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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째주 · 2024
[2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 속 두 아이의 여정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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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 속 두 아이의 여정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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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8월 15일,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카슈미르는 갈라진 운명의 땅이 되었다. 하리 싱 마하라자가 통치하던 이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았고, 결국 인도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무슬림이 다수인 이 지역의 주민들은 자결권을 요구했고, 이는 곧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1989년부터 본격화된 무장 봉기와 인도군의 진압 과정에서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1990년대 초, 인도군의 '실종 작전'으로 8,000명 이상의 카슈미르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군사특별권한법(AFSPA) 아래에서 군인들은 민간인을 임의로 구금하고 심문할 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고문과 초법적 처형이 일상화되었다.

역사 사건

인도 카슈미르 인권침해.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카슈미르 분쟁은 단순한 영토 다툼이 아니라 정체성과 자결권을 둘러싼 복잡한 갈등이다. 인도 정부는 카슈미르를 '불가분의 영토'로 간주하며 분리주의 운동을 테러리즘으로 규정했다. 반면 카슈미르인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자유를 향한 정당한 저항으로 여겼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폭력의 악순환을 낳았다. 군대의 과도한 진압은 더 많은 젊은이들을 무장 투쟁으로 내몰았고, 무장 단체의 공격은 다시 군사적 대응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었다. 국제사회는 이 지역의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인도는 이를 내정 간섭으로 일축했다. 카슈미르는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군사화된 지역 중 하나가 되었고, 주민들은 일상적인 감시와 통제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아슈빈 쿠마르 감독의 No Father in Kashmir는 이러한 카슈미르의 비극을 한 소녀의 시선으로 조명한다. 영국에서 자란 16살 나디아는 어머니와 함께 카슈미르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만난 또래 소년 마지드와 함께 실종된 아버지들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나디아의 아버지는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혀 죽었고, 마지드의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두 아이는 진실을 찾아 나서지만, 그들이 마주한 것은 거대한 침묵의 벽이었다. 조이타 소랑키와 샤르와리 카네카르의 섬세한 연기는 순수함을 잃어가는 청춘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영화는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인간적 비극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카슈미르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영화 스틸

No Father in Kashmir (2019), 아슈빈 쿠마르 감독. ⓒ Production Company

역사적 트라우마와 영화적 서사는 '부재하는 아버지'라는 상징을 통해 만난다. 카슈미르에서 실종된 수천 명의 남성들은 가족들에게 영원한 공백을 남겼다. 이들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로 존재하며, 남겨진 이들은 애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영화 속 두 아이의 여정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다. 그들은 아버지의 부재가 만든 상처를 이해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카슈미르의 집단적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개인의 상실과 집단의 비극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영화는 역사의 무게를 개인의 이야기로 번역한다. 침묵을 강요받은 땅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아이들의 모습은 카슈미르 전체의 은유가 된다.

2019년 8월, 인도 정부가 카슈미르의 특별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이 지역의 상황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통신이 차단되고 정치인들이 구금되는 가운데, 카슈미르는 다시 한 번 세계로부터 고립되었다. 영화가 그리는 과거의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아직도 진실을 기다리고 있고, 새로운 세대는 더 깊은 절망 속에서 자라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정보의 암흑지대는 존재하며, 권력은 여전히 침묵을 강요한다. 카슈미르의 비극은 우리에게 묻는다. 국가 안보와 인권 사이에서 균형점은 어디인가. 역사적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가.

영화의 마지막, 나디아와 마지드는 각자의 길을 간다. 진실을 찾지 못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씁쓸하다. 그러나 그들이 던진 질문은 남는다. 부재하는 이들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침묵 속에 묻힌 진실을 누가 발굴할 것인가. 카슈미르의 비극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질문을 던진다. 권력의 폭력 앞에서 개인은 얼마나 무력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계속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가.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우리에게 남은 것은 불편한 침묵이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당신이 사는 곳에도 묻혀있는 진실이 있지 않은가?

공식 예고편

No Father in Kashmir (2019) — 아슈빈 쿠마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