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뮈니케

‘물가 통제 상실’ 비판에 칼 뺀 정부, 밀가루·설탕·마트 전방위 조사

맥락"왜 우리나라만 비싼 빵을 사 먹나"라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로 굳어진 가운데,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공식품 물가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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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가공식품 물가는 4.2% 뛰며 전체 물가를 0.36%포인트(p) 끌어올렸다. 특히 빵(6.5%), 커피(15.6%)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사진은 2일 한 대형마트 제빵 코너 모습.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만에 다시 2%대로 올라섰다.가공식품 물가는 4.2% 뛰며 전체 물가를 0.36%포인트(p) 끌어올렸다. 특히 빵(6.5%), 커피(15.6%)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사진은 2일 한 대형마트 제빵 코너 모습.

"왜 우리나라만 비싼 빵을 사 먹나"라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로 굳어진 가운데,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공식품 물가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빵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밀가루 제조사들을 시작으로, 설탕 제조업체, 심지어 정부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대형마트까지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물가) 통제 역량을 상실했다"고 강하게 질책하며 담합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데 따른 고강도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대통령의 ‘담합’ 지적...밀가루 업계 전격 현장 조사

이번 조사의 신호탄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식료품 물가 상승이 2023년 초부터 시작됐는데 왜 이때부터 오르기 시작했는지 근본적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해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직격하며, "가격 조정 명령도 가능한가"라는 이례적인 질문까지 던졌다. 이는 단순한 물가 점검을 넘어,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담합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한탑 등 국내 주요 제분사 7곳에 조사관을 보내 동시다발적인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은 국내 밀가루 시장 점유율 상위권 기업들로, 사실상 업계 전반을 정조준한 셈이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원재료 가격 변동을 핑계로 출고가와 공급량을 사전 조율하는 방식으로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렸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6개월 연속 4%대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그중에서도 빵 가격은 6.5%나 급등해 전체 평균 상승률(2.1%)을 세 배 가까이 웃돌았다. 공정위는 이처럼 유독 빵값이 폭등한 배경에 원재료인 밀가루 업체들의 담합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설탕 담합도 '막판 조사'...대형마트 '꼼수 할인'까지

공정위의 칼날은 밀가루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정위는 앞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설탕 담합 혐의에 대해서도 막판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혐의가 상당하다고 보고, 조만간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설탕은 빵뿐만 아니라 과자, 음료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의 핵심 원료여서 파급력이 크다.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인 대형 유통 채널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공정위는 지난달 이마트와 롯데마트 본사에 대해서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현장 조사를 단행했다.

이들 업체는 2023년 정부의 농산물 할인지원 사업을 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세금을 투입해 할인 비용을 지원하자, 행사 직전에 정상가를 슬그머니 인상한 뒤 할인 판매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 지원금을 틈타 가격을 부풀리고, 소비자에게는 실제보다 할인 폭이 큰 것처럼 '꼼수'를 부린 행위로, 공정위는 이를 소비자를 오인하게 한 기만적 광고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국민 생활과 직결된 품목에 대해서는 담합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가 '통제 상실'이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며 이례적인 전방위 조사에 나선 만큼,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통령이 언급한 '가격 조정 명령'이나 기업분할 등 강도 높은 제재가 뒤따를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출처: 국가데이터처
이 기사는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맥락과 통계를 추가해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