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6일 서울대 공대 연구진이 대규모언어모델을 활용해 합성이 어려웠던 신소재를 실제 합성 가능한 구조로 재설계하는 기술을 제시했다. 기존에는 합성 가능성 예측에 그쳤던 AI 활용이 구조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배터리뿐 아니라 바이오·의료 소재 개발까지 파급 가능성이 거론된다. 소재 개발의 병목으로 지적돼 온 ‘실험 이전 단계’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계산화학과 인공지능의 결합은 그동안 수많은 유망 물질 후보를 만들어냈지만, 실제 실험실에서 합성하지 못해 사라진 후보 역시 적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안정적이고 성능이 뛰어나 보이지만, 합성 경로가 불분명하거나 구조적 제약으로 실현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소재 연구 현장에서는 이를 ‘가상물질의 무덤’이라 부르며, AI 기반 소재 탐색의 구조적 한계로 지적해 왔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 정유성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연구진은 대규모언어모델을 활용해 합성이 어렵다고 판단된 신소재의 결정 구조를 다시 해석하고, 실제 합성이 가능한 방향으로 구조를 재설계하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단순히 가능성을 점수로 예측하는 기존 접근과 달리, 구조를 ‘되살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연구 방향 자체가 다르다.
핵심은 ‘SynCry’로 명명된 LLM 기반 재설계 모델이다. 연구팀은 결정 구조 정보를 역변환 가능한 텍스트 형태로 표현한 뒤, 반복적 미세조정을 통해 합성 실패 구조와 성공 구조의 차이를 모델이 스스로 학습하도록 했다. 그 결과 초기 수백 개 수준이던 성공 사례가 반복 학습을 거치며 수천 개로 확대됐고, 상위 재설계 구조 상당수가 실제 문헌에 보고된 합성 성공 물질과 일치했다.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물질까지 재현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데이터 복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기술의 의미는 반도체나 배터리 소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소재, 의료용 무기재료, 약물 전달체와 같은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을 주목한다. 의료 소재는 성능뿐 아니라 합성 안정성과 재현성이 필수 조건인데, 초기 단계에서 합성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면 연구 실패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체적합성 소재나 임플란트용 결정 구조 설계에서 AI 재설계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학습 후 재생성’ 전략의 실증 사례로 정의한다. AI가 단순히 답을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 연구자가 버린 선택지를 다시 검토하고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설계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 산업 적용을 위해서는 합성 조건, 공정 변수, 비용 요소까지 통합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정유성 교수는 다양한 소재 시스템으로 모델을 확장해 실험 자동화와 결합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 역시 범용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합성 메커니즘 규명과 최적 경로 도출까지 자동화하는 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가 소재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실패의 정의 자체를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