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들과 다르게 사느냐'는 무례한 질문에 매일같이 답해야 하는 삶은 어떤 색깔일까.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사회적 수사는 넘쳐나지만, 지금도 대한민국의 견고한 정상성 규범을 벗어난 이들에게 일상은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만 하는 조용한 지옥과도 같다. 하물며 가치관이 형성되는 위태로운 10대의 시기에 주류 사회가 규정한 궤도를 벗어난 '소수자'의 꼬리표를 달고 살아간다는 것은 혹독한 성장통 그 이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폭력적인 사회의 시선에 맞서, 열여섯 살의 어린 청소년 작가가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활자를 무기 삼아 세상 밖으로 나왔다.
광주광역시청소년삶디자인센터(이하 삶디)는 오는 21일 토요일 오후 3시, 센터 내 열린책방에서 청소년 작가 '스올(16)'의 신간 에세이 '보이지 않는 솔' 출판을 기념하는 북토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출판 기념회를 넘어, 우리 사회의 배타성을 꼬집는 하나의 작은 공론장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출간된 신간 '보이지 않는 솔'은 육식을 거부하는 비건이자 성소수자인 퀴어, 그리고 길 위의 생명을 돌보는 캣맘이라는 다층적인 정체성을 지닌 스올 작가가 자신의 삶을 '설명서'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풀어낸 에세이집이다. 전자기기나 물건에나 붙어 있을 법한 설명서를 16세 청소년이 스스로에게 부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끊임없이 자신을 해명하고 납득시켜야만 했던 한국 사회 소수자의 피로감을 역설적으로 꼬집는다.
스올 작가는 집필 과정의 소회를 밝히며 "말은 글과 다르게 허공에 흩어져 남질 않으니 똑같은 해명을 하고 또 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책이라는 물성으로 내 이야기를 쓰고 나니 이제 세상을 향해 나를 덜 설명해도 되고, 단지 소수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 정체성을 끝없이 증명해 내야 했던 불공평함도 조금은 해소된 기분"이라고 전했다. 일회성으로 휘발되는 '말'의 무력함을 극복하고, 변하지 않는 '텍스트의 영속성'을 통해 세상의 편견에 맞설 가장 단단한 방패를 스스로 주조해 낸 셈이다.
문단 안팎에서는 스올 작가의 행보를 단순한 10대의 일기장 수준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작가는 이미 지난해 삶디가 주관한 단편소설 창작 프로젝트에 참여해 탁월한 문학적 역량을 검증받은 바 있다. 당시 발표한 소설 '포크와 장화와 포크'에서는 무채색의 방에 갇혀 통제받는 청소년들과 그들을 억압하는 관리자의 이야기를 통해 번뜩이는 상상력과 은유를 선보였다.
이번 신간 에세이 역시 이러한 작가의 문학적 세계관이 고스란히 연장선에 있다. 작가 본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논픽션인 에세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문학적 상상력을 덧입혀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를 묘하게 허물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한 청소년의 투쟁기에 더욱 깊숙이, 그리고 입체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사춘기라는 불안정한 심리적 터널을 통과하면서도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일상을 담백하고 건조한 문체로 써 내려간 이 책은, 1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날카로운 사유와 통찰을 담고 있어 기성세대에게도 뼈아픈 성찰의 질문을 던진다.
오는 21일 열리는 북토크 현장에서는 작가가 대중 앞에 직접 나서 책을 펴내게 된 처절한 배경과, 그간 숨겨왔던 정체성에 관한 날것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쏟아낼 예정이다. 특히 삶디의 청소년 창작 모임인 '계절글방'에서 함께 글을 쓰며 연대해 온 동료 청소년들이 패널로 참여해, 10대들만의 시선으로 기성 사회를 해부하는 심도 깊은 '북수다'도 이어질 계획이다.
이번 북토크 참여 신청은 20일 금요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흥미로운 점은 사전 신청자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혜택이다. 신청 당일부터 행사 전날까지 스올 작가가 직접 쓴 미공개 수필이 매일 신청자들에게 배달된다. 작가와 독자가 행사 전부터 내밀한 활자로 먼저 교감하게 만드는 셈세한 기획력이 돋보인다. 행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삶디 대표전화 또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의미 있는 행사를 주관하는 광주광역시청소년삶디자인센터는 광주시의 위탁을 받아 전남대학교와 광주YMCA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시립 청소년 특화시설이다. 지역 청소년들이 획일화된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의 관심과 욕구를 바탕으로 주도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창작 및 경험의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