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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째주 · 2026
[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러나 진정성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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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러나 진정성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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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12월, 21세의 청년 프랭크 애버그네일이 연방수사국에 체포되었다. 팬암 항공 조종사로 위장해 전 세계를 누비며 250만 달러의 수표를 위조한 그는 불과 16세부터 시작한 5년간의 도주 끝에 프랑스 몽펠리에의 한 감옥에 갇혔다.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까지 흉내 냈던 이 천재적 사기꾼의 이야기는 냉전 시대 미국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징후였다. 부모의 이혼으로 무너진 중산층 가정의 아들이 선택한 것은 정체성을 끊임없이 바꾸며 사는 삶이었다.

역사 사건

사기범 프랭크 애버그네일.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애버그네일의 범죄는 단순한 금전적 사기를 넘어선 의미를 지녔다. 1960년대 미국은 풍요의 시대였지만 동시에 베트남전과 민권운동으로 분열된 사회였다. 그가 위조한 것은 수표만이 아니라 신분 그 자체였다. 팬암 항공의 제복은 당시 미국인들이 꿈꾸던 국제적 성공의 상징이었고, 의사 가운과 변호사 배지는 전문직 엘리트의 권위를 대변했다. 16세 소년이 이 모든 것을 손쉽게 흉내 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냈다. 신용과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던 사회가 얼마나 쉽게 속을 수 있는지를 그는 몸소 증명했다.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실화를 Catch Me If You Can이라는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프랭크는 단순한 범죄자가 아닌 상처받은 소년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부모의 이혼 장면에서 시작되는 영화는 아버지(크리스토퍼 월켄)에 대한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배신감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초상을 담아낸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FBI 요원 칼 핸러티는 프랭크를 쫓으면서도 점차 그에게 아버지 같은 애정을 품게 된다. 스필버그는 이 추격전을 통해 1960년대 미국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포착한다.

영화 스틸

Catch Me If You Can (2002),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 Production Company

실제 애버그네일과 영화 속 프랭크는 모두 '가짜'를 통해 '진짜'를 추구한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그들이 위조한 것은 단지 신분증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었던 이상적 자아였다. 영화는 프랭크가 체포된 후 FBI의 수표 위조 전문가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리며 정체성의 유동성을 긍정한다. 실제로 애버그네일은 출소 후 보안 컨설턴트로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살았다. 이는 한 개인의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기꾼에서 사기 방지 전문가로의 변신은 미국 사회가 지닌 용서와 재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애버그네일의 이야기는 새로운 의미를 던진다. 디지털 시대에 정체성은 더욱 유동적이 되었고, 온라인상에서 우리는 매일 다양한 페르소나를 연기한다. SNS의 프로필 사진과 이력서의 경력 사항은 때로 과장되고 미화된다. 애버그네일이 종이 위조로 했던 일을 우리는 클릭 몇 번으로 해낸다. 그러나 진정성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있다.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가 난무하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진짜를 더욱 갈구한다. 애버그네일의 삶이 우리에게 묻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결국 자신의 진짜 이름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의 범죄 경력은 역설적으로 그를 최고의 보안 전문가로 만들었고, 가짜를 만들던 재능은 가짜를 막는 재능으로 승화되었다. 스필버그의 영화가 보여주듯, 인간은 실수와 방황을 통해 성장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수많은 정체성이 교차하고 충돌하는 지금, 과연 '진짜 나'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을까? 애버그네일의 이야기는 6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진짜 당신인가?

공식 예고편

Catch Me If You Can (2002)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