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대학가 상권의 몰락: 황금시대의 끝과 불확실한 미래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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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젊음의 상징이자 트렌드의 중심지였던 서울의 주요 대학가 상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신촌, 이대, 홍대를 비롯해 고려대, 건국대 등 주요 대학 주변 상권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빈 점포가 늘어나고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대학가 상권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왜곡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신촌ㆍ이대 지역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8.3%에 달했다. 이는 서울 평균 공실률 5.8%의 3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이 지역은 2015년 2분기부터 2년 이상 공실률 0%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몇 년 사이에 얼마나 급격한 변화가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홍대ㆍ합정 일대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 역시 9.8%로, 서울 평균(8.4%)을 웃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높은 임대료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홍대 상권에 속하는 마포구 서교동의 3.3㎡(1평)당 월 환산 임대료는 2021년 1분기 14만8284원에서 2023년 1분기 19만553원으로 2년 만에 28.5%나 상승했다. 신촌 지역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같은 기간 서대문구 신촌동의 임대료는 3.3㎡당 12만8423원에서 17만3821원으로 35.4%나 올랐다.

이처럼 가파른 임대료 상승은 소상공인들의 경영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물가 현상이 겹치면서, 영세 상인들은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은 늘어나고, 매출은 줄어들며, 비용은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대학가 상권의 몰락을 단순히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상권의 노후화와 특색 상실 역시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과거 각 대학가마다 고유한 문화와 분위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점포들로 채워져 있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매력이 줄어들면서 발길이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성수동, 연남동, 청담동 등 새롭게 떠오르는 상권들의 등장도 기존 대학가 상권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신흥 상권은 독특한 분위기와 다양한 콘텐츠로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대학가 상권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한 채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대학가 상권 쇠퇴의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의 증가와 함께 캠퍼스 생활이 줄어들면서, 대학 주변 상권을 이용하는 빈도가 자연스럽게 감소했다. 또한 배달 앱의 발달로 인해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로 인해 대학가 상권은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개별 상인들의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권이 쇠퇴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임대료 문제 해결을 위해 '상생협약'이나 '임대료 연동제' 등의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 건물주와 임차인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상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대학가 상권만의 특색을 살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각 대학의 특성과 지역의 문화를 반영한 독특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중심으로 상권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의 전통과 연계된 테마 거리를 조성하거나, 지역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문화 공간을 만드는 등의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도 중요하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금융 지원, 임대료 지원, 컨설팅 등 다각도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노후화된 상권의 리모델링을 위한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상권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대학가 상권의 포지셔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외부 방문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변모를 꾀하는 것이다.

대학가 상권의 위기는 단순히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패턴, 온라인화되는 일상,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왜곡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상인, 건물주, 지자체,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대학가 상권의 부활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활력과 다양성을 회복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상권으로 거듭나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대학가 상권에 필요한 변화의 방향일 것이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