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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째주 · 2024
[7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둘 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착취와 폭력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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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둘 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착취와 폭력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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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4일 오전 8시 57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의 라나 플라자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8층 건물에는 5개의 의류 공장이 입주해 있었고, 약 5천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었다. 전날 건물 곳곳에서 균열이 발견되어 대피 명령이 내려졌지만, 공장주들은 납기를 맞춰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강제로 출근시켰다. 붕괴 사고로 1,134명이 사망하고 2,5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임금을 받으며 서구 브랜드의 옷을 만들던 20대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역사 사건

산업재해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라나 플라자 참사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산업의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 건물주 모하메드 소헬 라나는 불법 증축을 통해 원래 5층이었던 건물을 8층까지 올렸고, 상업용 건물에 무거운 재봉틀과 발전기를 설치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이 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안전 규정은 유명무실했다. 프라이마크, 베네통, 월마트 등 서구 기업들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열악한 작업 환경을 묵인했다. 노동자들의 생명은 1달러짜리 티셔츠보다 가벼웠다.

앤드루 모건 감독의 다큐멘터리 The True Cost는 라나 플라자 참사 2년 후인 2015년에 개봉했다. 영화는 방글라데시, 인도, 캄보디아의 의류 공장부터 파리와 뉴욕의 패션쇼까지, 전 지구적 패션 산업의 연결고리를 추적한다. 생존한 라나 플라자 노동자들의 증언, 공장에서 일하며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여성 노동자의 눈물, 농약에 중독된 인도 목화 농부의 고통스러운 일상이 카메라에 담긴다. 영화는 화려한 런웨이와 참혹한 노동 현장을 교차 편집하며, 2달러짜리 티셔츠의 '진짜 비용'이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 스틸

The True Cost (2015), 앤드루 모건 감독. ⓒ Production Company

라나 플라자의 붕괴와 The True Cost가 포착한 패션 산업의 구조는 놀랍도록 닮아있다. 둘 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착취와 폭력을 다룬다. 라나 플라자의 균열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듯, 패션 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되었다. 영화는 라나 플라자를 단순한 사고가 아닌 필연적 귀결로 본다. 끝없는 성장과 이윤 추구, 소비자의 무관심, 노동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글로벌 공급망. 이 모든 것이 맞물려 1,13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라나 플라자 이후 방글라데시는 건물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더디다. 2024년 현재도 패스트패션은 여전히 번성하고 있고, 매년 1천억 벌 이상의 옷이 생산된다. 코로나19로 주문이 취소되자 수백만 명의 의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기후위기 시대, 패션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우리가 입는 옷 뒤에는 여전히 누군가의 눈물과 지구의 신음이 있다.

라나 플라자의 무너진 잔해 속에서 구조대원들은 "살려주세요"라고 적힌 종이를 발견했다. 그것은 단순한 구조 요청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절규였을지도 모른다. The True Cost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입고 있는 그 옷은 정말 '싸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언제까지 다른 이의 고통 위에 우리의 편리함을 쌓아올릴 것인가? 옷장 앞에 선 우리는 오늘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공식 예고편

The True Cost (2015) — 앤드루 모건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