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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째주 · 2024
[2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역사는 '목격'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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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역사는 '목격'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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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0월 16일, 인도네시아군이 동티모르 국경 마을 발리보에 진입했다. 그곳에는 호주 방송국 소속 기자 5명이 머물고 있었다. 그레그 셔클턴, 게리 커닝엄, 토니 스튜어트, 말콤 레니, 브라이언 피터스. 이들은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침공을 취재하러 온 젊은 언론인들이었다. 이튿날 새벽, 다섯 명 모두 살해당했다. 인도네시아군은 이들을 포르투갈군으로 오인했다고 주장했지만, 진실은 달랐다. 400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동티모르가 1975년 독립을 선언하자, 수하르토 정권은 무력 병합을 결정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목격자들을 제거한 것이다.

역사 사건

동티모르 독립운동.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동티모르 독립운동은 20세기 후반 가장 비극적인 탈식민 투쟁 중 하나였다. 1975년 12월 7일 인도네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24년간 지속된 점령 기간 동안 20만 명이 넘는 동티모르인이 학살당했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숫자였다. 그러나 냉전 구도 속에서 서방 세계는 침묵했다. 반공 동맹국 인도네시아를 지지한 미국과 호주는 학살을 묵인했고, 무기를 공급했다. 1991년 산타크루즈 대학살이 언론에 노출되고서야 국제사회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동티모르가 유엔 감독하에 독립을 쟁취한 것은 2002년의 일이었다.

로버트 코놀리 감독의 Balibo는 발리보 학살 사건을 중심으로 동티모르의 비극을 그린다. 안소니 라파글리아가 연기한 로저 이스트는 실존 인물로, 다섯 기자의 죽음을 추적하는 베테랑 저널리스트다. 영화는 1975년의 발리보와 수도 딜리를 오가며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따라간다. 오스카 아이작이 연기한 호세 라모스 오르타는 훗날 노벨평화상을 받는 독립운동 지도자로, 이스트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코놀리는 다큐멘터리적 접근과 극영화의 서사를 결합해, 잊혀진 학살의 기억을 복원한다.

영화 스틸

Balibo (2009), 로버트 코놀리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와 역사는 '목격'이라는 주제로 만난다. 발리보의 다섯 기자는 침공을 목격했기에 죽었고, 로저 이스트는 그들의 죽음을 목격하려 했기에 위험에 빠졌다. 동티모르인들은 자신들의 고통을 목격해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렸다. Balibo는 카메라가 권력의 폭력을 견제할 수 있다는 믿음과, 그 믿음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진실은 종종 총구 앞에서 침묵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누군가는 계속 기록하고, 기억하고, 증언한다.

2024년 현재,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작은 나라'들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미얀마, 위구르. 강대국의 이익 앞에서 약소민족의 생존권은 쉽게 무시된다. 언론인들은 여전히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찾지만, 때로는 목숨을 잃는다.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진실은 조작되고 은폐된다. 동티모르가 27년간의 투쟁 끝에 독립을 쟁취했듯이, 오늘의 억압받는 이들도 언젠가 자유를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이 필요할까.

발리보의 다섯 기자는 "진실은 힘이 세다"고 믿었다.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비록 그들은 죽었지만, 그들이 남긴 필름과 기록은 결국 진실을 세상에 알렸다. Balibo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묻는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목격하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외면하고 있는가. 멀리 떨어진 타인의 고통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혹시 우리도 침묵이라는 이름의 공범은 아닐까?

공식 예고편

Balibo (2009) — 로버트 코놀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