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2월 28일, 타이베이의 한 담배 노점상에서 시작된 작은 충돌은 대만 현대사의 가장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날 저녁 7시경, 타이베이 시내 타이핑베이루에서 담배단속반원들이 40대 여성 노점상 린장마이의 담배를 압수하고 그녀를 구타했다. 분노한 시민들이 몰려들자 단속반원 중 한 명이 발포해 구경꾼 천원시가 사망했고, 다음날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국민당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중국 본토에서 군대를 증파해 무차별 진압에 나섰다. 3월부터 5월까지 이어진 '백색테러' 기간 동안 1만 8천에서 2만 8천 명의 대만인이 학살당했다.
대만 228사건.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228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충돌이 아니었다. 1945년 일본의 패전으로 50년간의 식민지배가 끝났지만, 대만인들에게 찾아온 것은 해방이 아닌 또 다른 외래 통치였다. 중국 본토에서 건너온 국민당 정부는 대만을 '수복된 영토'로만 여겼고, 대만인들을 '일본에 오염된 2등 국민'으로 취급했다. 관리들의 부패와 착취, 경제 파탄, 문화적 차별이 겹치면서 본성인(本省人)과 외성인(外省人) 사이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228사건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필연적 결과였고, 이후 38년간 이어진 계엄령 시대의 서막이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A City of Sadness는 228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대만 영화다. 1989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지룽(基隆) 근처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비극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조명한다. 린씨 집안의 넷째 아들 원칭(양조위 분)은 청각 장애인 사진사로, 말 못하는 그의 침묵은 곧 역사 앞에서 목소리를 잃은 대만인들의 은유가 된다. 영화는 228사건 자체를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라디오 방송, 편지, 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소식들과 하나둘 사라져가는 가족들의 부재를 통해 역사의 무게를 전한다.
A City of Sadness (1989), 허우샤오시엔 감독. ⓒ Production Company
허우샤오시엔의 카메라는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에서도 독특하다. 그는 사건의 스펙터클이 아닌 일상의 균열을 포착한다. 긴 롱테이크와 고정된 카메라, 깊은 심도의 화면 구성은 관객을 관찰자의 위치에 놓는다. 이는 228사건이 특별한 누군가에게 일어난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파괴한 보편적 비극임을 보여준다. 영화 속 인물들이 일본어, 대만어, 북경어를 혼용하는 것처럼, 대만의 정체성 또한 단일하지 않다. 허우샤오시엔은 이러한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을 넘어선 역사 이해를 시도한다.
228사건은 1987년 계엄령 해제 이후에야 공개적으로 논의될 수 있었고, 1995년 리덩후이 총통이 공식 사과하면서 비로소 역사적 진실 규명이 시작됐다. 그러나 상처의 치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4년 현재 대만은 중국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고 있다. 본성인과 외성인의 구분은 희미해졌지만, '대만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 우크라이나 전쟁을 목도하며 대만인들은 228의 기억을 새롭게 환기한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을 맞춘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오늘의 대만은 여전히 1947년의 메아리를 듣고 있다.
허우샤오시엔은 A City of Sadness에서 "왜 슬픔은 도시 전체를 덮어야 했는가"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 그는 슬픔이 어떻게 일상 속에 스며들어 한 세대를 침묵하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원칭의 수어는 말할 수 없음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말하기였고, 그의 사진은 침묵의 증언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3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묻는다. 역사의 상처를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침묵을 깨뜨린다는 것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인가, 아니면 원칭처럼 다른 방식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것인가?

![[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허우샤오시엔의 카메라는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에서도 독특하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a_city_of_sadness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