊다. 한국에도 이미 널리 알려진 과소지역, 한계마을 관련 논의도 인구 감소와 지역 문제를 결합한 담론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스다가 제안한 지방소멸 담론만의 새로운 요소는 과연 무엇이며, 이는 이전의 담론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마스다의 말을 직접 인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인구의 사회적 이동은 결국 도쿄로 집중되는 독특한 구도입니다. 엔화 가치상승과 주변 국가의 경제성장 등의 영향으로 지방에 있던 산업이 점점 해외로 이전해버리는 바람에 실직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쿄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중에서도 특히 젊은 여성 인구(강조는 필자)에 주목했습니다. 지방에서 젊은 여성이 사라져 버리면 다음 세대가 태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출산이라는 남녀 사이의 문제는 기본적 인권과 관련된 영역이기도 하므로 국가나 행정이 경솔하게 간여해서는 안 되지만, 한편으로 출산을 방해하는 사회적 저해 요소는 적극적으로 제거해야 합니다.
위 인용문은 일본 지방소멸 담론의 두 가지 특성을 지시한다. 첫째, 도쿄로 인구가 집중하는 극점 사회화를 막아야 한다.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 도쿄는 지방의 젊은이를 블랙홀처럼 흡수한다. 지방에 거주했다면 결혼과 출산을 서둘렀을 청년들이 도쿄의 높은 정착 비용으로 인해 혼인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된다. 도쿄 일극 집중은 단기적으로 국가의 생산성을 높인다. 하지만 도쿄의 청년이 노인이 되면 초고령 사회의 수렁에 빠져 일본의 인구도 급감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마스다 보고서는 현재와 미래의 인구 감소를 도쿄권과 대도시권으로의 인구이동과 관련 짓고, 이 같은 인구이동의 과정에서 지방의 경제적 기초가 붕괴하는 악순환을 강조한다. 따라서 도쿄의 일극 집중을 막고 지방에 젊은이들을 다시 끌어들일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젊은 여성 인구, 특히 20~39세 사이 여성의 인구 재생산력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소멸, 나아가 지방의 소멸을 막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절대적인 인구수를 늘려야 하며, 이는 인구의 재생산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출산율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출산을 할 수 있는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면 인구 재생산력과 총인구 감소를 막을 수 없다. 따라서 마스다 보고서는 출산 가능한 20~39세 사이의 젊은 여성 수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들의 수를 소멸 가능성 도시 지표와 동일시 한다.
즉 이전의 인구 감소 관련 담론이 주로 고령화율에 초점을 맞췄다면, 마스다의 지방소멸 담론은 도시 간 관계와 인구 재생산력의 함수에 주목한다. 소멸 가능성 도시 지표의 핵심엔 대도시로의 사회적 이동에 따른 지역 인구 감소와 지역의 20~39세 사이 젊은 여성의 수가 있다. 소멸 가능성 도시 지표를 더 구체적으로 보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6~8만 명씩 대도시로 이동하는 인구이동 상황을 고려하면서, 각 지역별로 2010년부터 2040년까지의 젊은 여성 인구 비중 변화를 추산한다. 만약 젊은 여성 인구가 50퍼센트 이하로 감소하면 소멸 가능성 도시로 규정한다. 여기에 896개 시정촌이 포함되며, 인구가 1만명 미만이 되는 시정촌도 523개로 전체 시정촌의 29.1퍼센트에 이른다. 수도권과 지방의 관계설정, 그리고 재생산 가능한 ‘젊은 여성 인구를 결합하는 마스다. 보고서의 단순함은 이전의 논의와 구별점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쉽고 명쾌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소멸 가능성 도시 지표가 여성을 인구 재생산의 객체로 간주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보다는, 대도시를 향한 인구의 사회적 증감과 여성의 재생산력이라는 자연적 증감의 독특한 결합 속에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이 어떤 기묘한 형태를 띠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각 지자체는 젊은 여성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아가씨 길'을 만들거나, 젊은 여성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어떤 전문가는 현재의 보편적 결혼 형태가 맞선보다는 자유연애이기 때문에, 인구가 밀집한 컴팩트시티(Compact City)를 조성하는 것이 출생률 회복에도 도움이 될 거라 주장한다. 이 이외에 젊은 세대 정착 촉진을 위해 여자대학과 협정을 맺어 각종 사업을 추진하거나, '여성 농업 학교'를 개설해 전국에서 18세 이상의 독신 여성만 모집하는 보다 노골적인 정책도 있다. 물론 이들 사례 외에 결혼 알선소를 운영하거나 육아 지원에 도움을 주는 정책, 청년을 유입하고 빈집을 재생하는 정책 등 일반적인 대책도 없진 않다. 그럼에도 인구의 사회적 증감과 여성의 재생산력이라는 자연적 증감에 집중할 때 어떤 기묘한 정책이 나타나는지를 위 사례에 서 잘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주어질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소멸 담론은 '선택과 집중' 의 논리에 따라 국토와 제도 전반을 구조 조정하자고 제안한다. 선택과 집중은 '국지전' 이자 '총력전'의 형태를 띤다. 먼저 주민 수와 세 수가 감소할 상황에 대비하여 작전상 후퇴할 곳을 정한 후, 각 지방이 지켜야 할 '방어선'과 역공을 위한 '반전선(反戰線)'을 마련한다. 전선은 다음과 같이 구축된다. 먼저 인구수가 적은 산간지로의 이주는 제한하고, 지방에서 도쿄로의 인구집중을 막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방 소재 대도시권을 발전시킨다. 그 결과 가장 말단인 산간 주거지에서부터 집락(지구), 정촌 중심부(정촌), 시 중심부(군/2차 의료권), 현청 소재지(현), 지방 중핵도시(광역도시권), 3대 도시권, 도쿄권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방어선을 구축한다. 줄어드는 세수와 방어선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고려하여 중산간지의 인구감소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대신 그 상위단위엔 효율적인 컴팩트 시티를 구축하며, 그보다 상위에 지방의 인구를 댐과 같이 저장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중핵 도시가 위치하는 광역 블록 행정을 구축한다. 국토 전체에 여러 개의 광역 블록 행정권을 마련하여 국지전에 대비하고, 일본의 소멸을 막기 위해 말단 단위부터 최상층의 도교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총력전을 전개한다.
지방소멸 담론은 도시재생 사업의 일종인 일본의 지방창생(地方創生)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14년 아베 내각은 '로컬 아베노믹스' 추진과 지방소멸 대응의 일환으로 총리 직속 '마을 · 사람 · 일 창생 본부'를 설치한다. 창생 본부는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모든 조직을 총동원하는 한편 각 지역의 특징을 살린 자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부 내용으로 고령 인구를 관리하기 위한 개호 서비스 정책, 일자리를 만들고 인구를 유입하는 정책, 결혼·출산·육아지원과 같은 인구관리, 경제발전 관련 정책이 있다. 이들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중앙 정부는 각 지자체에 지방창생 교부금을 배부해 인구의 증감, 특히 젊은 여성 인구 유입과 출산율 지표 개선 등의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 사업의 성과는 경영학에서 활용하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PDCA(Plan Do Check Act cycle) 등의 순환평가체계를 통해 구체적 지표로 확인되며, 각 지자체는 중앙 정부의 하향식 관리·감독을 받는다.
지방소멸 담론의 현실성이나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마스다 보고서에 참고할 점이 없진 않다. 먼저 지방소멸 담론이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등 관계를 문제화한다는 점에 주목할 수 있다. 수도권 일극집중이 단기적으론 효율적이지만, 결국 지방을 소멸시키고 나아가 국가 전체의 인구와 다양성을 감소시킨다는 지적은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도 참고할만하다. 지방의 자립을 통해 대규모 재해에 대한 내구력을 높이고 지역의 다양성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논쟁의 여지가 없진 않지만 컴팩트 시티는 도시의 밀집도를 높여 도시사회(Urban)의 다양성과 활력을 높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 여성, 아동에 관한 지원을 늘리거나, 외국인 이민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도 동아시아 발전주의 국가 특유의 복지서비스 부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지방소멸 담론은 어떤 효과를 노리고 있는가? 그건 바로 국토와 제도를 유기적으로 재조직하여 국가와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각 지자체는 젊은 여성 인구를 증가시키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하고 기발한 정책을 수행하는 국지전을 추진한다. 창생 본부를 지휘하는 중앙 정부는 지자체를 독려하고 관리하며 국가의 출산율을 높이는 총력전을 추진한다. 인구구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따라서 포기할 말단 지역은 과감히 포기하는 한편 수직으로는 국가로부터 마을에 이르는 모든 스케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수평으로는 광역 블록 행정과 컴팩트 시티를 허브로 하는 도시 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처럼 지방소멸 담론은 단순히 인구를 늘린다는 내용을 넘어, 국가와 지방을 수직-수평적으로 다시 재조직하는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수준의 효과를 노린다.
2. 지방소멸 담론에 대한 비판
지방소멸 담론이 워낙 광범위하고 근본적 수준의 효과를 노리기에 이에 맞선 다양한 비판도 등장한다. 이들 비판의 대부분은 마스다 보고서가 지방에 덧씌우는 소멸위험지역이라는 낙인 및 선택과 집중이라는 처방을 기부하고, 지역의 내발적 균형발전이 일본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 논자인 오다기리 도쿠미(小田德美)는 귀농·귀촌과 농촌주민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농촌이 쉽게 소멸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귀성하는 청년, 주말 귀성이라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하고 있고, 지방과 농촌엔 생각보다 강한 생존 의지와 역량이 있기에 농촌이 순순히 소멸할 리 없다는 것이다. 한편 오다기리는 마스다 보고서의 의도에 의구심을 표한다. 마스다가 제안한 컴팩트시티, 지방중 핵도시권 구상은 국토교통성, 총무성, 재무성 등에서 추진하길 원했던 정책이며, 마스다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부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즉 마스다 보고서가 지방과 정치권에 충격을 주어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행정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마스다 쇼크가 불어닥친 2014년 아베 내각은 당해 내각회의에서 지방소멸 논의를 반영하고, 곧이어 아베 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지방창생본부를 발족하는데, 이는 지방소멸담론과 정부의 밀접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야마시타 유스케(山下右介)는 지방소멸 담론이 지방의 소멸을 기정 사실화하고, 지방민의 의지를 꺾는 심리적 불안을 야기하기에 지방소멸을 오히려 가속화 한다고 비판한다. 선택과 집중에서 희생해야 할 곳과 지켜야 할 곳을 선별하는 주체는 국가의 엘리트인데, 이들은 국민보다 국가를 우선시하면서 지방과 농가, 약자를 배제한다. 그러면서 마스다 보고서가 국제적인 경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제 지상주의, 국가 지상주의적 국가 총동원을 의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가다 토모히로는 지방소멸과 도주제(道)의 관련성을 비판한다. 2060년 1억 인구를 목표로 하는 지방창생은 일본의 도주제 추진과 중앙통제를 강화하는 '부국강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태평양 전쟁을 준비하던 일본은 1억 인구를 목표로 출산 정책을 마련하고, 국가의 일체화를 위해 도주제의 흐름을 강화하거나 대학의 자치와 언론에 개입했음을 상기시킨다. 다시 말해 현재 진행되는 지방소멸과 지방창생이 과거 전쟁을 준비하던 일본과 닮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도주제 추진은 지방구조조정, 정부 기관 통폐합을 통해 재정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중앙과 지방은 역할을 분담 속에서 지방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메이지 시대의 국가지방 관계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그런데 현행 헌법에선 아베 내각이 원하는 도주제 실현이 불가능하기에 개헌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지방소멸과 지방창생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지방창생은 도주제 전 단계의 지자체 합병을유도하기 위한 사탕과 채찍이며, 이는 결국 아베류의 부국강병(소수의 다국적기업의 생존과 전쟁 가능한 국가)은 중앙통제(아래를 포섭하는) 신자유주의 맥락 속에 있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이다.
그런데 마스다에 대한 이들 비판의 효과는 제한적으로 보인다. 지방 소멸 담론에 대한 보다 내재적이고 효과적인 비판은 카네코 이사무의 사회학적 접근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마스다와 마스다의 비판자에게 파멸적인 비판을 가한다. 먼저 마스다 보고서와 그에 대한 비판자 모두 단일변수나 단일사례에 머무는 한계가 있다. 마스다는 젊은 여성 인구를 특권화하고 출산율이 곧 인구증감이라는 단선적인 논리를 제시하는데, 이는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는 편견에 불과하다. 한편 비판자들이 내세운 각종 사례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례이기에 일반화할 수 없다. 각 지역의 일상이 다르기에 아무리 많은 사례를 가져와도 이를 다른 지역에 쉽게 적용할 순 없다. 따라서 카네코는 젊은 여성 인구수나 개별 사례를 가져와서 논증을 펼치는 것이 아닌, 계급성, 계층성, 지역성, 젠더 등 다양한 사회적 사실이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각 지역의 현황, 역사,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할 것을 제안한다.
카네코는 마스다 보고서가 그에 대한 비판자들보다 우월한 점을 지적한다. 카네코는 공간을 1개의 집락을 의미하는 점(点)의 레벨, 점과 점의 네트워크, 사회 전체를 의미하는 면(面)의 레벨로 구별한다. 지방소멸 해결을 위한 대응을 마련한다고 할 때, 이는 점 레벨의 대응이 될 수도 혹은 면 레벨의 대응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마스다가 점의 대응, 면의 대응 모두를 포괄하면서, 점의 대응이 면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비해, 마스다의 비판자들은 점 수준의 가능성에만 주목한다. 이는 마스다 비판자에게 매우 치명적인 한계로 작용한다. 마스다 비판자들이 한 지역의 우수사례에 집중해도 이는 면 레벨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점 간의 인구 제로섬 논리에 머문다. 전원회귀를 통한 지방의 회복 가능성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또한 마스다에 대한 비판자들은 농촌 지역이나 소멸지역에서 부족한 예산이 대도시에서 이전된다는 점을 간과할 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소비처가 대도시라는 점도 고려하지 않는다. 결국 점의 대책만으로는 면 레벨의 개선이나 사회 변혁이 생길 수 없다. 마스다에 대한 기존의 비판은 적실하지 않으며, 마스다의 제안에도 미달한다.
3. 지방소멸 담론의 비판적 재구성을 위하여
일본의 지방소멸 담론은 한국에도 빠른 속도로 수용되고 있으나 그 내용은 마스다 보고서의 논의를 보완하는 수준이다. 국내 지방소멸 담론에서 중요 자료로 인용되는 한국고용정보원의 논의는 마스다 보고서가 말한 도쿄 블랙홀 현상과 서울의 상황을 유사한 것으로 진단한다. 마스다의 소멸 가능성 도시 지표를 응용하여, 소멸위험지수 = 20세~39세, 여성 인구 : 65세 이상 인구의 =계산식을 구성한 후, 전국의 소멸위험도를 측정하거나 각 지자체에 젊은 여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주문한다. 모든 지역의 독립적 여건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선택과 집중의 논법을 그대로 반복하거나, 작은 규모의 중핵 도시와 컴팩트 시티의 네트워크를 제안하는 논의가 일반적이다. 한국의 지방소멸 관련 논의는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를 보완하는 수준이기에 카네코의 사회학적 접근과 비판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지방소멸 담론을 비판적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지방소멸 담론에 관해 '말해진 것'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소멸 담론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보완하고, 지방소멸 담론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함의에 관해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방소멸 담론 자체 혹은 지방소멸 담론 너머의 담론을 구성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해진 것, 즉 지방소멸 담론에서 이미 확인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나은 연구방법,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카네코가 제기한 점, 점과 점의 관계(지역과 지역의 관계), 면(복수의 지역을 포괄하는 광역권이나 국토 전체)에 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는 수직 수평적 관계에서 국토와 도시를 분석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관련해 다중 스케일(multi scalar) 관점을 적용하여 각 스케일 간의 중첩과 역동성을 드러내고 점과 면 이론의 정교화를 기할 수도 있다. 둘째, 지방소멸처럼 젊은 여성 인구라는 단일변수, 단일사례와 같은 단순한 접근으로는 정확한 분석과 대응을 마련할 수 없다. 정책의 파급력이나 연구모델의 명쾌함을 위해 만능의 단일변수에 의존하지 않고, 현실의 복잡성을 최대한 반영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회학에서 전통적으로 다뤄온 개념인 계급, 계층을 비롯하여 지역성, 젠더에 관한 복합적인 관점을 고려하고, 양적연구와 질적연구의 혼합분석방법 (mixed method)을 채택할 수도 있다.
'말해지지 않은 것', 즉 지방소멸 담론의 효과와 함의에 관한 문제 제기는 우리를 지방소멸 담론의 위상, 겨낭점에 관한 질문으로 이끈다. 지방소멸 담론이 우려하는 것은 주민들의 삶, 기억이 녹아든 공간, 즉 장소성의 소멸인가? 현재까지 살펴본 지방소멸 담론은 이런 우려와 무관했다. 통치성의 관점에서 지방소멸 담론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국력의 원천인 인구를 확대 재생산하는 통치성의 일종에 가깝다. 신자유주의 통치성은 국가와 경제를 위해 개인에게 자유와 생명 그리고 자기 책임을 부여한다. 이와 유사하게 지방소멸 담론은 지방창생 예산을 지방에 배부하고, 소멸 시한까지 각 지방이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 스스로 생존하도록 책임을 부여한다. 통치에 의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시장 외적인 절차와 조건 속에서, 지방소멸 담론은 개인과 지방에 경쟁질서를 내재화하고, 이들은 국가와 경제를 위한 통치성과 유기적으로 얽혀든다.
지방소멸과 관련하여 우리가 견지해야 할 점은 앞으로 다가올 구조적 조건을 인식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할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지방소멸 담론은 각 지방에 소멸 시한을 선고하고 각 지자체가 인구를 쟁취하는 경쟁에 참여하도록 독려한다. 이는 실제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의 삶이 아닌, 국력의 유지 및 발전이나 노동력과 출생률을 증진하는 데 온 자원을 집중한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각 개인과 지역이 지닌 저마다의 삶과 다양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장기적 추세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유지하고 재구성할지를 지방소멸 담론의 새로운 겨냥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와 같은 지방소멸 담론의 비판적 재구성을 위해 우리의 공간 및 일상을 재조직하려는 지방소멸 담론에 관한 정확한 인식과 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현일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수료, 공저로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 정보문화와 현대 사회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 생태 도시적 공공미술 공공미술을 통한 생태 도시의 사회적 구축, 원도심 도시재생의 공간 유형: 부산 원도심 도시재생의 경관분석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hijeong @pusa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