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된 가자 분쟁은 2024년 내내 중동을 피로 물들였다.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는 폐허가 되었고, 4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병원과 학교, 난민캠프까지 무차별 폭격이 이어졌고, 230만 가자 주민들은 인도적 재앙 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국제사회는 휴전을 촉구했지만, 양측의 증오는 더욱 깊어만 갔다. 이 비극적 순환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반복되어온 역사의 또 다른 장이었다.
이스라엘 가자 분쟁.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번 분쟁의 본질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라 75년간 이어진 영토와 정체성을 둘러싼 실존적 투쟁이다. 이스라엘은 생존권과 안보를 내세우며 가자 봉쇄와 군사작전을 정당화했고, 팔레스타인은 점령과 탄압에 맞선 저항권을 주장했다. 국제법과 인권의 잣대는 양측의 폭력 앞에서 무력했다. 미국과 유럽의 이중잣대, 아랍 국가들의 무관심, UN의 무능력이 드러났다. 분쟁의 이면에는 종교적 성지를 둘러싼 갈등, 난민 귀환권 문제, 정착촌 확대라는 구조적 모순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2011년 개봉한 5 Broken Cameras는 팔레스타인 농부 에마드 부르나트가 5년간 기록한 저항의 연대기다. 요르단강 서안의 작은 마을 빌린에서 이스라엘 분리장벽 건설에 맞선 비폭력 시위를 담았다. 아들의 성장을 기록하려 산 카메라는 점령의 일상을 증언하는 도구가 되었고, 이스라엘군의 총탄과 폭력으로 다섯 대의 카메라가 파괴되었다. 부르나트는 담담한 내레이션으로 올리브 나무가 뽑히고, 이웃이 체포되고, 아이들이 최루탄에 쓰러지는 현실을 전한다. 카메라는 무기가 되고, 영상은 저항이 되었다.
5 Broken Cameras (2011), 에마드 부르나트 감독. ⓒ Production Company
다큐멘터리가 포착한 2005~2010년의 빌린과 2023~2024년의 가자는 놀랍도록 닮아있다. 압도적 무력 앞에서 맨몸으로 맞서는 민간인들, 파괴되는 가옥과 농토,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반복된다. 부르나트의 카메라가 기록한 비폭력 저항은 무력화되었고, 그가 두려워했던 폭력의 확산은 현실이 되었다. 영화 속 이스라엘 군인들의 무표정한 얼굴과 가자 폭격을 지켜보는 병사들의 모습이 겹친다. 카메라는 계속 부서지고, 진실은 묻히고, 죽음만이 숫자로 남는다.
2025년 7월, 가자 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지만 평화는 요원하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전쟁범죄 조사를 시작했고, 난민들은 여전히 텐트에서 살아간다. 부르나트가 기록했던 빌린의 저항은 이제 전 세계 대학가로 번졌다. 젊은 세대는 소셜미디어로 팔레스타인의 고통을 공유하고, BDS 운동으로 연대를 표한다. 하지만 분리장벽은 더 높아졌고, 정착촌은 확대되었으며, 증오의 골은 깊어졌다. 역사는 카메라보다 빠르게 부서진다.
부르나트의 마지막 카메라는 아직 작동 중이다. 그는 여전히 빌린에 살며 올리브를 기르고 아이들을 키운다. 그의 영상은 폭력의 기록이자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가자의 폐허 속에서도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카메라가 포착한 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부서진 렌즈 너머로 보이는 것은 타인의 고통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의 미래인가?

![[7월 4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카메라는 계속 부서지고, 진실은 묻히고, 죽음만이 숫자로 남는다](https://pltpjrfdfxxbnivrtoew.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films/5_broken_cameras_backdrop.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