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위기 체제, 이주민과 사회적 백신
“우리시는 외국인도 많고 개발이 많아 코로나에 취약합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경기도 평택시가 낸 공지다. 외국인이 많다는 것을 감염병 확산과 곧바로 이어붙이는 사고방식을 통해 평택시가 외국인주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글이다. 인격적 명사인 '외국인과 비인격적 관념 명사인 개발을 많다' 라는 동일 서술어의 주어로 대등하게 삼은 것에서도 평택시가 외국인을 대하는 시선이 어떠한지 엿볼 수 있다. 개발이 많이 이뤄지는 지역은 들고나는 유동인구가 늘어남을 동반하므로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외국인이 많이 거주한다는 것이 감염병 확산과 어떤 연관 관계에 있는지 설명이 없다면 알아채기 어렵다. 외국인 인구가 많다는 것이 곧장 코로나19 취약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근거 제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공지는 그것이 구태여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격다짐 격으로 제시되는 진술 앞에 '왜'라는 질문은 구차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공지의 대상은 외국인주민이 아니라 내국인주민이다. 외국인이 많아서 코로나19 감염도 많다는 주장을 외국인주민에게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자치단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외국인의 존재를 코로나19 원인으로 지목하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평택시만 갖고 있는 것이아니라면, 코로나19 상황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외국인이 지목되는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 특히 당사자인 이주민들이 동의했는지 묻게 된다. 코로나19 방역 시국 2년, 이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감염병 정치를 들여다봐야 할 때다.
1. 외국인 방역행정, 정부가 놓친 것과 잃은 것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분야가 없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파급력이 커지고 있지만, 국경이나 근거지를 넘어 낯선 곳에서 삶을 펼친 이주민의 경우 건강권과 노동권 등의 전면적인 도전 앞에 놓였다. 2)
사우디아라비아는 2020년 5월 7일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의 75%가 이주민이었으며, 싱가포르는 같은 해 7월 19일까지 확진자의 95% 이상이 이주민으로 나타났다. 3)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20년에 나온 통계에서 라틴아메리카 출신은 주 인구의 39%를 점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률 55%와 사망률 46%를 나타냈다. 4) (올해 1월 26일 기준은 감염률 48.4% 사망률 45.1%)5) 그럼에도 일부 이주민 체류 국가의 방역 대처는 이들에 대한 배제로 나타났다. 2020년 싱가포르는 로나19 감염자가 대규모로 나온 이주민 기숙사에서 생활한 남성 이주민들에게 8개월 동안 도시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했으며6), 지난해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보건부장관은 미등록 외국인에게는 백신 접종을 제외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7) 또 국제노동기구와의 인터뷰에서, 라틴아메리카 거주 이주노동자들은 조사에 참여한 사람의 73%가 의료적 관리나 충분한 검사에 대한 접근이 어려움을 걱정하고 있었고8), 취업국에서 비고용 상태에 있는 아세안 가입국 출신 노동자들은 조사 참여자 97%가 사회적 안전에 접근할 수 없다고 했으며9), 비고용상태의 타일랜드 거주 이주노동자들은 조사 대상의 57%가 개인 방역물품이 없다고 밝혔다. 10)
코로나19 팬데믹은 방역뿐 아니라 고용이나 채용에도 결정적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각국의 폐쇄나 이동제한 조처가 이주노동자 생계에 결정적 타격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 또 이주노동자들은 국적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안전 패키지에서 제외12) 되는 사례가 보고되는 등 불공정과 차별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세계 도처의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장벽을 메디컬 접근이나 건강관리에 국한할 경우, 한국의 이주민들이 처한 환경은 이들과 결이 다른 점이 있다. 국제노동기구 보고서 등에서 방역에서 노골적으로 소외된 여러 나라 이주노동자의 실태가 성토된 것과 달리, 앞선 평택시 공지에서 드러나듯 대한민국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민을 감염병에 취약한 존재로 규정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며, 이에 기초하여 방역 관리에서 이주민을 최대한 수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의 보건부장관이 이주민을 선별하여 백신 접종 장벽을 치겠다고 선언한 것을 곧바로 반박한 남아공 라마포사 대통령은 말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는 것이 최고의 국익이다"13), 대한민국 방역당국도 이와 똑같은 생각을 품고 있다. 정부는 팬데믹 이후 최대한 많은 이주민들이 진단검사를 받거나 예방접종을 하는 데 방역정책의 사활을 걸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 곳곳의 이주민들이 이주한 국가에서 방역과 관련하여 겪는 차별과 배제의 모습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다는 것이다.
팬데믹 유행 초기인 2020년만 하더라도 법적마스크 배분에서 건강보험이 없는 미등록 외국인을 배제하는 등 빈틈 있는 행정을 보였던 방역 당국은 방역 위기의 고조와 더불어 대응 수위가 달라졌다. 외국인이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판단이 굳어지면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외국인이 방역관리와 백신 접종에 포함되도록 전력을 기울여 왔다. 정부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주민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는 법무부의 미등록 외국인 대접이 달라진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등록 외국인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을 경우 공무원의 불법체류자 통보의무를 면제했고,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자진출국을 하면 범칙금 면제와 입국 규제 유예를 부여했다. 수십 년동안 미등록 외국인에게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온 법무부가, 방역 위기 앞에서는 일부 순한 얼굴의 인권친화적 접근을 한시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대신 방역수칙을 위반한 외국인에게는 무관용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고 실제 강제퇴거 조치도 행해졌다.
이주민에 대한 정부의 방역 정책은 이주민이 코로나19 취약 계층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정부 유관 부처, 지자체 등 국가 역량을 총력 동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중점', '특별' 등의 이름을 달고 추진되었다. 질병관리청은 정례보고에서 외국인 확진자 발생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하면서 '위험요인'(정부가 외국인 확진자를 일컫는 표현)을 관리하고 있다. 방역당국에게 외국인 확진자가 늘거나 예방접종률이 낮은 것은 방역 관리의 위기였다. 이주노동자 밀집사업장은 중점관리사업장으로 지정되고, 명절연휴, 연말, 핼러윈 데이 즈음에는 외국인 밀집시설 · 사업장에 특별방역.점검이 실시되고, 외국인 백신접종률이 낮으면 방문접종, 원스톱 예방접종이 추진되었다. 서울시, 경기도, 경남 창원시, 김해시 등 외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자치단체는 이주민 밀집지역에 임시선별진료소가 차려지거나 새벽 시간이나 휴일에도 운영되었다. 김해시는 '외국인 대상 특별접종부스'를 운영했고, 경기도와 도내 기초단체는 ‘찾아가는 코로나19 예방 접종 버스'를 운행했다.
방역당국이 외국인을 '특별하게 다룬 정책이 외국인의 확진율이 높거나 예방접종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면, 외국인 확진자가 증가하거나 그런 징후가 뚜렷하지 않음에도 정책이 현실을 앞지르거나 예단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지난해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곳곳에서 외국인 채용시 또는 1인 이상 외국인 고용 기업의 진단조사를 의무화한 행정명령이 추진된 것은, 외국인 대상 방역 총력전에서 무엇이 소홀히 다루어졌는지 말해준다. 지난해 봄 처음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추진한 전수조사 행정명령은, 그 직후 해외 변이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주최한 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 방역대책 주요 대응 중 하나로 보고되었다. 이 회의에서 외국인은 해외 입국자와 더불어 방역 취약의 진원지인 것처럼 치부되었다. 그러나 외국인의 확진율 증가 추세를 입증하지 않고 국내 체류 외국인을 해외 입국자와 구별하지 않은 채 하나인 양 다룬 것은 가볍지 않은 오류였다.
전수조사 행정명령에 대해 인권침해 논란이 따르자 코로나바이러스-19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서울시 등에 입장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10월 초 김해의 외국인 이용 음식점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자 김해시도 외국인 고용기업 전수조사 행정명령을 추진했다. 김해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중 “국민은 치료 및 격리조처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감염병 예방 활동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행정명령의 근거로 삼았다.
사회적 논란이 따르는 문제의 예봉을 누그러뜨리는 데는 법 규정보다는 과학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산시의 경우 외국인감염률이 내국인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온 결과를 통해 행정명령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외국인 고용 기업 전수조사에서 일반인의 일제검사 양성률이 0.01~0.02%인데 반해 외국인은 0.12%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진실의 일부분을 드러낼 수 있을 뿐 다른 이면을 감출 위험을 배제하지는 않는지, 외국인의 코로나19 양성률이 내국인보다 최대 10배 이상 높게 나온 것을 입증하는 '과학'이 외국인에게만 적용되거나 외국인을핵심표적으로 삼는 '정책'을 합리화할 수 있는지, 내국인이 외국인의 인권침해 위에서 방역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한지에 대한 의문은 망각되었다.
내국인에게서 감염병 유행이 일어날 때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외국인에게서 같은 일이 일어날 경우 다른 반응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면, ‘내국인은 보편적이고 일반적 존재로 외국인은 예외적이고 특수한존재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인식은 방역사태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통해서도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내국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될 경우 두드러지는 것은 내국인이 아니라 해당 직종의 감염취약성이다. 반면 외국인이 확진될 경우 그 외국인은 단숨에 외국인 전체의 대표성을 띠게 된다. 김해시 외국인 이용 식당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잇따라 나왔을 때 방역 당국은 연일 촉각을 곤두세웠다. 외국인 고용기업전수조사를 추진한 것으로 대응한 김해시로서는 인권침해 논란으로 이미시끄러웠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의 위험부담은 외국인이 퍼뜨린 위험한 상황보다 크지 않은 문제였는지 모른다.
방역당국이 외국인에게서 느끼는 특별한 위기의식은 지난해 연말 행러윈 데이 때의 대응에서 외국인 밀집지역을 집중 단속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지자체에서 어린이집, 학원, 교습소 등에 공문을 보내어 모임 자제를요청할 정도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행사에 대해 당국이 유독 '외국인'을부각한 것은 과잉 대응이라고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주민을 방역취약과 연결 짓는 것은 물론 근거 없는 편견에만 기초한다고는 볼 수 없다. 이주민 등 소수자가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보건적 상식으로 굳어져왔다. 코로나19만 보더라도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이주민이 취약하다는 보고가 쏟아지고 있고 이를 실증적으로 입증하여 체계화하려는 연구도 시도되었다. 미국의 경우 소득이 낮고 미등록 이민이 몰려 사는 군(郡)의 감염률이 높고, 라틴아메리카 출신이나 스페인 단일 언어 사용 인구가 많은 주와 군의 감염률과 사망률이 높다. 14) 전세계적으로도 코로나19 감염 수치가 가장 높은 20개국 중 13개국은 인구의 최소 3.7%가 이주민이며 이 국가들 중 9개국에서는 8% 이상이 이주민으로 나타나, 세계 전체 인구의 3.6%가 이주민임에 견주어 이주민이 코로나19감염에서 과다대표성(평균보다 비율이 더 높음)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15)16).
그러나 이런 결과가 외국인의 감염병 위험을 실제 이상으로 부풀림으로써 편견을 낳거나 낙인효과로 이어진다면 우려스럽다. 이주민을 감염병에 취약한 존재로 내몬 근본적인 원인의 일부를 인종차별이나 제노포비아에서 찾을 수 있음에도, 이주민이 감염에 취약한 현실만 유독 부각시킴으로써 이주민들에게 인종차별이나 제노포비아를 조장하는 악순환의 결과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주민이 감염병의 피해자라는 사실보다 병을 퍼뜨리는 위험한 존재라는 점이 부각될 경우의 폐해는 감당하기 힘들다. 원인에는 눈을 감고 원인이 낳은 결과에만 집중할 경우 그 결과가 거꾸로 원인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바다.
감염병 차단을 최선의 목표로 삼는 방역 정책 과정에서 이주민은 자신의 뜻을 활발하게 개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방역 당국은 이주민과 원활히 소통하는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마련하지 못했다. 내국인에게는 감히 적용할 수 없는 정책이 외국인에게는 경계심 없이 추진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와 인권에 빨간 불이 켜진 위험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직업, 거주, 생활공간 등 이미 많은 영역에서 분리가 진행되고 있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삶은 방역 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더 심화된 징후를 느낄 수 있다. 외국인 대상 방역정책이 외국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불신, 편견, 혐오, 공포와 과연 무관하게 추진되었는지 당국은 자문해야 한다.
2. 노동권,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멀리
최근 방역당국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의 하나는 “최선의 방역은 백신접종이다”이다.
이주민의 코로나19 집단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열악한 노동환경, 밀집거주 형태, 미등록 외국인의 경우 신원 노출 우려 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17) 이 점에서 정부의 방역 정책은 방역 위기 사태에서 이주민들이 고용 제도나 사회안전망에서 겪는 차별이나 불평등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했다.
이민자를 '외국인’과 ‘귀화허가자'로 나눈 정부의 ‘주요고용지표'18)에서, 고용률의 경우 외국인은 2019년 5월 65.3%, 2020년 5월 63.7%, 2021년 5월 64.2%의 흐름을 보였으며, 같은 기간 귀화허가자는 64.8%, 59.1%,63.6%로 나타났다. 실업률에서 외국인은 2019년 5월 5.5%, 2020년 5월7.6%, 2021년 5월 6.0%였으며 같은 기간 귀화허가자는 6.0%, 7.7%, 6.0%였다. 앞의 통계에서 모두 팬데믹을 기점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되었다가개선되고 있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팬데믹 이전의 상황으로회복하지 못했으며 터널 끝이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주민의소득을 보완하는 대책이 필요했다.
항공편 중단이나 감축에 따라 외국인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농어촌에서 일손 부족을 호소하자, 정부는 국내 취업활동기간이 만료된 고용허가제취업 외국인에게도 농어촌 계절취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응대했다. 정부는 출국이 어려운 외국인 취업자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고 강조했지만, 계절노동자제도는 외국인 취업자를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었다.1개월~5개월 간 외국인 취업을 허용하는 초단기 취업 제도로서 비전문 외국인 취업 전용 제도인 고용허가제가 있음에도 농어촌의 요구에 따라 변칙적으로 운용해온 것이었다. 정부는 계절노동자제도 운용에서 30일 중 2일휴무가 가능하며 그마저도 농가와 협의하여 근로시간과 휴무를 조정할 수있다고 함으로써 이주민 지원 단체가 지적한 대로 탈법의 길을 스스로 열어놓았다. 과도한 노동유연성으로 인권침해를 일으킨다고 집중적 비판을 받아온 제도에 손질을 가하기는커녕 방역위기를 빌미 삼아 오히려 제도의 폐해를 키운 격이다. 정부는 취업이 허용되지 않았던 동반입국자 가족에까지 계절노동자 취업 폭을 넓힘으로써 팬데믹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내국인 사용자의 이익을 보완하는 데 치우치느라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호는 뒷전에 두었다.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출국이 예정된 외국인 취업자의 취업기간을 직권으로 1년 연장한 조처에서도 정부의 행태는 되풀이되었다. 이조처도 고용허가제 입국자가 크게 떨어지면서 인력의 원활한 수급이 시급했던 사용자의 이익을 맞추는 데 급급했다. 시행 20년이 넘은 고용허가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발적 이직 금지 등 외국인 취업자의 시민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뿌리 깊은 독소조항을 손보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 정부로서는 팬데믹 상황을 제도 손질의 적기로 삼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의 시각에서 외국인 고용사업장은 팬데믹 이전에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졌을 뿐이다. 팬데믹 상황은 비전문 외국인 취업제도의 폐해를 키우거나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구조적으로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통계에서 2021년 5월 현재 외국인과 귀화허가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55.8%와 69.3%이며, 산재보험 가입률은 각각 67.9%와 67.8%이다. 또 지난 1년간 교육이나 훈련을 경험한 사람은 외국인은 10.0%, 귀화허가자는 12.3%에 그쳤다. 이처럼 이주민의 고용이나 사회안전망의 부실함도 구체적인 통계를 통해 입증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도 정부의 보완이나 개선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방역 위기 사태에서 사회안전망을 지키는 최저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건강보험증에 등재된 결혼이민자 본국 가족을 제외한 외국인은 일부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지원에서 배제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주민의 노동권과 사회권 보장은 방역 정책의 성패와 궁극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정책의 장기적인 밑그림이나 전망을 그리지 못하고 백신 접종률 제고에만 매달리는 것은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다. 한명이라도 더 발굴하여 예방접종을 하게 하거나 접종률 100%를 달성하는 것이 방역의 전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백신접종이 아닌 노동사회정책이, 물리적 백신이 아닌 사회적 백신이 최선의 방역이 된다는 점을 당국이 깨달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 일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외국인 대상방역정책이 차별의 혐의를 벗지 못하고 추진되는 한, 이주민이 외국인주민으로서 내국인주민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시사점이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야기한 방역위기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거나 일깨워주지는 않았다. 다만 그동안 잠복해 있었거나 메아리 없이 외면당한 묵은 문제들을 새삼 부각했을 뿐이다. 외국인 전수조사의 인종차별 가능성을 지적한 국가인권위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은 평등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크게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누구나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누구도 인권보호체계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최선이라는 점, 모두를 위한 평등 실현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이 아름다운 발언은 당면한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다분히 수사학에 치우친 감이 있다. “코로나19는 평등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오도했고,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약자인 외국인 주민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점, 방역을 위해서는 누군가를 인권보호체계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방역 대응이 다급해지자 법무부가 일부 인권 지향적인 조처를 취한 것에서는 인권이 정치적 유용성에 따라 거리낌없이 활용되는 측면을 볼 수 있다. 정부가방역정치에서 이주민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그들의 요구를 경청하는 전환의 길은 아직 남아 있다.
자신의 근거지를 떠나 낯선 땅에 유입된 이주민은 자신을 환대하지 않는 시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찾아야 한다. 자기 고유의 빛깔을잃거나 평범해지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거스르는 방향이지만 이주민에게는 생존 대책의 일종이 될 수도 있다.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높게 매겨져 방역 정책의 집중적인 대상이 되더라도 달가워하는 이주민은없을 것이다. 다수와 구별되거나 표적 대상으로 다루어지거나 부정적으로언급될수록 이주민들은 주류 집단 속에 스스로 묻혀 부각되지 않는 길을택할 것이다.19) 국내 거주 이주민의 사회통합 과정은 이주민이 내국인 주민 속에 들어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것을 부추길 권한이 우리 사회에 있는지 묻게 된다.
정문순
경남이주민센터 연구실장
1) 이 글에서는 '외국인'을 외국인주민, 이주민, 이민자, 이주노동자, 외국인노동자, 외국인근로자 등으로 필자의 편의나 문맥에 따라 혼용하여 쓰기로 한다. 별도의 설명이 없다면 가리키는 대상은 같다.
2) Katharine Jones, Sanushka Mundaliar and Nicola Piper, "Locked down and in limbo: The global impact of COVID-19 on migrant worker rights and recruitments, Internati onal Labour Organization(2021.11.22.), 8쪽. (https://www.ilo.org/wcmsp5/groups/p ublic/---ed_protect/---protrav/---migrant/documents/publication/wcms_82198 5.pdf)
3) https://www.migrationdataportal.org/themes/migration-data-relevant-covid-19pandemic, Last updated on 1 December 2021.
4) Ryan Whitacre, Adeola Oni-Orisan, Nadia Gaber, Carlos Martinez, Liza Buchbinder, Denise Herd& Seth M. Holmes, COVID-19 and the political geography of racialisatio ni Ethnographic cases in San Francisco, Los Angeles and Detroits. An international Journal for Research, Policy and Practice, Volume16, 2021.3.30. (https://doi.org/10. 1080/17441692 2021 1908395)
5) Califonia Department of Public Health, "COVID-19 Race and Ethnicity Data), (https:/
/www.cdph.ca.gov/Programs/CID/DCDC/Pages/COVID-19/Race-Ethnicity.aspx)6) Katharine Jones 외, 앞의 책, 36쪽. 7) 위의 책, 26쪽.
8) 위의 책, 29쪽.
9) 위의 책, 29쪽.
10) 위의 책, 28-30, 36쪽.
11) 앞의 책, 6-7, 12-14쪽, 20쪽.
12) 위의 책, 28-30쪽, 36쪽.
13) 위의 책, 26.
14) Mireya Vilar-Compte, Pablo Gaitán-Rossi, Lucía Félix-Beltrán & Arturo V. Bustam ante, [Pre-COVID-19 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Among Mexican Migrants in Los Angeles and New York City and Their Increased Vulnerability to Unfavorable Health Outcomes During the COVID-19 Pandemics, "Journal of Immigrant and Minori ty Health』 volume 24, pages65~77 (2022), Published:010ctober2021 (https://link.spri nger.com/article/10.1007/s10903-021-01283-8)
15) 각주 3의 자료.
16) Sally E Hayward, Anna Deal, Cherie Cheng, Alison F Crawshaw, Miriam Orcutt, Tushna F Vandrevala, Marie Norredam, Manuel Carballo, Yusuf Ciftci, Ana Requena -Mendez, Chris Greenaway, Jessica Carter, Felicity Knights, Anushka Mehrotra, Farah Seedat, Kayvan Bozorgmehr, Apostolos Veizis, Ines Campos-Matos, Fatima Wurie, Teymur Noori, Martin McKee, Bernadette N Kumar, Sally Hargreaves, the ESCMID Study Group for Infections in Travellers and Migrants(ESGITM), Clinical outcomes and risk factors for COVID-19 among migrant populations in high-income countries: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Migration and Health, Volume3, 2021,1 00041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666623521000088) 이 문서에 2020년 당시 고소득 국가의 이주민들이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사례들이 많이 소개 되어 있다.
17) 대한민국질병관리청, 「추석 연휴 외국인 방역 및 예방접종 대책 추진 보도자료,2021.9.15.(http://ncov. mohw.go.kr/tomBoardView.do?contSeq=367888)
18) 통계청,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2019년, 2020년, 2021년) (https://kostat.go.kr/portal/korea/kor_nw/1/3/4/index. board), *이하 이민자 고용 관련 통계는 여기에서 인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