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제(鄭奎載, 1957년 부산 출생으로 고려대 철학과와 경영대학원을 거쳐 《한국경제신문》 주필을 지낸 뒤 2018년 보수 인터넷매체 ‘펜앤드마이크’를 창간하고 유튜브 ‘정규재TV’를 운영하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해 전국적 주목을 받은 시사평론가) 펜앤드마이크 주필은 최근 복간된 《사상계》 여름호 보수 좌담에서 한국 정치의 현재를 “집단 난투극 직전으로 달아오른 과열 민주주의”라고 표현했다. 79 %라는 역대 최고 수준 투표율을 두고 “시민 참여의 활력으로 자축할 일이 아니라, 체온계를 깨고 40도를 찍은 몸 상태를 직시할 순간”이라는 비유가 뒤따랐다. 그에게 높은 투표율은 건강의 징표가 아니라 병적 징후다. 정규제는 “모든 세대와 성별이 집안 식구처럼 갈라져 투표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사회적 갈등은 언젠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그는 민주주의가 자주 맞닥뜨리는 자기 부정의 경로를 고대 아테네‧로마 사례로 되짚었다. 그러면서 박근혜 탄핵 국면 이후 한국 정치 양대 진영에서 동시에 진행된 “검찰·사법 총동원 보복”을 아테네 말기의 소송 정치에 비견했다. 좌파가 ‘적폐 청산’을 명분으로 전직 대통령과 보수 엘리트를 사법 처리하자, 우파는 검찰총장을 대권후보로 영입해 맞불을 놨다. 정규제의 표현을 빌리면 “군부의 빈자리를 검찰 권력이 차지하며 군사정권을 검찰정권으로 갈아 끼운 셈”이다.
검찰 권력의 비대화는 곧바로 보수 정당 구조로 연결된다. 그는 국민의힘을 ‘검‧판사당’이라고 부른다. 당 지도부와 공천 구조 전체가 검사·판사·정보기관 출신 네트워크에 예속돼 있고, 이 서열에 TK 지역 조직이 덧씌워져 “사농공상의 조선조 계급정치가 21세기 껍질만 쓰고 되살아났다”는 지적이다. 정규제는 이 구조가 윤석열 계엄 기획부터 탄핵 대응, 전당대회 운영까지 모든 위기 순간에 “조직적 오류를 복제한다”고 본다. 그의 진단은 간명하다. “국민의힘은 실질적 의미에서 아직 문민 정당이 아니다.”
보수 진영이 여전히 ‘문민 정치’에 도달하지 못한 사이, 진보 진영은 운동권 정당에서 민간 정당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고 그는 평가한다. “이재명 체제가 2024년 총선 과정에서 종북 운동권을 사실상 축출하며 민주당을 대중 선거 정당으로 바꿔 놓았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보수가 회생하려면 “검찰 귀족과 TK 올드보이가 포개진 이중 갑옷”부터 벗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윤석열 계엄과 같은 폭주가 반복될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정규제는 한국 보수가 지켜야 할 정치철학을 자유민주주의 네 글자로 압축한다. 그는 “민주주의라면 다 같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못 박는다. 자유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민주주의는 결국 대중독재나 인민민주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고다. “공동체주의가 개인을 삼키는 순간, 민주주의는 자유의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진다”는 논리다. 그는 헌법 8조에 규정된 정당제도를 개인의 자유를 전제하는 장치로 보지만, 현실에서 국민의힘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고 판단한다. “검찰이 대통령 후보를 만들고, 당은 공모하고, 개인은 사라졌다”는 냉소가 뒤따른다.
20·30세대가 보수 진영에서 이탈한 이유도 여기서 찾는다. “청년은 이념 1, 즉 반공·건국 서사보다 월세·창업·커리어 같은 이념 2에 반응한다. 그런데 보수는 청년 문제를 다룰 언어가 없고, 검사·사법·음모 담론만 있다.” 그는 택시비‧병역‧노동시장 같이 체감도 높은 의제에서 시장을 살리는 작은 정부와 불공정을 바로잡는 강한 정부를 동시에 제시해야 청년이 돌아온다고 말한다. “보수가 자유를 외치면 세금을 줄인다는 뜻인지, 재벌 특혜를 지키겠다는 뜻인지 청년이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한다.
극단적 대결 구도를 식히는 방법으로 그는 ‘투표율 60 %대 복귀’를 거론한다. 정치적 에너지를 이성으로 낮추려면 당장 다가올 총선에서 세대별·젠더별 차별화 전략 대신 ‘갈등 완화형 공천’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예컨대 TK 의석의 일부를 비TK 청년에게 열어 주거나, 수도권 험지에 영남 중량감을 과감히 투입해 지역 고착화를 흔드는 방식이다. 그러려면 검사·TK 귀족 구조를 깨뜨릴 수 있는 새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규제는 자유통일 의제를 ‘보수가 다시 품격을 찾을 시험대’로 제시한다. “헌법 3·4조에 못 박힌 자유통일 목표를 등한시하고선 보수가 안보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장마당 경제와 중국의 한반도 관여를 동시에 고려한 단계적 흡수 전략을 언급하면서, “북 인권·시장 접촉·국제 공조라는 세 축을 놓고 실사구시 로드맵을 제시해야 진보 정부의 퍼주기 논리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결론은 민주주의 과열을 식히는 일,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재정립하는 일, 국민의힘을 진짜 문민 정당으로 바꾸는 일이 동시에 벌어져야 보수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품위를 잃으면 모두를 잃는다”는 조갑제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품위의 첫 걸음은 나와 다른 진영을 모욕하지 않는 언어다. 두 번째는 사실에 대한 치열한 검증이고, 마지막은 권력 욕망을 스스로 제한하는 규칙이다. 세 가지를 동시에 회복할 때만 우리는 80 % 투표율이 아니라 60 %대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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