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층 알림터는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유려한 곡선 아래, 830㎡(약 250평)의 공간은 DDP 개관(2014년 3월) 이후 약 3년간 복합문화시설 없이 시민 통행로로만 쓰이고 있었다. 서울시는 그 공간에 복합문화카페를 유치하기로 했다. 카페가 들어서면 전시장과 시민 동선이 연결되고, DDP라는 거대한 건축물에 온기가 돌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김이경 대표가 운영하는 ㈜우일TS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투자 규모는 약 10억 원. 처음에는 'A3아카이브(A3CHIVE)'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고, 2018년 '카페 드 페소니아(Cafe de FESSONIA)'로 리브랜딩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공공 화장실까지 자비로 설치했다. 김 대표 측은 그 비용을 1억 5천만 원이라고 주장하고, 법원에 제출한 반소 청구서에는 약 1억 원으로 적혀 있다. 어느 쪽이든, 민간 사업자가 공공시설 안에 공공 화장실을 자기 돈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카페 드 페소니아는 그렇게 자리를 잡았다. 층고가 높은 아트홀 1층 특유의 개방감은 카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고, 전시·행사·출판 기념회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성장했다. 블로그 리뷰는 수백 건이 넘었다.
그런데 정상적인 영업 기간은 놀라울 정도로 짧았다.
"6년 중 장사를 한 건 1년 반"
2020년, 코로나19가 닥쳤다. DDP는 사실상 문을 닫았고, 카페 매출은 바닥을 쳤다. 서울디자인재단은 2020년 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임대료를 절반으로 감면해주었고, 그 규모는 약 2억 원이었다. 재단 입장에서는 충분한 배려였을 것이다. 하지만 김이경 대표에게 그 시간은 달랐다. 10억 원을 투자하고 첫해 겨우 자리를 잡을 무렵 팬데믹이 왔고, 감면받은 2억 원으로는 투자금의 5분의 1도 메울 수 없었다.
더 치명적인 일은 코로나가 아니라, 그 사이에 일어난 '행정의 변심'이었다.
2020년, 서울시는 DDP 내부 상업시설의 운영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 기존의 위탁·임대 구조를 '공유재산' 체계로 전환한 것이다. 공유재산으로 분류되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의 적용을 받고, 일반 상가에 적용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보호 범위 밖으로 밀려난다. 이 시리즈 1편에서 돈의문박물관마을 김은주 대표가 겪은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다.
전환 과정에서 DDP 안의 다른 매장들은 공개입찰을 거쳐 새로운 10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김 대표는 주장한다. 그런데 카페 드 페소니아만은 입찰 기회 자체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이경 대표는 2026년 2월 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같은 계약, 같은 조건, 같은 공간에서 왜 저만 불법이 되었습니까?"
서울시와 재단 측이 왜 이 카페만 배제했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는 "해당 공간을 시민을 위한 전시·홍보 공간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것뿐이다. 다른 매장이 실제로 10년 계약을 받았는지, 카페만 배제된 구체적 사유가 무엇인지는 재단 측의 공식 해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시장 결재 한 줄, 10억 원의 삶
2023년,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왔다. 갱신은 없었다. 김이경 대표는 서울시로부터 "시장 결재가 났다"는 말 한마디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공유재산이므로 갱신 거부에 별도의 사유를 설명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일반 상가 세입자에게 보장하는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도,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도, 공유재산 위의 카페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만약 이 카페가 DDP 건물 바로 옆 일반 상가 건물 1층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0년간 계약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건물주가 계약을 거부하더라도 새 세입자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법이 보장해주었을 것이다. 전국 상가의 56.47%에 권리금이 존재하고, 서울의 평균 권리금은 4,915만 원(한국부동산원 2024년 4분기 기준)에 달하는 현실에서, 공유재산 세입자만 그 권리를 '처음부터 갖지 못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카페는 2023년 3월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문을 닫지 않았다. 김 대표의 논리는 명확했다. 10억 원을 투자했고, 코로나로 1년 반밖에 정상 영업을 하지 못했으며, 같은 건물의 다른 매장은 10년 계약을 받았는데 자신만 쫓겨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의 논리도 명확했다. 계약이 끝났고, 공유재산법에 따라 반환받아야 하며, 점유가 계속되면 변상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둘 다 자기 논리의 범위 안에서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두 논리 사이에 놓인 간극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크다는 데 있었다.
변상금 4억 4,699만 원, 압류 4,800만 원
2023년 4월, 서울디자인재단은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카페를 비우라는 법적 절차의 시작이었다. 동시에 서울시는 변상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공유재산 무단점유 변상금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산정된다. 재산가액에 사용료율(연 5%)을 곱해 연간 사용료를 구하고, 여기에 20%를 가산한 금액(사용료의 120%)이 변상금이 된다. 합법적 사용료보다 20% 높게 설계된, 사실상 벌금 성격의 금액이다. 이 공식에 따라 누적된 변상금은 4억 4,699만 원. 김이경 대표는 이를 납부하지 않았고, 서울시는 카드 매출채권 압류 등을 통해 약 4,800만 원을 추심했다. 매달 약 2,000만 원의 미납 임대료는 별도로 쌓이고 있었다.
재판은 지지부진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은 법원에 절차속행 요청서를 다섯 차례나 제출했다. 2024년 여름 4차 변론기일을 전후해 담당 판사가 정년 퇴직하면서 재판부가 교체됐다. 한국경제(2025년 2월 9일) 보도에 따르면, 2025년 2월 예정된 법관 인사이동으로 또 한 번 재판부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우일TS 측이 화장실 구축비 약 1억 원의 상환을 요구하는 반소를 제기하면서 쟁점은 더 복잡해졌다. 5차 변론기일조차 지정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한국경제에 "계약상 임차 기간이 명확하게 적시된 경우 명도소송은 통상 신속하게 결과가 나오는 편"이라며, 이 사건의 지연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2025년 7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시 승소. 카페는 곧바로 항소했고,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2026년 2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강제집행은 유예 상태이고, 카페는 여전히 문을 열고 있다.
'얌체족'이라는 이름
2025년 10월 29일, 한국경제는 이 사건을 "시유지 무단점유하는 얌체족"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같은 기사에서 경기 부천시의 테마파크 '아인스월드'가 시유지 5만 8,000㎡를 4년간 무단점유하며 변상금 328억 원이 부과된 사례와 나란히 다뤘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17개 시·도에서 공유재산 무단점유 변상금으로 부과된 총액은 1,766억 원, 14만 4,340건. 이 중 징수된 금액은 57.2%인 1,011억 원에 그쳤다.
숫자만 보면, 카페 드 페소니아는 이 14만 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변상금 4억여 원은 전체 1,766억 원의 0.25%도 안 된다. 그러나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 있다. 5만 8,000㎡ 시유지를 점유한 테마파크와, 서울시의 요청을 받아 공공 화장실까지 자비로 설치한 830㎡ 카페 사이의 거리다. 둘 다 '무단점유'라는 같은 법률 용어로 묶이지만, 같은 맥락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물론 계약이 끝난 공간을 비우지 않는 것은, 그것이 어떤 사연을 품고 있든, 법적으로 무단점유다. 김이경 대표의 주장이 전부 사실이라 해도 그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질문은 남는다. 처음부터 이 상황을 만들지 않을 방법은 정말 없었는가.
하나의 건물, 두 개의 법
이 사건이 단순한 임대차 분쟁이 아닌 이유는 구조에 있다. DDP 아트홀 1층에는 카페 드 페소니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김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2020년 공유재산 전환 당시 다른 매장들은 공개입찰이라는 절차를 거쳐 10년 계약을 새로 맺었다. 그 매장들은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은 받지 못하지만, 적어도 10년이라는 시간을 행정이 보장해준 셈이었다. 카페만 그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김 대표의 핵심 항변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공개적으로 밝힌 사유는 "해당 공간을 전시·홍보 공간으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것 외에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 2024년 11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DDP의 운영 주체가 서울디자인재단과 서울경제진흥원(SBA)으로 분할 위탁된 구조의 비효율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카페 퇴거가 이러한 운영 구조 개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카페 드 페소니아가 같은 건물 바깥의 일반 상가에 있었다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따라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같은 법 제10조의4에 따라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법 제10조의5 제2호는 "국유재산법에 따른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을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한다.
1편에서 다룬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김은주 대표도 이 조항 앞에서 멈췄다. 서울 지하도상가 2,788개 점포도, 인천 지하상가 3,579개 점포도, 부산 지하상가 1,419개 점포도 같은 조항의 영향권에 있다. 공유재산 위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은, 아무리 오래 투자하고 아무리 성실하게 운영해도, 법이 '애초에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존재들이다.
공공이 부른 사람, 공공이 내쫓는 사람
김이경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시는 말합니다. '페소니아는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고.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잘되면 빼앗아도 되는 겁니까? 성공하면 내쫓고, 버티면 압류하는 것이 공공행정입니까?"
이 질문은 1편의 김은주 대표가 던진 질문과 겹친다. 돈의문에서는 "마을을 살려놓으니 쫓아낸다"였고, DDP에서는 "카페를 성공시키니 빼앗는다"다. 공공이 민간을 불러들이고, 민간이 성과를 내면, 공공이 그 성과 위에 다시 공공의 이름표를 붙인다. 이 패턴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구조적 반복이라면, 앞으로 어떤 소상공인이 공공시설 입점 제안을 신뢰할 수 있을까.
서울디자인재단의 입장에도 들어야 할 논리가 있다. DDP는 시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공공시설이며, 특정 민간 사업자가 무기한 점유하는 것은 공적 자산 관리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코로나 기간 2억 원의 감면을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1심 판결이 재단 측 승소로 나온 것도 법리적으로 무리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정당한 것과 행정적으로 합리적인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DDP 개관 후 약 3년간 활용되지 못하던 공간에 민간 자본 10억 원을 유치하고, 팬데믹 2년을 견디게 한 뒤, 같은 건물의 다른 매장에는 10년 계약을 주면서 이 카페만 배제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이의를 제기하면 변상금을 부과하고, 매출채권을 압류하는 일련의 과정이 '절차적으로 하자 없는 행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는 다른 차원의 물음이다.
행정을 믿은 죄
DDP 1층의 카페는 지금도 불을 밝히고 있다. 항소심이 끝나기 전까지 강제집행은 유예된 상태이고, 변상금은 매달 쌓이고 있다. 김이경 대표는 열 건이 넘는 소송을 감당하고 있고, 통장은 압류된 채다. 카페 바깥으로는 자하 하디드의 유선형 벽면이 흐르고, 관광객들은 셀카를 찍는다. 그 안에서 한 소상공인은 3년째 법정과 카페를 오간다.
이 기사가 김이경 대표의 편을 들려는 것은 아니다. 계약이 끝난 공간을 비우지 않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라는 점은 반복해서 확인해야 한다. 이 기사가 묻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다.
공공이 민간을 불러들이는 순간에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정책이 바뀌는 순간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제외라는 법의 사각지대를 방패로 쓰는 구조. 같은 건물 안에서 누구에게는 10년 계약을, 누구에게는 퇴거 통보를 하면서 그 차이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 행정. 투자를 유도할 때는 '공공의 파트너'로, 계약이 끝나면 '무단점유 얌체족'으로 호명하는 언어의 전환. 이 모든 것이 반복되는 한, "행정을 믿은 것이 죄입니까?"라는 질문은 김이경 대표 한 사람의 항변이 아니라, 공유재산 위에서 생계를 꾸리는 모든 소상공인의 물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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