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년 만에 특별 배당 카드를 꺼내 들며 주주들에게 현금 보따리를 푼다.
바로 전날 SK하이닉스가 12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삼성전자까지 대규모 현금 배당과 세제 혜택 카드를 꺼내 들면서,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이 주주가치 제고를 놓고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2025년 4분기 결산 배당으로 1조 3,000억 원 규모의 특별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주들은 기존 분기 배당금 약 2조 4,500억 원에 특별 배당을 더해, 4분기에만 총 3조 7,500억 원을 지급받게 된다. 연간 총 배당액은 전년 9조 8,000억 원에서 약 13% 증가한 11조 1,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이번 삼성전자의 결정은 단순한 배당 증액을 넘어,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주주들에게 안겨주기 위한 정교한 재무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배당 성향이나 배당액을 일정 수준 이상 높인 '고배당 기업'의 주주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특별 배당을 통해 '배당 성향 25% 이상이면서 전년 대비 배당액 10% 증가'라는 요건을 충족시켰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주주들은 배당금은 더 받으면서 세금은 덜 내는 '이중 수혜'를 누리게 된다. 특히 최고 45%의 세금을 내야 했던 고액 자산가들도 30% 이하의 분리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어 장기 투자 유인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흥미로운 점은 하루 차이로 발표된 SK하이닉스와의 주주환원 방식 차이다.
양사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그 해법은 '현금(Income)'과 '성장(Growth)'으로 뚜렷하게 갈렸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2조 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은 시장에 풀린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다. 당장의 배당금보다는 주가 자체의 상승을 기대하는 공격적인 주주환원책으로, 이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주가 상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을 겨냥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현금 배당'과 '절세'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의 방식은 주주들의 통장에 꽂히는 현금 흐름을 늘려주는 전통적인 주주환원의 정석이다. 여기에 '고배당 기업' 인증을 통한 세제 혜택까지 제공함으로써, 연기금이나 외국인 투자자, 은퇴 생활자 등 안정적인 수익을 선호하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강력한 매력 포인트를 제시했다.
물론 삼성전자 역시 현재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병행하고 있어, 배당과 자사주 소각의 균형을 맞춘 '하이브리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양사의 행보가 한국 증시 전체의 체질 개선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주식의 희소성을 높여 주가를 부양하는 '미국식 모델'을 택했다면, 삼성전자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가장 모범적으로 호응하며 주주의 실질 소득을 높여주는 '한국형 정석 모델'을 보여줬다"며 "어떤 방식이든 주주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며, 코스피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높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의 이번 주주환원 드라이브에는 계열사들도 동참한다.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E&A 등도 일제히 특별 배당을 결정하며 그룹 차원에서 고배당 상장사 요건을 맞췄다. 삼성전기는 1,777억 원, 삼성SDS는 2,467억 원, 삼성E&A는 1,548억 원을 배당하기로 했으며, 이들 기업의 주주들 역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분리과세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1975년 상장 이후 1980년을 제외하고 매년 현금 배당을 실시해왔으며, 2014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배당액만 100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며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