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 김진(66·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최근 복간된 잡지 〈사상계〉 보수 좌담 이후 쏟아지는 논쟁을 정면 돌파했다. 그의 핵심어는 두 가지였다. “정상국가”와 “석두증(石頭症)”. 전자는 헌정‧시장‧안보‧복지의 기본 질서를 뜻하고, 후자는 극우 진영을 관통하는 음모론적 사고의 고착을 가리킨다. 김진은 “보수가 ‘정상국가’라는 가장 상식적인 목표를 지키려면 먼저 내부에 박힌 세 개의 돌멩이―5·18 북한군설, 총선 부정선거론, 윤석열 계엄 미화―부터 적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 (사진=ASIA24 촬영)
김진 (사진=ASIA24 촬영)

 

김진은 극우와 보수를 구분해야 한다는 전제를 놓고 이야기를 풀었다. “보수를 ‘우(右) 전체’로 범주화하면 오진(誤診)이 시작된다. 합리적 보수와 극우는 좌파와 보수만큼 거리가 멀다”고 못 박았다. 그에게 극우란 한국전쟁 이후 우파 진영이 한꺼번에 맞닥뜨린 세 개의 충격―박근혜 탄핵, 2020년 총선 참패, 2024년 윤석열 비상계엄 시도―를 소화하지 못해 이념적 강직증에 걸린 집단이다. 김진은 “탄핵 이후 분노를 해소하지 못한 일부 강경층이 유튜브 약장수들의 ‘부정선거 해법’에 중독돼 뇌가 굳어버린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극우의 주적(主敵) 규정법도 문제 삼았다. “중국의 공작이 뒤에 있다, 간첩 99명이 계엄 전야에 체포됐다는 식의 주장은 불확인 정보로 군중을 움직인다. 국익을 해치는 선동이다.” 김진은 중국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다뤄야 할 이웃이자 최대 시장”으로 정의한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이 ‘축’이라면, 중국은 그 축을 중심으로 도는 ‘륜’이라는 설명이다.

매해 늘어나고 있는 국내 가짜뉴스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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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 청년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생활경제 의제 네 가지를 꼽았다. ① 스타트업 자본 조달 규제 완화, ② 스톡옵션 과세 유예 패키지, ③ 1인 가구 맞춤형 기본소득, ④ 병역기간 최적화 및 군 기술교육 확대. 김진은 “20‧30세대가 체감하는 자유는 반공·주체사상 논쟁이 아니다. 월세와 소득, 안전에 대한 가시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재건 해법도 제시했다. 핵심은 당 대표 선출 방식의 혁신이다. “영남권 책임당원이 당내 의사결정의 과반을 쥐고 있는 구조에선 ‘현실 자각’이 일어나기 어렵다. ‘탄핵에 찬성했던 인물’을 전면에 세워야 TK 갈라파고스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채 거론한 인물은 한동훈 전 장관으로 해석된다. 그는 “‘탄핵 찬성’이 보수에 금기어가 된 순간부터 정상국가라는 목표가 날아갔다”며 “차기 전당대회에서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수도권·청년층 표심 복귀는 물 건너간다”고 단언했다.

현대사를 보는 김진의 관점도 명확하다. 박정희 시절을 “독재냐 성장 모델이냐” 구도로 축소하는 논쟁은 불모라고 본다. “60~70년대 한국은 극빈국이었다. 자유를 잠시 유보하고 성장 인프라를 까는 선택이 불가피했다. 산업화 성과가 없었다면 이후 민주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 시절을 단순 미화하는 것도, 21세기 인권 잣대로 매도하는 것도 역사 오독(誤讀)”이라며 “국가는 단계별 과제를 푼다”는 현실주의를 제시했다.

김진은 끝으로 “보수가 품위를 잃으면 모두 잃는다”는 말을 남겼다. “극단적 언어로 상대를 저주하면, 대중은 먼저 그 언어의 품격을 본다. 국민은 보수가 국가 주인이라는 자존감을 회복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보수가 정상국가의 품위를 지키고, 좌파 정부가 시장과 헌정을 시험할 때 합리적 대안을 내놓는 구조가 정착돼야 민주주의가 산다”고 덧붙였다.

김진에게 정상국가를 지키는 첫 걸음은 내부 수술이다. 비판의 칼끝은 극우 진영을 향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보수 진영 전체의 재생이다. “수술은 아프다. 그러나 고칠 수 있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보수의 자기 혁신이 실패한다면, 그의 표현처럼 “석두증은 한국 보수의 사망선고”가 될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