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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세훈 '버스 준공영제 개선' 공언 1년…알고 보니 연구용역은 없었다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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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24년 10월 발표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 기자설명회 행사 장면. 서울시는 당시 민간 자본의 버스회사 무분별 진입을 막기 위한 조례 개정 등을 예고했다.
서울시가 2024년 10월 발표한 '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방안' 기자설명회 행사 장면. 서울시는 당시 민간 자본의 버스회사 무분별 진입을 막기 위한 조례 개정 등을 예고했다.

서울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선을 위해  2023년 8월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 답변 당시 “내년 7월까지 관련 조례 제정과 연구용역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 정작 해당 연구용역은 착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 말 시의회에서 밝힌 약속과는 달리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2024년에 관련 예산 편성이나 용역 발주를 전혀 하지 않아 자료조차 없다는 회신을 정보공개를 통해 내놓았다. 정책 추진에 대한 시정 책임성과 정보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시장의 약속: “내년 7월까지 개선책 마련” 발언

오세훈 시장은 2023년 8월 2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문제를 지적받자, 개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준공영제 시행 20주년을 맞아 1년짜리 용역으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일하는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라며 담당 부서의 대응을 질타하고 보다 신속한 대책을 주문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인수해 속된 표현으로 장난질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라”고 거듭 강조해, 준공영제 개선 방안의 조속한 마련을 약속했다.

당시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윤종장)도 같은 자리에서 “이미 올해 (2023년)에 준공영제 개선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다”며, “궁극적으로 내년 7월에 (2004년 최초 도입 당시) 체결한 준공영제 합의서를 손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혔다. 즉, 2024년 7월까지 관련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버스회사들과의 협약이나 조례 정비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시의회에서도 내년 7월을 목표 시한으로 준공영제 개편 작업이 진행 중임을 공식화한 셈이다.

당시 알려진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 운영 20주년을 맞아 혁신 대책을 추진하며 “오는 7월 완료를 목표로 ‘준공영제 혁신용역’에 착수했다”고 2024년 초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연구용역에는 약 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언론에 거론되며, 개선방안 보고서 마감 목표가 2024년 7월로 제시됐다. 시는 재정지원 구조 개편, 민간 자본의 무분별한 이윤 추구 억제, 노선 조정 등을 망라한 종합대책을 예고했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24년이 지나도록 해당 연구용역 결과물은 어느 곳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24년에 수행된 준공영제 개선 연구보고서 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 결과,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는 “2024년 해당 과업을 수행한 바 없다”고 공식 회신한 것으로 밝혀졌다. 쉽게 말해 작년 한 해 해당 연구용역에 대한 예산 편성이나 발주 자체가 없었고, 따라서 시가 보유한 결과 자료도 전무하다는 뜻이다. 시정질문 답변과 예산 계획까지 곁들여 대대적으로 예고됐던 정책 연구가 실제로는 이행되지 않은 셈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정보공개 회신 내용대로라면, 서울시는 애초 발표했던 9억 원 규모의 “준공영제 혁신 용역”을 아예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시의회에서 밝힌 “내년(2024년) 7월까지 개선방안 마련” 약속과 배치되는 상황으로, 행정 신뢰도를 스스로 저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사실은 시가 별도의 설명 없이 시민의 정보공개청구를 통해서야 드러났다는 점에서 정보 투명성 문제가 제기된다. 서울시가 정책 추진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시의회와 시민을 헛되이 안심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지연을 넘어 시정 책임성과 투명성의 문제로 연결된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해 10월 버스 준공영제 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준공영제가 지속 가능하려면 경영 효율성과 투명한 재정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 또한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었다. 정작 정작 이러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핵심 개선과제로 공언했던 연구용역 추진 현황조차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사회와 시의회의 지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한 시내버스 회사 대표가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임금 체불을 일삼은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고, 서울시는 “임금 체불 3회 업체는 준공영제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처럼 준공영제 운영의 책임성 결여 사례가 드러나자 서울시는 뒤늦게 퇴출 기준 신설 등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더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연구는 손놓고 있었던 모양새다. 시민단체들은 “오세훈 시장이 준공영제 문제를 1년 전부터 알고도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며 정책 후속조치 부재를 비판할 가능성이 크다. 시의회 교통위원회 차원에서도 예산 집행의 허공타석 및 정책 공약 불이행에 대한 질책과 원인 규명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시의회 일각에서는 버스 준공영제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노선입찰제 도입, 공영제 확대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어 왔다. 이러한 대안을 검토하고 실행하려면 면밀한 연구와 제도 설계가 필수적이지만, 서울시가 시민 혈세 9억 원 규모의 용역까지 공표해 놓고도 실행하지 않은 데 대한 실망이 크다. 특히 “정책을 수립하려면 협약 개정은 물론 개정 협약을 바탕으로 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이 있었음에도, 서울시가 관련 용역과 입법 작업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올해 들어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편 방안을 일부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2024년 10월 22일에는 준공영제 20주년을 맞아 재정 지원 방식을 사후정산에서 사전확정제로 전환하고, 민간투자자에 대한 진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때 서울시는 “시의회와 협력해 올해 안에 관련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밝혀 일부 조례 정비를 예고했고, 실제로 버스회사에 대한 과도한 배당 제한, 재무 건전성 의무화 등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 발표 과정에서도 당초 약속했던 9억 원 연구용역의 결과물은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시가 외부 용역 없이 내부 검토만으로 졸속 대응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남는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의 “말과 현실 사이의 불일치”다. 시장의 공식 발언과 보도자료를 신뢰했던 시민들과 시의회는 약속된 시한까지 성과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서울시는 우선 왜 연구용역이 무산되었는지, 대안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만약 예산이나 절차상의 이유로 지연된 것이라면 그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향후 언제 어떻게 개선책을 마련할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 행정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시는 정책 발표와 실제 이행 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라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시민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책임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는 시정 현안에 대한 단순한 “공언(空言)”이 어떤 신뢰 저하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다. 시민들의 발인 버스 서비스와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정책인 만큼, 향후 서울시가 정확한 정보 제공과 실질적 조치를 통해 책임 행정을 구현할지 주목된다.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