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용인경전철 수요예측 실패와 승소

김선경
기사 듣기
경기도 용인경전철(에버라인) 열차가 텅 빈 채로 운행되는 모습. 전철 수요 예측을 실제보다 17배 부풀린 탓에 개통 후 낮은 이용률로 적자가 누적되었고, 용인시는 운영사에 약 8,500억 원을 물어주는 등 2조 원 이상의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경기도 용인경전철(에버라인) 열차가 텅 빈 채로 운행되는 모습. 전철 수요 예측을 실제보다 17배 부풀린 탓에 개통 후 낮은 이용률로 적자가 누적되었고, 용인시는 운영사에 약 8,500억 원을 물어주는 등 2조 원 이상의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경기도 용인경전철 사업은 2002년 지방선거 당시 급조된 공약에서 출발했다. 용인시는 1조 원 이상을 들여 2013년 경전철을 개통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교통연구원(KOTI)이 하루 16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실제 승객은 9천여 명 수준으로, 예측치의 17분의 1에 불과했다. 텅 빈 전철이 다니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었고, 용인시는 최소운영수입보장약정에 따라 운영사(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에 약 8,500억 원을 배상하는 처지에 놓였다. 2043년까지 추가로 메워줘야 할 예상 손실까지 합치면 시민 혈세 2조 원 이상이 낭비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사업 추진을 둘러싸고 애초에 터무니없는 수요 전망으로 무리한 사업을 벌였다는 비판이 거세졌고, 시민들은 책임을 묻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2013년 용인시민들은 지방자치법에 따른 주민소송을 제기하여 경전철 사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주민소송은 먼저 감사원이나 지자체에 주민감사를 청구하고, 그 결과에 불복할 경우 할 수 있는 제도로, 실제로 활용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이 사건에서도 1심과 2심 법원은 소송 내용이 주민감사 청구 내용과 다르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당시만 해도 주민소송은 지자체의 예산 집행상 위법만 다툴 수 있고, 사업 추진 과정 전반은 대상이 아니라는 협소한 해석이 통용되었다. 하지만 20207월 대법원이 주민소송의 대상은 감사 청구와 관련만 있으면 충분하며 내용이 동일할 필요는 없다고 판결하며 사건은 국면이 바뀌었다. 앞서 2017년 대법원도 용역 계약의 체결·이행 행위도 재무행위에 해당한다며 경전철 사업의 수요예측 용역과 의사결정 과정까지 주민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대법원이 주민소송의 범위를 넓게 해석함에 따라, 용인시민들의 소송은 비로소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침내 2025716, 대법원 2(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용인시 주민소송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의 재상고심에서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확정하고, 해당 전 시장과 연구기관이 용인시에 총 2147천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연구원 소속 개인들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책임 성립 요건을 더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며 해당 부분만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이 연구원 개인에 대한 배상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책임은 기관인 KOTI와 당사자인 전 시장에게 한정되었다.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잘못된 사업 결정으로 인한 재정 손실에 대해 선출직 공무원에게 배상책임을 물은 첫 확정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세금을 낭비한 민간투자사업에 주민소송으로 책임을 인정받아낸 첫 사례로 기록되면서, 향후 선거철마다 남발되는 경쟁적 포퓰리즘 공약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용인경전철 주민소송단은 판결 직후 혈세 낭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주민의 손으로도 가능함을 보여준 역사적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용인경전철 사례에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수요예측의 실패, 그중에서도 의도적으로 장밋빛 전망을 남발한 과대수요 예측이다. 민간투자사업(PPP)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 교통량이나 이용객 예측은 사업 승인 여부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용인경전철의 경우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예상 승객 16만 명이라는 숫자는 사업 추진의 근거가 되었지만, 실제 결과는 그 수치의 6%에 불과했다. 어떻게 이런 거짓말 같은 오차가 발생했을까? 2심을 맡았던 서울고등법원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 보고서가 “1996년 기본계획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해 합리성이 부족하고, “설문조사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노력도 없었으며, 사업성 검토보다는 사업 추진 정당화 목적이 짙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애초에 경전철을 짓기로 해놓고 숫자를 끼워맞춘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KOTI 보고서는 검토 단계에서 택지개발 계획 등 긍정 요소만 부각하고, 부정적 변수는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낙관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러한 잘못된 수요예측은 사업 결정권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고, 결국 도시철도 운행에 필요한 최소 승객조차 나오지 않는 시설을 건설하는 결과를 낳았다.

용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산-김해경전철은 201113천억 원을 들여 개통될 당시 하루 306천 명 이용을 전망했으나, 2024년 실제 이용객은 46610명으로 예측치의 약 15%에 그쳤다. 이로 인해 부산시와 김해시가 메운 적자와 운영비만 2024년까지 8,061억 원에 달한다. 의정부경전철 역시 2012년 개통 때 하루 79049명을 예상했지만 첫 해 실제 승객은 11258명으로 14% 수준에 불과했다. 의정부시와 사업자는 일정 수준(예측의 50%) 미만이면 손실보전이 안 되는 계약을 맺었는데, 실제 수요가 그 하한선에도 못 미치자 운영사인 의정부경전철5년 만에 3,700억 원 이상의 누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후 의정부시는 경전철 운영을 인수해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데, 현재도 연간 약 200억 원의 운영비 중 절반 가량(100억 원 안팎)이 적자로 남아 시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전국 곳곳의 경전철 사업에서 수요예측 실패는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사업 추진 주체는 수요를 예측하여 결정을 내렸다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건설 결정을 내린 뒤 수요를 끼워 맞춘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측이 부풀려질수록 사업성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막상 현실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그 대가는 고스란히 지방정부와 주민들의 부담으로 남는다.

특히 민간투자사업(PPP) 구조에서는 잘못된 수요예측이 가져오는 위험이 더욱 크다. 민자사업에서는 민간이 우선 건설자금을 투자하고 운영을 맡되, 운영 수입이 예상에 못 미치면 정부나 지자체가 일정 부분을 보전해주는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용인경전철과 부산김해, 의정부 경전철 모두 이런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로 인해 민간사업자는 예측이 빗나가도 일정 수익을 보장받거나 손실을 정부에 청구할 여지가 있었고, 반면 지자체는 예상보다 훨씬 큰 재정 부담을 떠안게 되었다. 잘못된 수요예측은 이렇게 민간에는 면죄부, 공공에는 폭탄이 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용인경전철 사례에서도 애초 계약에 따라 용인시가 운영사 손실을 대부분 떠안게 되면서 민간은 위험 부담 없이 돈 벌고, 시민만 피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처럼 수요예측의 정확도는 사업 성공의 열쇠이자, 실패 시 피해 규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용인경전철 대법 판결은 바로 그 수요예측 잘못에 책임을 물은 최초의 판결로서, 향후 대규모 인프라 사업의 수요 산정 과정 전반에 큰 경각심을 주고 있다.

용인경전철 소송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렇듯 복잡한 민간투자사업에서 시민들이 직접 정보 공개와 법적 대응을 이끌어내어 승리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동안 주민소송제도가 도입(2005)된 이후로도 실제 주민이 이긴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4년 말까지 종결된 주민소송 43건 중 주민 승소로 끝난 것은 단 1건뿐이었다. 그만큼 주민들이 행정의 잘못을 입증하고 배상을 받아내기가 어려웠다. 정보 비공개 관행, 복잡한 입증 책임, 시간과 비용 부담 등 여러 장벽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용인경전철 사례도 처음에는 그랬다. 주민소송을 내려면 먼저 감사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주민감사청구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데, 통상 주민들은 대형 사업의 내부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고, 감사 결과 역시 미흡한 경우가 많다. 용인 주민들도 경전철 사업의 예산 낭비를 밝히기 위해 감사원을 두드렸으나 초기에는 충분한 자료 확보와 잘못 입증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대로 감사 청구 내용과 소송 내용 불일치 문제로 하급심에서 각하되면서 한때 소송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그러나 주민소송단은 포기하지 않고 10년 넘게 법정 공방을 이어갔고, 두 번의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는 집념을 발휘했다. 2017년 대법원은 주민소송 대상의 범위를 확대 해석함으로써 민간투자사업도 주민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어 2020년 대법원은 주민감사와 소송 청구 내용의 관계를 유연하게 보아 절차적 걸림돌을 제거했다. 이러한 판례의 축적은 이번 용인경전철 최종 승소로 결실을 맺었다. 주민소송단은 선고 후 입장문에서 대형 민간투자 사업에서 주민 측이 승소한 최초 사례임을 강조하며, “혈세 낭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주민의 손으로도 가능함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판결이 가진 상징성을 높게 평가한다. 주민들이 정보 접근의 어려움과 법적 장벽을 극복하고 거둔 승리이기에, 향후 다른 지역의 공공사업에 대한 시민 감시 활동을 한층 독려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판결 직후 부산·김해경전철이나 의정부경전철 적자 문제에 대해서도 주민들이 제2, 3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용인시의 사례가 전국에 퍼진 유사 사업들의 책임 규명 움직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승소까지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은 주민소송 제도의 한계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오랜 소송 기간과 그 사이 계속된 혈세 낭비를 감안하면, 사후적으로 소송에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용인 사건이 최종 결론에 이르자 “12년 걸려 겨우 받아낸 정의라는 탄식과 함께, 애초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보공개를 확대하고, 감사 청구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의 자료 접근권을 보장하며, 신속한 재판 진행을 도모하는 등 주민소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 또한 소송이 힘든 주민들을 대신해 감사원이나 지방의회 등의 사전 견제 장치를 강화할 필요성도 강조된다. 용인경전철의 경우 감사원의 감사로 일부 문제가 밝혀졌지만 결정적이지 못했고, 결국 시민들이 직접 나서야 했다. 앞으로는 거버넌스 차원에서 대규모 사업의 부실을 조기에 잡아낼 수 있는 독립적 감시기구의 역할도 중요 과제가 될 것이다.

용인경전철 판결의 또 다른 특징은, 그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전문가 집단의 무책임성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대형 공공사업을 추진할 때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는 흔히 대학이나 연구기관, 컨설팅 업체 등에 용역을 맡겨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 그러나 조사 결과의 정확도나 객관성에 문제가 있어도, 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용인경전철 역시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시한 엉터리 수요예측이 사업 실패의 한 원인이었지만, 애초에는 이를 두고 누군가 책임을 진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국가 정책 연구기관인 KOTI214억 원 중 약 43억 원의 배상 책임을 명시함으로써, 전문가 조직도 잘못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재판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제출한 실행플랜에 과도한 수요예측에 따른 오류가 있었고 당시 용인시장이 주의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했다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여 연구기관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국내 민간투자사업 역사에서 유례가 드문 일로, 그동안 사실상 면책 특권처럼 굳어졌던 전문 연구기관의 책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주민소송단은 특히 책임 범위를 용역 기관으로까지 확장해 공공사업에서 더욱 책임감 있는 연구 풍토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한편으로 이번 사건에서는 연구원 개인의 법적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다. 서울고등법원은 KOTI 소속 연구원 3인에 대해서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이행보조자인 연구원들이 발주처(용인시)에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지려면 단순 과실을 넘어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며 원심 결정을 파기했다. 단순한 업무상 과실이나 예측 실패만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전문 인력들이萎縮(위축)되어 객관적 연구를 기피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연구원들에게 개인 책임을 지우려면 고의성이 있거나 현저히 부주의한 행위가 입증돼야 함을 강조했고, 원심이 이에 대한 구체적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기관 책임은 물어도 개별 연구자들은 면책되는 선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정리된 셈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을 두고 학계와 업계에서는 찬반 논란이 일었다. 한국교통연구원 등 해당 연구기관들은 연구진 개인에게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만약 연구자들이 결과가 틀릴까 두려워 소송을 걱정한다면 진실된 연구가 위축되고 누가 교통수요 예측을 하려고 하겠냐는 반발도 나왔다고 전해진다. 대한교통학회를 비롯한 전문가 단체들은 학술적 예측과 자문 활동에 대한 면책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연구자가 고의나 중과실 없이 통상적인 수준에서 예측 업무를 수행했다면 결과가 빗나가더라도 법적 책임을 면제하거나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는 의료 과실에 대한 면책과 유사한 논리로, 과도한 책임 추궁이 전문가 풀(pool)의 위축을 불러오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선의의 연구자까지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앞으로 교통 수요예측이나 도시계획 컨설팅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그동안 예측 실패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왔기에 부실이 되풀이되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연구 용역을 수행하는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결과에 대해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에서는, 잘못된 동기부여가 생길 위험이 있다. 발주처가 원하는 방향으로 숫자를 맞춰주고 보자는 유혹을 받기 쉽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누적되어 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용인경전철만 해도 연구진의 부실한 보고서가 없었다면 애초에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예측에 대한 사후 검증과 책임 규명 절차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연구 용역의 질이나 오류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절차적 문제만 지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전문기관에도 책임을 묻는 이번 판결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다행히 대법원이 개인 연구원들에게는 지나친 책임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기관 차원의 책임은 분명히 함으로써, 기관 대 개인의 균형점을 찾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에도 고의적인 조작이나 심각한 부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연구자 개인을 소송 당사자로까지 끌어들이는 일은 드물 것이지만, 대신 기관이나 업체는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전문기관들로 하여금 예측 업무의 정확성을 한층 더 신경 쓰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무분별한 장밋빛 보고서남발을 막고, 데이터와 과학에 입각한 책임 있는 연구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용인경전철 사태는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곳곳에서 벌어진 공공 인프라 사업 실패 사례들의 한 축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의정부경전철은 용인보다도 먼저 개통했지만 비슷하게 참담한 결말을 맞이했다. 사업 협약 당시 첫해 예상승객 79천 명을 호언장담했건만 실제 이용객은 1만 명 남짓이었다. 총 사업비 5,477억 원이 들었으나 절반도 안 되는 이용률로 2017년 파산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의정부시는 인수한 경전철 운영에 매년 200억 원의 적자를 메워가며 고심하고 있다. 부산-김해경전철도 2011년 개통 이후 매년 막대한 적자를 냈다. 두 지자체가 14년간 메운 손실만 8천억 원을 웃돌고, 예측 실패율(15%)은 용인과 판박이다. 이러한 경전철 사업들의 공통점은 2000년대 중반 지방선거를 전후해 지역 개발 공약으로 남발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용인의 경우도 2002년 지방선거에서 경쟁 후보가 경전철 공약을 내세우자, 이정문 후보가 덩달아 우리도 경전철 건설을 약속하며 추진된 측면이 강했다. 지방마다 경전철 유치가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 과장된 수요예측 보고서들은 그런 정치적 결정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경전철 외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는 또 하나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언급된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내세워 강원도 개발공사가 16,836억 원을 들여 조성한 알펜시아 리조트는 2011년 올림픽 유치 성공에도 불구하고 분양률 저조와 경영 악화로 부채만 1조 원에 달하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애초에 고급 별장과 콘도를 분양해 사업비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이 비현실적이었지만, 이에 대한 검증 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였다. 평균 분양률이 20%대에 불과한데도 분양 수입으로 대부분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다는 황당한 가정 아래 사업이 추진되었고, 예상이 빗나가자 설계변경과 추가 대출을 거듭하며 총사업비는 처음 계획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책임자 규명은 없었다. 2012년 강원도 감사에서는 부실 경영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몇 명에 대한 경징계 외에는 뚜렷한 문책이 이뤄지지 않아 “1조 원 손실을 내고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알펜시아는 2021년 민간에 헐값(7,100억 원)으로 매각되었고, 그 빚은 고스란히 강원도민의 몫으로 남았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 역시 방식은 다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9호선 1단계 구간(김포공항~~신논현역)은 서울시가 맥쿼리 등 민간 컨소시엄과 함께 추진한 최초의 도시철도 PPP, 2009년 개통 당시에는 큰 무리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곧 민간사업자가 약정된 수익률 보장을 이유로 지속적인 운임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민 불편과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계약에는 민간 투자자에게 연 9%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사실상 보장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이익을 맞추려면 운임을 대폭 올리거나 추가 보조금 투입이 불가피했다. 서울시는 공익을 내세워 요금 인상을 억제했지만, 그 대가로 혈세가 투입되거나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2013~~2016년 사이 서울시는 9호선 운영구조 개편을 통해 맥쿼리 등의 지분을 축소·정리하고, 공기업이 참여하는 새로운 구조로 재편했다. 이를 통해 향후 30년간 약 32천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애초에 민간사업 추진 단계에서부터 무리한 이윤 보장을 약속했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9호선 사례는 이용 수요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본 것과는 반대로, 수요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민자사업 수익 구조의 한계로 시민 편익이 저해된 경우다. 이 역시 공공과 민간의 목표 간 괴리를 조정할 장치가 부족했던 탓에 벌어진 일로 분석된다.

이처럼 유형은 다르지만 잇따른 인프라 사업 실패 사례들은 공통의 교훈을 안겨준다. 첫째, 초기 계획 단계에서 과도한 장밋빛 전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둘째, 일단 잘못된 사업이 시작되면 그 피해는 장기간에 걸쳐 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것, 셋째, 실패 이후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당연시됐던 실패해도 책임 불문이라는 공식을 깨고, 처음으로 책임을 물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주민소송단의 한 관계자는 용인 사건처럼 지자체장이나 용역 기관에 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면, 2의 용인·의정부 경전철이 계속 나왔을 것이라며 이번 판결의 파급효과를 강조했다. 실제로 부산·김해경전철 등 유사 사업들의 지자체장들도 이번 판결에 긴장하며 대책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대규모 사업들이 과연 타당한지, 예측은 적정한지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용인경전철 사례는 시민의 힘으로 억지 사업에 제동을 건 성공담이지만, 이상적으로는 이런 사후 약방문식 대처가 필요 없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앞으로 제2, 3의 용인경전철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개선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꼽는다. 구체적으로는 수요예측을 포함한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부터 철저한 검증과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책 사업의 경우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등에서 엄격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중·소규모 사업이나 선거공약 사업 등은 비교적 느슨한 검증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틈을 타서 부실한 용역 결과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일이 없도록, 모든 공공사업에 일관된 검증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일정 규모 이상의 지방 재정투자사업에도 제3의 독립기관이 참여하여 수요 전망을 재검토하는 절차를 의무화할 수 있다. 외부 전문가나 시민 대표가 참여하는 검토위원회를 두어 예측의 전제와 분석 과정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수요예측 보고서와 기본계획 등 핵심 자료를 사업 승인 전에 전면 공개하여, 학계나 시민단체가 검증하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로 해외 선진 사례를 보면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 시 공개 토론회나 공청회에서 수요예측의 가정과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치곤 한다. 우리도 정보공개법 등의 예외조항(영업비밀 보호 등)에 가로막혀 민자사업 자료를 비공개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알권리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요예측 예산의 정상화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겉보기에 생소하지만 중요한 대목이다. 종종 지적되듯이, 부실 용역의 이면에는 턱없이 낮은 용역비나 촉박한 일정이 자리한다. 제대로 조사하고 분석하려면 마땅히 투입돼야 할 자원이 있는데, 비용 절감을 이유로 몇 주 만에 뚝딱 결과를 뽑아내라고 하면 정밀한 예측이 나올 수 없다. 따라서 수요예측이나 타당성 조사에 합당한 예산과 기간을 배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예산 낭비를 막는 길이다. 또한 용역 발주 때부터 결과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가격 입찰 위주가 아닌 평가제를 강화해, 최저가로 수주한 업체가 부실 보고서를 남발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사후에 평가해 페널티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 예컨대 반복해서 큰 오차를 낸 기관은 일정 기간 공공 용역에서 배제한다든지, 반대로 정확도를 높인 곳은 우대를 받는다든지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피드백 메커니즘이 있어야 용역 수행자들도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연구자와 의사결정자의 조직적 분리 역시 거버넌스 측면에서 중요하다. 현재는 지자체가 용역을 발주하면, 그 용역사가 곧 사업 추진 세력과 이해관계를 같이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발주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원하는 결론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왜곡될 소지가 있다. 이를 막으려면 수요예측과 사업 결정의 주체를 아예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용인경전철처럼 지자체장이 추진 의지를 가진 사업은, 해당 지자체가 아닌 상위 기관(중앙부처나 공기업)에서 대신 수요 검증을 맡도록 하는 것이다. 혹은 사업 추진 부서와 독립된 별도의 검증 부서를 두어 내부 견제가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규모 투자사업 심의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실질적인 투자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끝으로, 실패한 사업에 대한 책임 규명과 교훈 공유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용인경전철 판결은 한 번의 사후 대응이지만, 이상적인 목표는 실패하면 책임을 진다는 원칙을 공공부문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감사원 감사 결과나 주민소송 판결 등에서 드러난 잘못에 대해서는 명확한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 해당 공무원이나 민간사업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징계를 내리는 등 실질적 책임을 지우고, 그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이후 정책 결정에 참고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도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실패 사업 사례를 모아 교훈을 도출하는 연구가 간혹 있지만, 더욱 체계적인 실패 아카이브와 피드백 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미래의 의사결정자들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고, 사회 전체적으로 책임 있는 의사결정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장기적인 해법일 것이다.

용인경전철 주민소송의 승리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 판결이 계기가 되어, 앞으로는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외부의 건설적 비판이 수렴되며,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는 사전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하여 더 이상 혈세 낭비형 사업이 나오지 않고, 부득이 실패하더라도 신속히 교정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의 성숙을 이루는 것 그것이 용인경전철 사태가 남긴 과제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