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자동차보험

보험료 3% 인하 효과는 신기루? 소비자 희생해 보험사 배만 불리는 車보험 개편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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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 쓰려면 돈 더 내라” – 인증부품 강제에 선택권 박탈 논란

오는 8월 16일부터 자동차 사고로 차량을 수리할 때 보험사는 순정부품(OEM)이 아닌 국토교통부 인증 대체부품(품질인증부품) 기준으로 수리비를 산정하게 된다. 성능과 기능이 정부로부터 인증된 부품을 우선 쓰도록 해 부품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에 따르면 인증부품은 정품 대비 평균 35~40% 저렴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는 선택의 여지가 사실상 없어진다는 점이다. 개정 약관 하에서는 차주가 “값이 비싸도 안전한 순정부품으로 고쳐달라”고 요구해도 보험금은 저가 인증부품 가격만큼만 지급되고, 차액은 피해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성능이 같다면 더 저렴한 부품을 쓰자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결과적으로 사고 피해자가 자기 차를 원래 부품으로 고치고 싶으면 자기 돈을 더 내야 하는 모순적인 구조가 된다.

 

보험 소비자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말도 안되는 정책”이라며 피해자에게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 침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행정안전부 온라인 청원창구 ‘청원24’에는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변경을 철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수천 명이 동의했다. 소비자들은 특히 “교통사고 피해자가 가해자도 아닌데 왜 값싼 부품으로 수리해야 하느냐”고 성토한다. 실제 국내 자동차보험 수리에서 비(OEM) 대체부품 사용률은 2023년 기준 0.5%에 불과할 정도로, 사고 시 정품 부품 사용이 당연시되어 왔다. 그만큼 안전과 직결된 수리에 있어서는 운전자들이 정품을 선호해왔는데, 이번 조치로 이러한 소비자 선택권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에서도 “이미 일부 현장에서 소비자에게 고지 없이 인증부품을 적용하거나 순정부품 요청 시 견적에서 제외하고 차액 부담을 안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사후 분쟁 소지를 우려한다. 보험금 지급 기준이 바뀌면서 수리 품질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분쟁이 빈발할 거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인증부품 제도의 투명성과 신뢰성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현재 국토부로부터 대체부품 품질인증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사단법인 한국자동차부품협회(KAPA) 단 한 곳뿐이다. 소비자들은 “사실상 KAPA 독점 체제”라며 불신을 표시한다. 인증 과정의 객관성 확보와 책임소재 규정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품질을 인증했다지만 제3자 단체가 내린 인증에 불과하며, 추후 부품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제조사 공식 부품이 아닌 경우 누가 책임을 질지 명확하지 않다. 요컨대 가격 인하 명분으로 소비자에게 검증되지 않은 값싼 부품 사용을 강제하고, 그로 인한 리스크는 소비자 몫으로 남기는 셈이다.

“경상 환자는 딱 8주만 치료?” – 의료계 “건강권 위협하는 폭거”

또 다른 논란은 교통사고 경상 환자 치료비 보상의 기간 제한이다. 국토부는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상해 12~14등급)의 경우 사고일로부터 최소 8주까지만 보험사의 치료비 지급 보증을 인정하기로 했다. 즉 가벼운 접촉 사고 등으로 병·의원 치료를 받는 환자라면 8주 이내의 치료비만 보험 처리가 기본이고, 8주가 넘어서 추가 치료를 받으려면 의료기관의 진단서와 치료 경과 자료를 제출해 보험사로부터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당한 근거를 대지 못하면 더 이상의 보험금 지급보증이 중단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일부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상 환자의 90%는 사고 발생 후 8주 안에 치료를 끝낸다며, “일부 보험금 상향 목적의 과도한 장기치료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 배경을 밝혔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이번 입법예고를 두고 “피해자 치료는 뒷전이고 자동차 보험회사 이익만 우선시하려는 독단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치료 연장 여부를 보험사가 좌우하게 되면 교통사고 피해자의 정당한 치료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미 보험사가 경상 환자에게 “치료를 더 받지 말라”고 압박하거나 진료비 지급을 조기에 종결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의료진의 판단보다 보험사의 비용 논리가 치료 기간을 결정하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8주라는 임의의 기간으로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국토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의료계 관계자는 “결국 피해자 치료비 일부를 정부가 보험사 대신 떠안아주는 셈”이라며 “보험료 인하를 빌미로 국민 건강권을 후퇴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수리 2달 걸려도 렌트는 딱 25일” – 피해자 부담 가중되는 대차 상한제

세 번째 논란거리는 렌터카 지원 기간의 제한이다. 자동차보험 약관상 사고로 차량을 맡겨 수리하는 경우, 보험사가 인정하는 대차(렌터카) 비용 보상 기간은 “차량을 정비업체에 입고해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로 하되 최대 25일로 한정된다. 아무리 수리가 오래 걸려도 한 달 남짓까지만 렌터카 비용을 대준다는 뜻이다. 다만 차량 수리 작업 자체에 160시간 이상 소요되는 중대형 사고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30일 한도, 차량이 아예 전손(수리 불능)일 경우 10일 한도까지 인정된다. 이처럼 예외를 두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수리 지연—특히 부품 공급 지연—에 대해서는 피해자도 책임을 나눠야 하는 구조다.

피해 소비자들은 이런 조치가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예컨대 수입차를 모는 B씨는 “작은 사고라도 부품 하나 해외에서 못 구하면 두세 달은 금방 지나는데, 25일 이후 렌트비는 내가 다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실제로 비슷한 사례로 수리가 지연돼 렌터카를 50여 일 더 사용한 운전자가 약 130만 원을 자비로 부담한 일도 있었다. 약관에 못 박힌 25일 한도가 얼마나 비현실적이었으면 해당 운전자가 “부품 지연은 피해자 책임이 아닌데 왜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느냐”고 항의했다는 게 업계 증언이다. 물론 보험사들은 “렌트비 무한정 지급은 보험금 누수를 불러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된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보험사가 25일 내 수리 완료될 수 있게 부품을 구해주든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후 렌터카 비용도 책임지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소비자들의 반박도 거세다.

보험료 인하 효과는 ‘찔끔’… “보험사만 이익, 소비자는 얻은 것 없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이 같은 개편을 통해 불필요한 지급을 줄이면 결과적으로 개인 자동차보험료도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금융위는 “개선 방안으로 개인 보험료 약 3%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정작 소비자가 체감할 실익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평균 개인 승용차 보험료(약 72만 원 기준) 대비 3%면 2만 원 남짓 할인되는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런 “3% 인하” 산출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번 수치의 산정 주체인 보험개발원은 정확한 시뮬레이션 산식과 전제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불투명한 계산으로 장밋빛 효과만 선전했다”면서 공개 검증을 요구했다.

실제 자동차보험 시장 여건을 살펴보면 보험료 3% 인하 효과가 고스란히 실현될지도 미지수다. 손보업계는 1~3%씩 인하해왔지만,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도 정비업체 공임 등 원가가 상승하며 보험사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어 추가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 결국 이번 개편으로 줄어드는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하거나 공적 재정에서 메우고, 정작 보험료 인하 혜택은 유의미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자동차보험 제도 개편이 과정의 투명성과 정책 목표의 정당성 측면에서 심각한 의문을 남긴다고 평가한다. 표면적으로는 보험사기나 과잉 진료를 막아 건전성을 높인다는 명분이지만, “현장의 의견 수렴 없이 보험사 입장만 반영했다”는 비판이 각계에서 터져나온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론화 과정과 자료 공개 없이 밀어붙이듯 추진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주요 조치들이 모두 보험사의 비용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내용인데, 이에 상응하는 소비자 혜택이나 권리 증진 조치는 전무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 사례와 견줘봐도 한국의 개편안은 소비자에게 유난히 불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유럽 등 대부분의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사고 수리 부품 선택을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의료비 보상 기간을 행정지침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드물다. 렌터카 지원 역시 수리가 끝날 때까지 제공해주는 등 피해자 편의를 두텁게 보호하는 제도가 일반적이다.

결국 이번 자동차보험 개편을 두고 “공적 재정과 국민 권리를 희생시켜 민간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는 날선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누수를 막아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보장 축소와 권리 후퇴로 인한 피해이다. 자동차보험은 본래 교통사고 피해자의 충분한 치료와 원상 회복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적 성격이 강하다. 그런 보험의 기본 취지보다 보험사의 손실률 관리 논리가 앞세워진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보험료 3% 인하 약속이 실현되지 못하는 원인을 따져보면, 애초에 그 혜택이 국민이 아닌 보험사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제도를 설계하고 감독하는 당국이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정한 이해관계 조정을 소홀히 할 때, 피해자는 언제나 국민 몫으로 남는다. 이번 개편안에 쏟아지는 비판 여론은 자동차보험의 공적 기능과 소비자 권익을 훼손한 채 보험사 수지 맞추기에 급급한 정책 추진의 결과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국가 재정과 국민의 권리가 볼모가 된 이번 사례를 계기로, 보험 제도 개선 과정에 보다 투명한 산출 근거 공개와 각계 의견 수렴,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 중심의 보상 철학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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