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6월 25일,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가 독립을 선언하면서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의 해체가 시작됐다. 이날 류블랴나와 자그레브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베오그라드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요시프 브로즈 티토가 1980년 사망한 후 억눌렸던 민족 간 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가 이끄는 세르비아는 연방 유지를 위해 무력을 동원했다. 발칸반도는 다시 한번 '유럽의 화약고'가 됐고, 이후 10년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코소보에서 25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극이었다.
유고슬라비아 해체, 1991–2001년. 6개 공화국으로 구성된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민족주의와 내전으로 분열된 10년간의 비극. ⓒ AFP
유고슬라비아의 해체는 단순한 영토 분할이 아니었다. 그것은 '형제애와 단결'이라는 구호 아래 억압됐던 역사적 트라우마의 분출이었다. 세르비아인, 크로아티아인, 보스니아인, 알바니아인 등 각 민족은 서로 다른 역사적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우스타샤의 학살, 체트니크의 보복, 파르티잔의 숙청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봉인돼 있었다. 티토 체제는 이러한 기억을 금기시하며 통합을 강요했지만, 그의 죽음과 함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경제 위기와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민족주의 정치인들은 과거의 원한을 부활시켜 권력의 도구로 삼았다.
에미르 쿠스투리차의 Underground는 유고슬라비아의 비극적 역사를 초현실적 서사시로 그려낸다. 1941년부터 1992년까지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는 마르코와 블라츠키라는 두 친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치 점령기에 파르티잔으로 활동하던 그들은 해방 후 다른 길을 걷는다. 마르코는 지상에서 권력자가 되고, 블라츠키와 동료들은 지하 벙커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20년간 무기를 만든다. 쿠스투리차는 집시 음악과 카니발적 광기, 동물들의 등장으로 역사의 부조리를 희비극으로 승화시킨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웃음과 눈물, 환상과 현실을 뒤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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