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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째주 · 2024
[7월 5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포착한 것은 단지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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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가 포착한 것은 단지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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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10월 23일, 부다페스트의 가을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스탈린 동상 앞에 모인 20만 명의 시민들이 '러시아인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이것이 동유럽 최초의 반소 봉기가 될 줄은 몰랐다. 부다페스트 공과대학 학생들이 주도한 평화 시위는 곧 전 국민적 저항으로 번졌고, 11월 4일 소련군 탱크가 부다페스트 거리를 짓밟을 때까지 헝가리인들은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단 13일간의 혁명이었지만, 2,500명의 헝가리인이 목숨을 잃었고 20만 명이 서방으로 망명했다. 그중에는 올림픽 수구 국가대표팀도 있었다.

역사 사건

헝가리 혁명 1956.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헝가리 혁명은 단순한 반소 봉기가 아니었다. 1945년부터 이어진 소련의 억압, 라코시 정권의 공포정치, 경제난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던 헝가리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폴란드의 포즈난 봉기에 고무되어 언론의 자유, 비밀경찰 해체, 다당제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임레 너지 총리가 바르샤바 조약 탈퇴와 중립국 선언을 하자, 흐루쇼프는 즉각 군사 개입을 명령했다. 서방 세계는 수에즈 운하 위기에 몰두한 채 헝가리를 외면했고, 혁명의 불꽃은 소련 탱크의 무한궤도 아래 짓밟혔다. 하지만 이 짧은 봉기는 냉전 체제의 균열을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크리스티나 고다 감독의 Children of Glory는 바로 이 비극적 순간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벌어진 '피의 수구 경기'로 알려진 헝가리 대 소련전을 중심으로, 수구 선수 칼리 사보와 대학생 혁명가 비키의 사랑을 그린다. 이반 펜요가 연기한 칼리는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자부심과 조국의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카타 도보가 연기한 비키는 혁명의 중심에서 싸우는 여성 투사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적 사실성과 멜로드라마적 서사를 교묘하게 결합시켜, 역사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의 선택과 희생을 조명한다.

영화 스틸

Children of Glory (2006), 크리스티나 고다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가 포착한 것은 단지 역사적 사건의 재현이 아니다. 수영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헝가리와 소련의 대결은, 부다페스트 거리에서 벌어진 혁명의 축소판이었다. 실제로 1956년 12월 6일 멜버른 올림픽 수구 준결승전에서 헝가리는 소련을 4대 0으로 이기며 복수에 성공했다. 경기 중 헝가리 선수 에르빈 자도르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장면은 전 세계에 보도되었고, 이는 헝가리 혁명의 정당성을 알리는 상징적 순간이 되었다. 영화는 스포츠라는 메타포를 통해 냉전의 이데올로기 대결과 작은 나라의 저항 정신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물속에서의 격렬한 몸싸움은 거리에서의 총성만큼이나 치열했다.

1956년의 부다페스트와 2024년의 세계는 얼마나 다를까. 우크라이나 전쟁, 홍콩의 민주화 시위,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목격하는 우리는 여전히 자유와 억압의 대결을 목도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저항은 거리에서 소셜미디어로 옮겨갔지만, 권위주의에 맞서는 시민들의 용기는 변하지 않았다. 헝가리 혁명이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민주화의 씨앗이 되었듯이, 오늘날의 저항들도 언젠가는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낼 것이다. 다만 국제사회의 침묵과 강대국의 이기심은 68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고통 앞에서 방관자가 되기 쉽다.

Children of Glory의 마지막 장면에서 칼리는 서방으로 망명하는 대신 헝가리로 돌아간다. 영화는 묻는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조국을 떠나지 않는 것이 용기일까, 어리석음일까. 1956년 겨울, 20만 명의 헝가리인들은 조국을 떠났지만, 더 많은 이들은 남아서 삶을 이어갔다. 혁명의 불꽃은 꺼졌지만 그 재는 땅속 깊이 스며들어 1989년 체제 전환의 거름이 되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탱크 앞에 맨몸으로 선 시민들의 패배가 아니라, 그들이 꿈꾸었던 자유의 가치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공식 예고편

Children of Glory (2006) — 크리스티나 고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