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9월 27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하던 날, 카불대학교 여학생 5천여 명이 강의실에서 쫓겨났다. 그날 이후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를 박탈당했고, 의사였던 여성들은 부르카 속에 갇혀 집안에만 머물러야 했다. 탈레반 종교경찰은 여학교를 폐쇄하고, 책을 불태우며, 8세 이상 소녀들의 등교를 금지했다. 한때 중동에서 가장 진보적이었던 카불의 거리는 침묵으로 가득 찼고, 지식을 갈망하던 소녀들은 지하 학교에서 목숨을 걸고 글을 배워야 했다.
아프간 여성 교육.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탈레반의 여성 교육 금지는 단순한 종교적 극단주의의 산물이 아니었다. 이는 체계적인 사회 통제 메커니즘이었고, 인구의 절반을 무력화시켜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정치적 계산이었다. 1970년대 아프간 여성들은 의회의원이 되고, 판사가 되었으며, 전체 대학생의 40%를 차지했다. 그러나 소련 침공과 내전, 그리고 탈레반의 등장으로 이 모든 진보는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교육받은 여성은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었고, 무지는 복종을 보장하는 도구가 되었다.
시딕 바르막 감독의 Osama는 탈레반 치하에서 소년으로 위장해 살아가야 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200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아버지를 잃고 생계를 위해 남장을 해야 했던 12살 소녀 마리나 골바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으로 탈레반의 광기를 포착한다. 소녀는 '오사마'라는 남자 이름으로 살아가며, 매 순간 정체가 탄로날 위험에 떨어야 한다. 바르막 감독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아프간 소녀를 캐스팅해 그 공포와 절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Osama (2003), 시딕 바르막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적 현실과 영화적 재현은 여기서 놀랍도록 일치한다. 실제로 탈레반 치하에서 수많은 아프간 소녀들이 생존을 위해 남장을 했고, 발각되면 공개 처형당했다. Osama의 주인공처럼,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우고 다른 존재가 되어야만 했다. 영화 속 코란 학교 장면은 특히 충격적이다. 소년으로 위장한 소녀가 다른 남자아이들과 함께 종교 교육을 받는 동안, 그녀의 눈빛은 공포와 갈망이 교차한다. 교육받고 싶지만 교육받을 수 없는, 존재하지만 존재할 수 없는 모순이 한 프레임에 담긴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장악했을 때, 역사는 반복되었다. 대학에서 쫓겨난 여학생들, 문을 닫은 여학교들, 그리고 다시 부르카 속으로 사라진 여성들. 2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프간 여성들의 현실은 Osama가 그렸던 2001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에도 지하 학교에서 목숨을 걸고 공부하는 소녀들이 있고, 온라인으로 몰래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이 있다. 그들에게 교육은 사치가 아닌 저항이며, 펜은 총보다 강력한 무기다.
영화 Osama의 마지막 장면에서, 정체가 탄로난 소녀는 늙은 탈레반 대원과 강제 결혼을 당한다. 카메라는 그녀가 갇힌 집의 자물쇠를 비추며 끝난다. 그 자물쇠는 단순한 철물이 아니라, 2천만 아프간 여성들의 미래를 가둔 거대한 감옥의 상징이다. 2024년 오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받을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누리는 문명이란 과연 얼마나 견고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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