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2일부터 전국 20%의 표본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202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5년 만에 중요한 시스템 변화가 적용된다. 2020년 조사 당시, 가구주와 성별이 같다는 이유로 불가능했던 '배우자' 항목 응답이 이번 조사부터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2020년 조사에서는 동성 부부가 가구주와의 관계를 '배우자'로 표기할 경우, "성별이 같으니 바꾸라"는 시스템 오류 메시지가 나타나며 응답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로 인해 많은 동성 커플이 자신들의 관계를 '기타 동거인' 등으로 표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국가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혼인 평등 소송을 진행 중인 시민단체 '모두의결혼'이 '동성 부부'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올해 조사에서는 이 오류 메시지 없이 가구주와의 관계를 '배우자'나 '비혼 동거'로 정상적으로 응답할 수 있게 됐다.
'모두의결혼'의 이호림 활동가는 "기존에는 배우자로 함께 살고 있어도 배우자로 응답할 수 없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응답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동성 부부·커플의 관계가 입력 가능하다는 중요한 변화"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5 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원 업무 매뉴얼에도 관련 내용이 변경된 것이 확인됐다. 매뉴얼에는 가구주와 배우자의 성별이 동일할 경우, 이를 '오류'로 분류하지 않고 응답 내용이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절차만 두도록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변화는 5년 전 국회에서의 지적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2020년 국정감사 당시, 장혜영 의원(정의당)은 강신욱 당시 통계청장을 향해 "결혼 26주년이 된 동성 커플(부부)인 필립 터너 주한뉴질랜드 대사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어디에 해당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강 청장은 "배우자에 해당된다"고 답한 바 있다.
당시 장 의원이 "있는 그대로 통계에 작성하고 결과에 반영해달라"고 제안하자, 강 청장은 "이미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을 텐데 어떻게 변경 가능한지 검토해서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관계자는 "우선 (통계) 자료를 입력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니 자료가 필요하다고 인지하고 있지만, 수집 단계에서 정확하지 않은 응답이 나올 수 있어 수집 이후 자료를 처리하는 방법 등을 찾고 있다"며 "노력을 시작한 것이라고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구주택총조사는 5년마다 실시되며, 복지, 경제, 교통 등 국가 주요 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는 가장 중요한 국가 통계 중 하나다.
특히 이번 조사의 '배우자' 항목은 법률혼 관계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호림 활동가는 "이성 부부 가운데 사실혼이 있듯 동성 부부가 (배우자로) 참여하는 것도 당연하다"며 "한국에 사는 외국인 (동성) 부부들 또한 정확하게 응답하지 못했던 항목을 이제야 제대로 하게 된 것"이라고 이번 변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