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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째주 · 2024
[8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둘 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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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둘 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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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6일, 멕시코 이괄라에서 교육대학생 43명이 집단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들이 탄 버스가 경찰에 의해 저지당한 뒤, 그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사건은 멕시코 사회를 뒤흔들었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매년 수만 명의 여성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멕시코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약 11만 명이 실종 상태이며, 이 중 2만 5천여 명이 여성이다. 게레로, 치와와, 베라크루스 등 마약 카르텔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에서 특히 여성 실종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들 대부분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로, 가난한 가정 출신이거나 원주민 공동체 출신이다.

역사 사건

멕시코 여성 실종.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멕시코의 여성 실종 문제는 단순한 치안 부재가 아니라 구조적 폭력의 결과다. 마약 카르텔은 여성들을 인신매매의 대상으로 삼고, 성 착취 산업에 강제로 투입한다. 경찰과 정부 관료들의 부패는 이러한 범죄를 방조하고 때로는 공모한다. '페미니시디오(feminicidio)'라는 용어가 일상화될 정도로 여성 살해가 만연하지만,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종자 가족들은 스스로 수색대를 조직해 사막과 산을 뒤지며 유골을 찾아 헤맨다. 2022년 '어머니의 날'에는 실종자 어머니들이 멕시코시티 중심가를 행진하며 "우리는 그들을 찾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고 외쳤다. 이들의 절규는 국가의 무능과 무관심을 고발하는 동시에,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정의를 요구하는 저항의 목소리였다.

타티아나 우에소 감독의 Prayers for the Stolen은 멕시코 산간 마을에서 살아가는 세 소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양귀비 밭이 펼쳐진 게레로 주의 작은 마을, 남자들이 떠나거나 죽은 이곳에서 여자아이들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남자아이처럼 행동하도록 교육받는다. 마약 카르텔이 예쁜 소녀들을 데려가기 때문이다. 주인공 아나와 그녀의 친구들은 산속에 판 구덩이에 숨는 훈련을 반복한다. 어머니들은 딸들에게 "절대 예뻐 보이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영화는 폭력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그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카메라는 소녀들의 시선 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그들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 스틸

Prayers for the Stolen (2021), 타티아나 우에소 감독. ⓒ Production Company

실제 멕시코의 여성 실종 사건과 영화 속 소녀들의 삶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둘 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실종된 여성들의 가족이 스스로 수색대를 조직하듯, 영화 속 어머니들도 딸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장 충격적인 유사점은 '보이지 않음'의 전략이다. 실종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고, 영화 속 소녀들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보이지 않게 만든다. 영화는 한 장면에서 아나가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 아니라, 여성성 자체가 위험이 되는 사회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과정을 상징한다.

2024년 현재, 멕시코의 여성 실종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지만, 구조적 폭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팬데믹 이후 가정폭력과 여성 살해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이어진다. 한국 사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데이트 폭력, 스토킹 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멕시코의 극단적 사례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폭력이 방치될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우리는 실종된 여성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려줘야 한다.

영화의 제목 '도둑맞은 기도'는 여러 의미를 품고 있다. 소녀들의 순수함이 도둑맞았고, 어머니들의 간절한 기도가 도둑맞았으며, 국가가 보호해야 할 생명이 도둑맞았다. 멕시코의 실종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꿈이, 미래가, 존재 자체가 도둑맞았다. 우에소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묻는다. 소녀들이 자신을 숨기지 않고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 올 것인가. 이 질문은 2024년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딸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있는가?

공식 예고편

Prayers for the Stolen (2021) — 타티아나 우에소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