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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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째주 · 2024
[6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는 한 줌의 스페인 흙을 통해 역사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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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는 한 줌의 스페인 흙을 통해 역사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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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7월 17일, 스페인령 모로코에서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이끄는 군부 반란이 시작되었다. 마누엘 아사냐가 이끄는 제2공화국 정부에 대항한 이 쿠데타는 곧 전 국토를 피로 물들인 내전으로 번졌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공화파와 세비야를 거점으로 한 국민파의 대립은 단순한 내전을 넘어 파시즘과 민주주의, 보수와 진보가 격돌하는 이념 전쟁의 성격을 띠었다. 이 전쟁에는 54개국에서 온 3만 5천여 명의 자원병들이 국제여단이라는 이름으로 참전했다.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같은 지식인들도 총을 들고 스페인 땅을 밟았다.

역사 사건

스페인 내전과 국제여단.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스페인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프랑코를 지원하며 새로운 무기를 실험했고, 소련은 공화파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스페인 좌파를 통제하려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불간섭주의를 표방하며 방관했다. 국제여단 의용군들은 순수한 신념으로 참전했지만, 복잡한 정치적 역학 속에서 희생양이 되었다. 특히 스탈린주의자들과 아나키스트, 트로츠키주의자들 간의 내부 분열은 공화파의 패배를 앞당겼다. 1939년 4월 1일 프랑코의 승리로 끝난 이 전쟁은 5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스페인에 36년간의 독재를 가져왔다.

켄 로치 감독의 Land and Freedom은 영국 공산당원 데이비드가 국제여단에 참가해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리버풀의 실업자였던 그는 파시즘과 싸우겠다는 일념으로 스페인에 도착하지만, POUM(마르크스주의 통일노동자당) 민병대에 합류하게 된다. 이안 하트가 연기한 데이비드는 아라곤 전선에서 블랑카라는 여성 전사와 사랑에 빠지고, 농민들과 함께 토지를 집단화하는 혁명의 현장을 목격한다. 그러나 공산당의 노선과 충돌하며 동지들 간의 총부리가 서로를 향하는 비극을 경험한다. 로치는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으로 이념의 순수성과 정치의 잔혹함을 동시에 포착한다.

영화 스틸

Land and Freedom (1995), 켄 로치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는 한 줌의 스페인 흙을 통해 역사의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데이비드가 죽을 때까지 간직한 그 흙은 그가 꿈꾸었던 자유로운 땅의 상징이자, 배신당한 혁명의 증거다. 국제여단원들이 품었던 국제주의적 연대의 이상은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산산조각났다. 로치는 아나키스트들과 POUM 민병대원들의 시각에서 이 비극을 재구성함으로써, 공식 역사에서 지워진 목소리들을 복원한다. 영화 속 토지 집단화를 둘러싼 농민들의 열띤 토론 장면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어떻게 위로부터의 통제에 의해 질식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스페인 내전에서 패배한 것은 공화파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한 국경을 넘어 연대하려 했던 인류의 꿈이 패배한 것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 시리아, 미얀마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보며 우리는 다시 묻는다. 국제적 연대는 가능한가. 현실정치의 복잡함 속에서도 보편적 가치를 위한 투쟁은 의미가 있는가. 켄 로치의 영화는 실패한 혁명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그 실패 속에서도 빛났던 인간 정신에 대한 증언이다.

1936년 스페인으로 향했던 국제여단원들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걸었을까. 그들은 파시즘의 위협 앞에서 수수방관하는 것이 곧 공모임을 알았다. 비록 그들의 싸움은 실패했지만, 그 연대의 정신은 역사 속에 씨앗으로 남았다. Land and Freedom이 묻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 시대의 파시즘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연대할 것인가. 그리고 그 연대가 배신당할 때,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공식 예고편

Land and Freedom (1995) — 켄 로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