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창고’가 된 테헤란… 이란 시위, 사망자 6천 명설의 진실
지난 12일, 이란 국영 방송 IRIB의 화면에 기이한 장면이 잡혔다. 대형 창고에 시신이 가득 쌓인 모습이었다. 당국은 이를 ‘도시 테러범’들의 말로라고 선전했지만, 국제사회의 시선은 다르다. 경제난을 못 이겨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향한 국가의 무차별 사격이 만든 ‘학살의 증거’라는 것이다. 시위가 16일째로 접어든 이란에서 ‘피의 일요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노르웨이 기반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6일째인 지난 12일 기준으로 확인된 사망자만 최소 64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9명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다. 더 충격적인 것은 드러나지 않은 숫자다. IHR은 독립된 기관을 통해 교차 검증한 수치만 공식 집계했을 뿐이라며, 현지 추산에 따르면 실제 사망자가 6,000명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019년 ‘피의 11월’ 당시 추산 사망자(약 1,500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통신(HRANA)이 내놓은 데이터는 시위가 특정 지역의 소요가 아님을 증명한다. 시위는 이란 31개 주 전역, 585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타올랐다. HRANA는 민간인과 군경을 합쳐 이미 544명이 숨졌고, 추가로 접수한 사망 사례 579건을 검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수도 테헤란과 인근 카흐리자크 지역의 법의학 시설에 시신이 포화 상태라는 제보가 잇따른다. 현지 영상 분석 결과, 한 시설에만 최대 250구의 시신이 안치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사법 시스템은 통제 도구로 전락했다. 당국은 체포한 시위대에게 즉결 처형에 가까운 사법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 1월 8일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 체포된 에르판 솔타니(26)가 대표적이다. 그는 체포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사형 선고를 받았고, 오는 14일 형 집행을 앞두고 있다. 체포에서 처형까지 일주일도 걸리지 않는 ‘속전속결’식 사법 살인이다. HRANA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1만 681명이 체포됐고, 구금 과정에서 강제 자백을 한 사례만 96건에 이른다.
이란 정부는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며 사태 수습을 시도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나 그들은 사상자 발생의 원인을 ‘도시 테러범’의 소행으로 돌렸다. 경제 파탄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테러로 규정하고, 무력 진압의 명분으로 삼는 전형적인 독재의 화법이다. 지금 이란의 거리는 단순한 시위 현장이 아니다. 생존을 요구하는 시민과 이를 적으로 규정한 국가 권력이 충돌하는, 사실상의 내전 상태다. 6천 명이라는 숫자가 단순한 ‘설’이 아닐 수 있다는 공포가 테헤란을 덮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