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0일,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위대한 창작자들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 내용은 선거 기간 내내 설마 했던 바로 그 공약, 미국 외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었다.
가설과 전망의 영역에 있던 ‘문화 장벽’이 하룻밤 사이 냉엄한 현실이 되면서 전 세계 문화 산업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폭락했고 유럽과 아시아 영화계는 긴급 성명을 발표하며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전후 80년간 이어져 온 글로벌 문화 교류 시스템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1. 즉각 멈춰선 시장: 혼돈에 빠진 할리우드와 배급사
행정명령 발표 직후, 가장 먼저 비명이 터져 나온 곳은 역설적으로 할리우드 내부였다. 당장 다음 달 개봉을 위해 수입 절차를 밟고 있던 수십 편의 유럽, 아시아 영화들의 개봉이 무기한 중단됐다.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들을 미국 관객에게 소개해 온 독립 배급사들은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며 망연자실한 반응을 보였다.
더 큰 혼란은 관세 부과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밖에서 만들어진(made outside the United States)' 모든 영화를 대상으로 한다. 그렇다면 작년 아카데미를 휩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처럼,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졌지만 상당 부분 영국에서 촬영된 영화는 어떻게 되는가? 캐나다나 호주에서 촬영되는 대부분의 마블 영화는 이제 미국의 적인가?
한국의 문화예술 분야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5년 국내 공연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특히 소규모 독립 공연과 지역 문화 행사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 콘텐츠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오프라인 행사도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문화 다양성의 확대와 지역 문화 진흥 정책이 맞물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80년간 유지된 국제 영화 교류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제작, 배급, 투자 구조 전반이 재편될 전환점이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영화 산업이 미국 시장 상실로 인한 투자 위축을 겪게 된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EU, 프랑스, 중국 등이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하며 국제 문화 전쟁으로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역 분쟁을 넘어 문화적 고립주의 시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미국 관객이 할리우드 영화 중심으로 편중되면서 아카데미상 등 국제 영화상의 의미가 약화되고 세계의 창의적 다양성을 향유할 기회가 근본적으로 제한된다.
봉준호, 박찬욱 등 한국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등 미국 시장 공략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 유럽·아시아 중심 배급 루트 재구축 필요.
넷플릭스·디즈니+ 등이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의 미국 내 유통이 관세 대상인지 불명확. 제작 거점 재배치와 국적 기준 재정의 논쟁 촉발.
미국의 극단적 조치가 중국·프랑스 등 각국의 자국 콘텐츠 보호 정책 강화로 이어질 경우, 한류의 글로벌 확장이 근본적으로 제약받을 수 있음.
미국 내 외국 영화 점유율 변화 추이. 2020: 외국 영화 점유율: 15.2%, 미국 영화 점유율: 84.8%; 2021: 외국 영화 점유율: 18.7%, 미국 영화 점유율: 81.3%; 2022: 외국 영화 점유율: 22.1%, 미국 영화 점유율: 77.9%; 2023: 외국 영화 점유율: 24.8%, 미국 영화 점유율: 75.2%; 2024: 외국 영화 점유율: 26.3%, 미국 영화 점유율: 73.7%; 2025(예상): 외국 영화 점유율: 13.1%, 미국 영화 점유율: 86.9%. 출처: 미국 영화협회(MP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