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포르마시옹

‘힙’한 절과 텅 빈 예배당의 역설… 종교는 지금 ‘소멸의 시간’을 건너고 있다

김정은
기사 듣기

최근 소셜미디어(SNS) 속 불교는 그 어느 때보다 젊고 화려하다. 사찰에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파티가 열리고, 청춘남녀가 절에서 소개팅을 하는 ‘나는 절로’ 행사는 경쟁률이 치열하다. 반려견과 함께 머무는 ‘댕플스테이’까지 등장하며 이른바 ‘힙(Hip)한 불교’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 마주한 성적표는 냉혹하다. 대중은 ‘힙한 이미지’를 소비하지만, 정작 그 길을 걷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3일)이 30일 앞으로 다가온 14일 오후 대구 남구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이날 수험생들은 수능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학습을 점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3일)이 30일 앞으로 다가온 14일 오후 대구 남구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에서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자녀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이날 수험생들은 수능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학습을 점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렀다.

 

지난 1월 11일 대한불교조계종이 공개한 통계는 그 역설을 단번에 보여준다. 2025년 조계종에서 행자 교육을 마치고 사미·사미니계를 받은 예비 승려는 99명에 그쳤다. 2005년 300명을 넘기던 출가자 수는 2010년 무렵 200명대로 내려갔고, 2016년에는 100명대로 주저앉았다. 2021년 99명으로 세 자릿수가 무너진 뒤, 최근 5년간 줄곧 ‘100명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불교계가 박람회를 열고 출가를 다룬 다큐멘터리까지 내놓으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지만, 이것이 실제 수행자의 유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지는 못했다. 태고종과 천태종 등 다른 종단 역시 출가자 수 정체와 감소를 호소한다. 종단 규모와 상관없이 ‘신규 유입의 고갈’이 현장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텅 빈 성소’의 공포는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종교의 또 다른 축인 개신교 역시 ‘신자 증발’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국면으로 들어섰다. 교회 출석을 끊은 기독교인을 뜻하는 ‘가나안 성도(‘안 나가’를 거꾸로 읽은 말)’는 유행어를 넘어 통계의 상수가 됐다. 청년부 예배실이 비어가고, 남은 자리를 고령 신도가 채우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교회 출석’이 삶의 기본값이던 시대의 관성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99명
신규 출가자 수
대한불교조계종
300명→99명
출가자 감소 추이
대한불교조계종
국민 절반(약 50%)
무종교 인구 비율
최근 조사

이러한 변화를 인구 절벽 하나로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저출생·고령화가 종교의 기반을 흔드는 것은 사실이나, 더 근본적인 질문은 종교가 현대인의 삶에서 어떤 자리로 밀려났는지를 묻게 한다. 오늘날 종교는 규범과 공동체를 묶는 장기적 약속이라기보다, 필요할 때 잠깐 찾는 문화 경험이자 심리적 위안의 창구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절에서 사진은 찍지만 머리를 깎을 결심은 하지 않고, 크리스마스에 예배당을 찾지만 매주 그 자리에 앉을 각오는 희미하다. ‘체험’은 늘었는데 ‘헌신’은 줄어드는 구조가 굳어진 셈이다.

탈종교화 흐름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최근 조사에서 ‘믿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이 국민 절반 안팎을 차지하고, 주요 종교의 신자 비율은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새로운 유입이 이탈을 상쇄하지 못하면, 공동체는 장기적으로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단순히 신도의 숫자만이 아니다. 공동체의 운영을 떠받치는 ‘상근 인력층’이 얇아진다는 점이다.

불교에서 출가자 감소는 곧 ‘현장 인력’의 소멸을 뜻한다. 상주 인력이 줄면 수행 교육과 포교, 복지와 지역 돌봄 기능이 약해지고, 이는 다시 신도 감소라는 악순환을 부른다. 개신교도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신학교 지원자가 줄면 미래 목회자 풀(Pool)이 마르고, 출석 기반이 흔들리면 교육 부서와 지역 사역의 지속성이 떨어진다. 종교가 이벤트와 밈(Meme)으로 소비되는 속도에 비해, 공동체를 유지하는 장기 인력과 관계망은 더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지금 한국 종교계는 겉으로는 ‘역대 가장 힙한 전성기’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소멸이라는 실존적 위기와 싸우고 있다.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을 다시 불러 모으지 못한다면, 종교 시설은 신앙의 터전이 아니라 텅 빈 ‘박제된 공간’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절과 교회가 모두 건너야 할 강은 화려한 ‘콘텐츠 경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공동체의 재설계’다.

대한불교조계종개신교 교단 및 신학교청년·MZ세대 잠재 신도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
SNS에서 '힙한 종교' 이미지가 확산되는데도 실제 헌신 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체험과 소비로 전락한 현대 종교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재설계할 수 있는가?

이 기사는 공공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