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났다. 교육 당국은 내년부터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치르는 전국 학력·학습 상황 조사(전국 학력시험)의 성별란에 ‘남·여’뿐 아니라 ‘해당 없음(Neither applies)’과 ‘무응답 희망(Prefer not to answer)’을 추가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 일본 4년제 여자대학을 전수 조사한 결과 최소 7곳이 “출생 시 남성으로 등록됐지만 스스로를 여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 여성”의 입학을 허용하거나 허용 방침을 정했고, 16개교는 수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 칸이 흔들리고, ‘여대’의 문턱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를 보고 이미지 생성. 통계도 함께 생성바람 제목도 뽑아줘 총 3개를 요창한거야
전국 학력시험 성별란 조정은 일본 문부과학성이 전문가 회의에서 보고한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남·여’ 두 칸만 있던 성별 항목에,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아동·청소년, 혹은 성별 기입 자체를 원치 않는 학생을 고려해 ‘해당 없음’과 ‘무응답 희망’을 추가한다. 이 시험은 매년 초등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국가 단위 평가로, 여기서 성별 표기 방식을 바꾼다는 건 “성별을 국가가 어떻게 보는가”라는 기준선을 조정하는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2023년 제정된 ‘LGBT 이해 증진법’을 근거로 “성적 소수자를 고려해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이 법이 차별 금지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3년 통과된 LGBT 이해 증진법은 “성적 지향·젠더 아이덴티티에 따른 ‘부당한’ 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시하지만, 민간·고용 영역에서의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제재하는 조항은 없다. 인권 단체들은 “이해를 ‘증진’하자는 선언일 뿐, 실질적 권리 보장은 빠져 있다”며 ‘물타기 법안’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의 설문·양식부터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법이 허용한 아주 좁은 통로를, 학교와 시험 제도가 먼저 이용하기 시작한 셈이다.
여대의 변화는 더 구체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이 “공학 전환 계획이 없는 4년제 여자대학 60곳”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오차노미즈여자대학과 나라여자대학을 비롯해 6개교가 이미 트랜스 여성을 입학 대상에 포함했고, 1개교는 도입을 결정했으며, 16개교는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오차노미즈·나라여대는 2020년부터 트랜스 여성의 입학을 허용한 선두 사례이고, 일본여자대·쓰다주쿠대, 쇼와여자대, 후쿠오카여자대 등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문을 열었다”는 사실 뒤에는 세밀한 갈등과 고민이 숨어 있다. 실제로 각 여대는 △입학 자격을 무엇으로 확인할 것인지(자기신고만으로 할지, 진단서·법적 성별 변경을 요구할지) △기숙사·샤워실·화장실 등 생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지 △기존 여학생들의 불안과 반발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후쿠오카여자대의 경우 트랜스 여성 수용을 발표한 뒤, 재학생들 사이에서 “기숙사 방 배정·공용 공간 사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불안과 토론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건, 두 변화가 모두 ‘교육’ 영역에서 먼저 나타났다는 점이다. 일본은 여전히 G7 가운데 유일하게 동성 간 결혼을 국가 차원에서 인정하지 않는 나라다. 2019년 이후 여러 고등법원이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제도가 헌법의 평등·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위헌·위헌상태 판결을 잇따라 내렸지만, 입법은 멈춰 있다. 중앙정부는 ‘이해 증진’ 수준에서 멈춰 있고,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전국 단위 법률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학력시험과 여자대학은, 법·제도가 열지 못한 문을 ‘현장 행정’과 ‘학교 규칙’ 차원에서 조금씩 밀어 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성별란의 ‘제3의 선택지’는 실제로는 “성별을 묻지 않을 권리”를 제도화하는 움직임이고, 트랜스 여성의 여대 입학 허용은 “여성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시도다. 관점에 따라 이는 인권 진전으로도, 혹은 갈등의 씨앗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는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 옹호자들은 “뒤늦었지만 국가 시험과 여대가 먼저 움직인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 평가한다. 반면 보수 정치인·언론, 일부 페미니스트 그룹에서는 “여성 공간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트랜스젠더를 명분으로 한 남성의 ‘침입’을 막을 장치가 없다”고 주장한다. LGBT 이해 증진법 논의 과정에서도, 일부 보수 의원들은 “트랜스 여성의 여자 화장실·여성 스포츠 참여”를 과장해 ‘위험 시나리오’로 내세우며 법안 자체를 공격했다.
정작 법은 미지근하고 사회는 갈라져 있는 가운데, ‘선두대’처럼 내몰린 건 학교들이다. 초·중 전국 시험을 설계하는 관료와 연구자들은, 성적 격차와 학력 데이터를 성별로 나누어 보는 관행을 유지하면서도 성별 이분법을 강요하지 않는 문항 설계를 고민해야 한다. 여대 교직원과 학생들은, ‘여성만의 안전한 공간’이라는 역사적 정체성과 ‘성별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권 담론 사이에서 일상적인 규칙과 운영 방식을 재조정해야 한다.
한국에서 보면 일본은 종종 “성소수자 인권에서 뒤처진 나라”로 묘사된다. 실제로 법·제도만 떼어놓고 보면 그런 평가가 틀리지 않다. 동성혼 불인정, 차별금지법 부재, 이해 증진법의 한계 등은 분명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제3의 성’ 성별란 도입과 여대의 트랜스 여성 수용 확대는,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특히 교육 현장이 “그냥 기다리면 위에서 법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움직임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 그리고 누가 그 비용을 치르느냐다. 성별란을 바꾼다고 해서 학교 폭력이나 괴롭힘이 저절로 줄어들지는 않는다. 여대 입학 규정을 손질한다고 해서 트랜스 여성이 실제로 안전하게 공부·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곧바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갈등과 혐오 발언, 정치적 이용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일본의 이번 변화는 질문 하나를 남긴다. 성별란의 ‘제3의 칸’과 여대 정문의 ‘새 입학규정’은, 성소수자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까, 아니면 강한 법·제도가 부재한 사회에서 학교와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긴 또 다른 “알리바이 정책”에 그칠까. 일본이 어떤 길을 택하는지는, 같은 질문 앞에 서게 될 한국 교육·대학에도 곧바로 거울처럼 비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