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5일, 페루 북부 아마존 지역의 바구아에서 충격적인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아와훈족과 왐피스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이 정부의 석유 개발 정책에 맞서 봉기한 지 두 달째,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서면서 33명이 목숨을 잃었다. 알베르토 피사노 전 대통령과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아마존 열대우림의 60%를 석유기업에 개방하려던 계획이 피로 물든 것이다. 시신을 수습하러 온 원주민 지도자 산티아고 마누인 발리안은 "우리 땅은 우리의 어머니다. 어머니를 팔 수는 없다"며 오열했다.
에콰도르 원주민 저항.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 사태는 단순한 시위 진압을 넘어선 문명 충돌의 비극이었다. 가르시아 정부는 원주민들을 '개발의 적', '전근대적 존재'로 규정하며 경제 성장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대상으로 취급했다. 반면 원주민들에게 아마존은 단지 자원이 아닌 수천 년간 이어온 삶의 터전이자 영적 공간이었다. 페루 의회는 원주민 공동체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령을 통과시켰고, 이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69호가 보장하는 원주민의 사전 동의권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었다.
하이디 브란덴부르크와 마시스 베이예르가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 When Two Worlds Collide(2016)는 바로 이 바구아 참사를 중심으로 페루 원주민들의 저항을 추적한다. 영화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의 사건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원주민 지도자 알베르토 피사노와 정부 관료들의 대립을 생생하게 포착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카메라가 양측의 입장을 균형 있게 담아내면서도, 권력의 비대칭성을 날카롭게 드러낸다는 점이다. 원주민들의 평화로운 도로 봉쇄가 어떻게 국가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When Two Worlds Collide (2016), 하이디 브란덴부르크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가 포착한 것은 단지 페루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콰도르에서도 2019년 10월, 레닌 모레노 정부의 연료 보조금 폐지에 맞서 원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CONAIE(에콰도르 원주민 연맹)가 주도한 11일간의 투쟁은 수도 키토를 마비시켰고, 결국 정부는 정책을 철회해야 했다. 페루의 바구아와 에콰도르의 키토, 두 사건 모두 신자유주의 개발 논리와 원주민의 생존권이 충돌한 지점에서 발생했다. 영화가 보여주는 페루 원주민의 절규는 안데스 산맥을 넘어 에콰도르 원주민들의 목소리와 공명한다.
2024년 현재,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원주민 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아마존 보호의 중요성이 전 지구적 의제로 부상했고, 원주민들은 더 이상 개발의 걸림돌이 아닌 환경 수호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브라질의 소니아 구아자자라가 최초의 원주민 출신 장관이 된 것처럼, 정치적 대표성도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채굴 기업들의 압력과 정부의 개발 욕구는 계속되고 있으며, 원주민 활동가들에 대한 암살도 끊이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처럼, 우리는 여전히 '두 세계의 충돌' 속에 살고 있다. 한쪽에는 무한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문명이, 다른 한쪽에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원주민 세계관이 자리한다. 바구아의 피와 에콰도르의 저항, 그리고 이를 기록한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진정한 발전이란 무엇인가? 땅은 소유의 대상인가, 공존의 터전인가? 우리는 어떤 세계를 선택할 것인가?

![[3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포착한 것은 단지 페루만의 문제가 아니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when_two_worlds_collide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