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월 23일,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가 세계 최초의 복제 포유류 돌리를 공개했다. 성체 양의 체세포에서 추출한 DNA를 난자에 이식해 탄생시킨 이 생명체는 과학계에 충격을 안겼다. 돌리의 탄생은 단순한 과학적 성과를 넘어 인간 복제의 가능성을 현실로 끌어올렸고, 전 세계는 생명의 본질과 인간의 정체성의 근본적 질문에 직면했다. 유네스코는 즉각 인간 복제 금지를 선언했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생명공학의 새벽이 밝았지만, 그 빛은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비추고 있었다.
인공지능과 인간 존엄성 논쟁, 2010년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간의 정의와 존엄, 의식의 본질의 철학적 논쟁이 재점화됐다. ⓒ MIT Technology Review
돌리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었다. 냉전 종식 후 과학기술이 새로운 권력의 원천으로 부상하던 시기, 생명공학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미국, 영국, 일본은 앞다투어 생명공학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고, 특허 경쟁은 치열해졌다. 동시에 종교계와 생명윤리학자들은 인간이 창조주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가톨릭교회는 복제를 "인간 존엄성의 모독"이라 규정했고, 각국 정부는 서둘러 규제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과학의 진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인류는 생명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었고, 이제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지 선택해야 했다.
2017년 개봉한 드니 빌뇌브의 Blade Runner 2049는 복제인간의 존재론적 고민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K는 자신이 복제인간임을 알면서도 '진짜' 기억을 갈구하는 블레이드 러너다. 전작으로부터 30년 후를 배경으로,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복제인간들이 노동력으로 활용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해리슨 포드가 다시 등장하는 이 영화는 복제인간이 출산할 수 있다는 충격적 사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빌뇌브는 황량한 미래 도시의 비주얼과 한스 짐머의 웅장한 음악으로 존재의 무게를 시각화했고, 고슬링은 절제된 연기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복제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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