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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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째주 · 2026
[2월 4째 주 역사로 보는 세상] 보이지 않는 빛이 세상을 바꿨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2월 4째 주 역사로 보는 세상] 보이지 않는 빛이 세상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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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3일, 이라크 티크리트 인근의 한 농가 지하에서 사담 후세인이 체포되었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군은 그를 땅굴에서 끌어올렸고, 한 시대의 독재자는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의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의 체포는 이라크 전쟁의 전환점으로 기록되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뒤에 더 긴 혼란이 이어졌다. 후세인의 체포가 해결한 것보다 열어놓은 문제가 더 많았다는 것을, 세계는 곧 알게 되었다.

역사 사건 사진

사담 후세인 체포 직후, 2003년 12월. 미군 의료진이 신원 확인을 위해 구강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장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 US Department of Defense

후세인 체포 이후에도 이라크에서는 매일 폭탄이 터졌다. 급조폭발물, 이른바 IED는 미군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 전쟁의 공식적 명분은 사라졌지만, 전투는 계속되었다. 바그다드의 거리에서 폭탄 해체반은 매일 죽음과 마주했다. 그들에게 전쟁은 승리나 패배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음 폭탄을 해체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전쟁은 끝나도 전쟁터에 남은 사람의 신경은 끝나지 않는다. 캐서린 비글로우가 보여준 것은 폭발이 아니라, 폭발을 기다리는 사람의 내면이었다.

2008년, 캐서린 비글로우는 The Hurt Locker를 만들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폭탄 해체 임무를 수행하는 미군 EOD 팀의 이야기다. 제러미 레너가 연기한 윌리엄 제임스 상사는 위험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동료들은 그를 무모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깨닫는다. 그가 위험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위험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전쟁이 그에게 남긴 것은 상처가 아니라 중독이었다.

영화 스틸 — The Hurt Locker

The Hurt Locker (2008),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제러미 레너가 폭탄 해체복을 입고 바그다드 거리를 걸어가는 장면 이 영화는 여성 감독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 Voltage Pictures

후세인의 체포와 비글로우의 영화 사이에는 5년의 시간이 있다. 그 5년 동안 이라크에서는 수만 명이 죽었고, 수십만 명이 집을 잃었다. 비글로우는 그 숫자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전쟁이 한 인간을 어떻게 바꾸는가. 마지막 장면에서 제임스는 귀국한 뒤 슈퍼마켓에서 시리얼을 고르지 못한다. 수백 가지 선택지 앞에서 그는 멈춘다. 전쟁터에서는 선택이 단순했다. 살거나, 죽거나.


이라크 전쟁은 21세기 첫 번째 대규모 군사 개입이었다. 대량살상무기라는 명분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민주주의 이식이라는 목표는 혼란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가장 오래 남는 상처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들이다. 귀환한 병사들의 PTSD, 가족의 해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는 사람들. 비글로우는 바로 그것을 찍었다.

전쟁 영화는 보통 영웅을 만들거나 반전을 외친다. The Hurt Locker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이 영화는 전쟁이 한 사람의 신경계에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영화의 첫 자막은 크리스 헤지스의 문장을 인용한다. '전쟁은 마약이다.' 후세인은 체포되었고,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윌리엄 제임스 같은 사람들에게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질문이고, 2003년 12월 이후 우리가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이다.

공식 예고편

The Hurt Locker (2008) —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