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TSMC 포화가 드러낸 AI 공급망의 병목, 삼성·인텔로 번지는 ‘두 번째 선택지’ 경쟁

차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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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5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 호조에 힘입어 122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3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이며,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다.사진은 이날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5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수출 호조에 힘입어 122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3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이며,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흑자다.사진은 이날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최근 메모리 가격이 다시 들썩인다. 현물가 지표가 단기간 급등하고, 중고 거래 게시판에는 서버용 고용량 램이 개당 80만원에 올라오는 사례도 보인다. 업계는 이 흐름이 일시적 수급 교란이 아니라 인공지능 서버가 메모리와 패키징, 파운드리까지 동시에 빨아들이는 구조적 압박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이 병목은 ‘칩을 설계하면 곧바로 찍어낼 수 있다’는 가정을 흔들고 있다. IT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TSMC가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에 원하는 만큼의 생산능력을 당장 배정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했지만, 5나노 이하 선단 공정의 물리적 증설 속도는 그 기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신호다.

TSMC는 단순히 공정 라인만 꽉 찬 게 아니다. 고성능 GPU와 AI 가속기는 패키징에서 한 번 더 막힌다. CoWoS 같은 첨단 패키징 능력도 빠듯해지면서 엔비디아가 2026~2027년 물량의 상당 부분을 선점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공정과 패키징이 동시에 타이트해지면, 고객사는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쳐도 공급이 늘지 않는다.

이런 환경은 TSMC에 가격 결정력을 준다. 동시에 TSMC는 공격적 증설로 응답한다. 2026년 설비투자 계획을 520억~560억 달러로 크게 올렸고, 향후 몇 년간 AI 수요를 전제로 선단 기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장 증설은 발표 즉시 출하로 연결되지 않는다. 수요가 지금 당장 몰리는 구간에서 공급이 따라붙기까지 시차가 생기고, 그 틈이 경쟁사에 기회로 열린다.

문제는 “TSMC 말고 다른 곳”이 실제로 가능한가다. 선단 공정에서 현실적 대안은 삼성전자와 인텔로 좁혀진다. 최근 들어 ‘두 번째 선택지’라는 말이 다시 시장에 등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SF2) 공정 성숙도를 끌어올리며 2026년 말 생산능력 확대 계획을 내놨고, 퀄컴이 2나노 물량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고객사가 한 곳 집중을 줄이려면, 스마트폰 AP처럼 상대적으로 전환 장벽이 낮은 영역부터 물량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인텔도 변수다. 월가에서는 인텔 18A 공정 수율이 의미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파운드리 2위 경쟁에서 삼성을 앞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미국 내 생산기반, 정책 드라이브, 패키징 기술(EMIB·Foveros)을 묶어 ‘미국형 공급망’ 카드를 쥘 수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122억 4000만 달러
경상수지 흑자
한국은행
520억~560억 달러
TSMC 설비투자
TSMC
80만 원/개
서버용 램 가격
중고거래 시장

이제 관전 포인트는 “TSMC가 포화냐 아니냐”가 아니다. 앞으로의 방향성은 세 갈래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첫째, 파운드리는 ‘단일 최적’에서 ‘분산 최적’으로 이동한다. 초대형 고객사는 한 회사에 모든 칩을 맡기기보다, 칩렛 구조로 나눠 공정·패키징 조합을 다양하게 가져갈 유인이 커진다. 선단 공정이 필요한 코어 다이와, 상대적으로 구형 공정이 가능한 주변 다이를 쪼개서 멀티소싱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흐름이 강해질 수 있다.

둘째, 병목의 중심은 공정에서 패키징과 메모리로 확장한다. AI 서버가 HBM을 빨아들이면서 범용 DRAM 가격도 동반 상승했고, 완제품 업체는 원가 압박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조짐을 보인다. 파운드리 전환만으로는 공급망 리스크를 다 못 줄이고, 패키징·HBM·모듈까지 합친 ‘수직적 조달 전략’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삼성전자의 기회는 “물량이 남는 자리”가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자리”에서 열린다. 고객사가 원하는 건 단순한 라인 배정이 아니라 수율, 일정, 설계지원(EDA·IP), 패키징 연계까지 포함한 예측 가능성이다.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가진 드문 사업 구조를 활용해 ‘HBM-패키징-로직’ 통합 제안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이 고리를 못 묶으면, TSMC의 포화가 곧바로 삼성 물량 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인텔이나 패키징 파트너 쪽으로 분산될 수 있다.

요약하면, TSMC의 포화는 한 기업의 생산 차질 뉴스가 아니다. AI 붐이 공급망의 가장 좁은 문을 찾아가며 가격과 권력을 재배치하는 사건이다.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으려면 ‘대체 가능성’이 아니라 ‘대체할 만한 이유’를 고객사에 제공해야 한다. 2026년은 그 이유가 수율과 고객 확보, 패키징 연동 역량으로 검증받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TSMC삼성전자 파운드리엔비디아·브로드컴(AI 반도체 설계사)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TSMC의 선단 공정·패키징 포화 상태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은 진정한 '두 번째 선택지'가 될 수 있는가?
AI 수요가 촉발한 파운드리·패키징·HBM의 동시 병목은 글로벌 공급망 권력 구도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