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동물권

코로나 종결 후 동물권은?

조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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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더 가지게 된 것들이 있다. 첫 번째는 기후 변화 같은 환경 문제이며, 두 번째는 우리가 동물을 다루는 방식을 성찰해 보는 일 즉, 동물권에 관한 것이다. 기후 변화와 동물권은 서로 연결된 문제로 볼 수 있다. 환경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생활 트렌드로 자리매김 중인 것이 바로 쓰레기 배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운동인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다. 또한, 동물권과 관련해 '비건(Vegan)'이라는 채식주의 역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비건이란?
채식주의는 섭취 가능한 식품에 따라 다양한 단계로 나뉘어 진다. 유제품(우유), 달걀, 생선까지 섭취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안(채식주의자)가 있으며, 페스코에서 생선을 빼고 가금류까지만 섭취하는 폴로 베지테리안, 고기를 먹지 않고 유제품까지만 먹는 락토 베지테리안, 계란까지만 먹는 오브 베지테리안, 채식주의를 지향하지만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육류를 섭취하는 플렉시테리안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채식주의 가운데 동물성 음식 섭취에 대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바로 비건이다. 동물성 음식 전부를 비롯해 동물성 원료가 포함된 옷이나 화장품 사용도 금한다. 단순한 식습관에 머물지 않고 인간이 동물에게 행하는 모든 형태의 착취와 학대를 반대하는 의미를 내포한 사회적 운동에 가까운 것이다. 
비건을 소개한 대표적인 책 중에는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위고, 2018년)이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비건의 삶을 시작했다는 사람이 상당하다. 책에 소개된 비건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비건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운동이다. 고기는 물론,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 달걀, 생선도 먹지 않으며, 음식 이외에도 가죽, 모피, 양모, 악어가죽, 상아 같은 제품도 사지 않는다. 좀 더 엄격하게는 꿀처럼 직접적인 동물성 제품은 아니지만,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제품도 거부하며, 같은 의미에서 돌고래 쇼 같은 착취 상품도 거부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게 음식이니, 엄격한 채식이라고 알고 있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책을 쓴 김한민 작가는 열성적인 동물권 보호 운동가다. 공장식 축산을 비판하는 내용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좁은 우리에 갇힌 식용 가축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비참하게 살다 도축된다는 것은 광우병 파동 시기에 상당 부분 알려진 내용이다. 다만, 그 당시에는 ‘특정 나라의 고기만 안 먹으면 된다’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코로나는 공장식 축산과 관련해 더욱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도 '동물해방공동체 직접행동 DxE - Korea', '서울 애니멀 세이브(Seoul Animal Save)' 등 동물권 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들이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서울 애니멀 세이브에서 진행하는 '비질(Vigil)' 활동이다. 도축장에서 도살되는 동물들의 두려움을 위로하고 죽음을 애도하는 실천 행위를 말한다. 
이 같은 직접적인 활동은 아니더라도 비건은 이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렵지만 더 큰 나를 위한 행동인 비건 
비건을 실천하거나 실천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창원 사파동의 무하유라는 복합공간에서는 지난 한 달 간 주말마다 '비건 친구 만나기'를 주제로 한 강연과 공연, 음식 체험 등이 이어졌다. 코로나로 참여 인원을 제한해야 했음에도 예약이 금방 찰 정도로 큰 관심을 얻었다. 
행사에서는 매주 비건을 실천하고 있는 5명의 예술가가 각각 참석자들과 함께 건을 시작한 이유와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 가운데는 평상시 집에서는 철저히 비건 생활을 지키지만 밖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기지 않을 정도로만 실천한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비건 지향'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엄격한 비건은 아니지만, 최대한 실천하고자 노력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들처럼 비건을 결심했지만 실천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비건을 선언하는 순간 사회생활에서는 굉장한 불편이 따르게 된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식당에 가게 되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건을 계속 고집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 가족 간에도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비건을 실천해야 하는 경우 더욱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아무튼, 비건>에서 김한민 작가는 한국에서 비건을 실천하는 것을 도 닦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비건 만큼 '커밍아웃'을 했을 때 실제 생활에 파급력이 큰 경우도 드물다. 최소한 하루에 세 번, 끼니마다 스스로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직접 해보면 주위의 관심 혹은 '감시'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늘어남을 체감할 것이다. 커밍아웃을 한 동성연애자들도 끼니마다 성 정체성이 화제에 오르내리진 않는다. 단체 식문화가 발달한 한국은 그 폐해가 더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로 웨이스트와 비건은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다. 서양에서는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을 정도다.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가 늘고 있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의류 제품들이 유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패스트푸드 체인 기업들이 식물성 육류 패티를 햄버거에 넣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는 가게들이 생겨났고 채식이 아닌 정확한 비건을 지향하는 식당들도 그 수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비건주의에는 '지구 위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는 감수성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동물 학대와 물과 토양의 오염, 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 위기, 녹지 파괴, 동물을 대상으로 한 성장 호르몬과 항생제의 사용, 전염병과 살처분, 코로나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따라서 비건은 나보다 더 큰 나, 다시 말해 지구를 위한 실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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