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기후위기

기후위기와 주택난의 딜레마: 그린벨트 해제, 해법인가 재앙인가

김선경
기사 듣기

폭염이 일상이 되어가는 2024년 여름,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정책이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추진되는 이 정책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아니면 도시 환경을 악화시키는 부작용만 낳을까. 기후위기와 주택난이라는 두 가지 시급한 과제 앞에서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광주과학기술원 윤진호 교수의 최근 연구는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2030년대부터는 매년 여름이 평년보다 더운 '폭염의 일상화'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재난 수준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로 올해 서울의 열대야 기록은 2018년(26일)을 넘어섰고, 온열질환자 수도 3,000명을 넘어 역대 2위 기록을 갱신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콘크리트 구조물, 냉방 시설, 자동차 등으로 인한 열 방출로 열섬 현상이 가중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 주변의 그린벨트는 열섬 현상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녹지화만 충분해도 폭염 피해를 어느 정도 경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이 소중한 녹지대의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8·8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의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8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의 계산대로라면 8만호 공급에 필요한 면적은 12.83㎢(약 388만평)이다. 얼마나 큰 규모일까? 서울에 있는 전체 그린벨트 면적이 149㎢임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게다가 실제로는 이보다 더 넓은 면적이 필요할 수 있다.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규모였던 남양주 왕숙 신도시의 경우, 10.29㎢에 5만2000호를 계획했다.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8만호를 위해 필요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16.4㎢로 늘어난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규모로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주택을 공급하면 주택난이 해소될까?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18년 12월, 9000호 규모의 송파 헬리오시티가 입주를 시작했을 때 송파구의 아파트 전세 시장은 잠시 안정세를 보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송파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8년 12월 73.6포인트에서 2019년 1월 73.3포인트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하락세는 2019년 5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9000호라는 대규모 공급의 효과가 반년 만에 사라진 것이다.

 

더 큰 규모의 공급 계획에도 불구하고 집값 안정 효과는 미미했다.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통해 200만호 이상의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떨어지지 않았다. 이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까지 주택을 공급해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 공급 효과 외에도 환경적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그린벨트 중에서도 '이미 사용 중이어서 보존 효과가 미미한 3등급' 위주로 주택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3등급 그린벨트'는 해제하더라도 '대체 녹지'를 지정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결국 도시의 녹지 면적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도시 면적을 늘리고 녹지를 무턱대고 줄이면 가뜩이나 심각한 더위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주택 공급 효과는 불분명하고 확신하기 어렵지만 폭염이 강해질 것이란 건 '피하기 어려운 미래'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주택 공급 정책과 장기적인 기후 대응 정책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8 부동산 공급대책이 발표된 직후 그린벨트 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린벨트 해제로 집값을 잡아낸 역사는 없다"며 "녹지만 줄어들 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도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은 그린벨트 해제 정책이 단기적인 효과에 치중한 나머지 장기적인 환경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도시나 건물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이윤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폭염에 취약한 노령 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외곽으로 밀려난 축사, 양계장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주택 공급 확대를 넘어 도시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거주 환경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주택 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단기적인 주택 공급 증대와 장기적인 환경 보호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오는 11월, 정부는 그린벨트 중에서 구체적인 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대체 녹지 계획이나 환경 영향 평가 등이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그린벨트 해제 외에도 도시 재생, 노후 주택 리모델링 등 다양한 대안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도시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한 주택 공급,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건축 기술의 도입,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 설계 등을 통해 주택난 해소와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문제는 단순히 주택 공급 확대나 그린벨트 보존의 문제를 넘어선다. 기후변화 시대에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더 큰 과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전문가, 시민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단순한 정책 결정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다. 당장의 주택난 해소라는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 악화라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반면, 환경 보호에만 치중하다 보면 주거 불안정이라는 또 다른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 해법이 아닌 장기적 비전이다. 주택 정책과 환경 정책을 별개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두 가지 과제를 조화롭게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단순한 정책 debate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