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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째주 · 2024
[8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실제 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평행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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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와 실제 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평행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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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일 새벽 1시,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한 저택에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6팀이 침투했다. 작전명 '넵튠 스피어'. 9.11 테러의 주모자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 나선 지 정확히 9년 7개월 20일 만의 일이었다. 40분간의 교전 끝에 빈 라덴은 머리와 가슴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고, 그의 시신은 아라비아해에 수장되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날 밤 11시 35분, 백악관에서 전 세계를 향해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선언했다. 한 시대를 규정했던 테러리스트의 죽음은 그렇게 단 40분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역사 사건

빈라덴 사살작전.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빈 라덴 사살은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21세기 초 미국의 정체성을 재정의한 상징적 사건이었다. 9.11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운영하며 고문을 자행했다.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애국자법을 통과시켜 시민의 자유를 제약했다. 빈 라덴 추적 과정에서 CIA는 수많은 용의자를 납치하고 고문했으며, 파키스탄 주권을 침해하며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정의의 실현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은 스스로가 지켜온 가치들을 하나둘 포기해갔다. 빈 라덴의 죽음은 승리인 동시에,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Zero Dark Thirty는 빈 라덴 사살로 이어진 10년간의 추적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2003년 CIA 비밀 수용소에서 이루어진 고문 장면으로 시작한다. 신참 분석가 마야(제시카 차스테인)는 처음엔 고문에 충격을 받지만, 점차 그것을 당연한 수단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폭탄 테러, 정보원 살해, 내부 갈등 속에서 집요하게 단서를 추적하는 마야의 7년을 따라간다. 차스테인은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오직 임무에만 매달리는 인물을 차갑고 건조하게 연기한다. 클라이맥스인 사살 작전 장면은 30분간 거의 무음으로 진행되며, 관객에게 판단을 맡긴다.

영화 스틸

Zero Dark Thirty (2012),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와 실제 사건은 놀라울 정도로 평행선을 그린다. 둘 다 정의라는 대의를 위해 치러야 했던 윤리적 대가를 정면으로 다룬다. 실제로 CIA는 빈 라덴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183번의 물고문을 포함한 '강화된 심문 기법'을 사용했고, 영화는 이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비글로우는 영웅 서사를 거부하고, 대신 복수와 정의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탐구한다. 마야가 빈 라덴의 시신을 확인하고 혼자 수송기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은, 미국이 승리의 순간에 느낀 공허함을 상징한다. 10년의 전쟁, 수천 명의 죽음, 그리고 잃어버린 순수함 끝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빈 라덴 사살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그 유산 속에 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탈레반의 손에 넘어갔고, 중동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테러리즘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진화했다. 국가 안보를 위한 감시 체계는 일상이 되었고,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 사이의 긴장은 더욱 첨예해졌다. Zero Dark Thirty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안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유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진 부정의를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는가.

역사는 종종 선과 악의 명확한 구분을 거부한다. 빈 라덴의 죽음은 하나의 장을 마감했지만, 더 복잡한 질문들을 열어놓았다. Zero Dark Thirty는 그 복잡성을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한다. 영화 속 마야처럼, 우리도 승리의 순간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애도의 눈물이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는 있을 수 있는가. 아니면 우리 모두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패자일 뿐인가.

공식 예고편

Zero Dark Thirty (2012) —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