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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째주 · 2026
[3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는 25년간 난민들의 시신을 검시하고 생존자들을 치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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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그는 25년간 난민들의 시신을 검시하고 생존자들을 치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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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앞바다에서 500명이 넘는 에리트레아와 소말리아 난민을 태운 배가 침몰했다. 368명이 목숨을 잃은 이 참사는 유럽을 향한 지중해 난민 위기의 상징적 사건이 되었다. 람페두사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불과 113킬로미터 떨어진 작은 섬으로, 유럽의 관문이자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경계였다. 섬 주민들은 매일같이 바다에서 건져올린 시신들을 목격하며, 인류애와 무력감 사이에서 고통받았다. 이날의 비극은 단순한 해난사고가 아니라,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덕적 시험대였다.

역사 사건

난민 위기 지중해.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지중해 난민 위기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급격히 심화되었다. 리비아, 시리아, 에리트레아에서 전쟁과 독재를 피해 탈출한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유럽행 보트에 올랐다. 유럽연합은 국경 통제를 강화하며 '요새 유럽'을 구축했고, 이는 오히려 더 위험한 항로로 난민들을 내몰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3천 명 이상이 지중해에서 익사했다. 난민들은 인신매매업자들에게 평생 모은 돈을 지불하고 과적된 고무보트나 낡은 어선에 몸을 실었다. 이들에게 바다는 자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죽음의 무덤이었다.

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Fire at Sea는 2016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1년 반 동안 람페두사 섬에 머물며 두 개의 평행선을 그린다. 한쪽에는 12살 소년 사무엘레의 일상이 있다. 그는 새총을 만들고, 바다에서 낚시하며, 의사에게 약시 치료를 받는 평범한 섬 소년이다. 다른 한쪽에는 구조된 난민들의 모습이 있다. 화상을 입고, 탈수로 쓰러지고, 임신한 채로 바다를 건넌 사람들. 로시는 이 두 세계를 교차 편집하지 않고 병치시킴으로써,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결코 만나지 않는 두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 스틸

Fire at Sea (2016), 잔프랑코 로시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섬의 유일한 의사 피에트로 바르톨로다. 그는 25년간 난민들의 시신을 검시하고 생존자들을 치료해왔다.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이제는 분노가 됐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가 배어있다. 이는 2013년 람페두사 참사 당시 섬 주민들의 심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역사적 비극과 영화는 모두 '목격자의 무력함'이라는 주제를 공유한다. 난민들에게 지중해는 베를린 장벽처럼 넘어야 할 장애물이지만, 섬 주민들에게는 일상의 터전이다. 이 간극이 만들어내는 윤리적 긴장이 양자의 핵심이다.

2026년 현재, 지중해 난민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난민 물결이 예고되고 있고,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더욱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주장한다. 람페두사 섬은 여전히 유럽의 최전선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시험받고 있다. Fire at Sea가 보여준 '공존하지만 만나지 않는 두 세계'는 오늘날 더욱 견고해졌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난민들의 비극을 실시간으로 목격하지만, 화면을 끄면 그들은 사라진다. 이 거리감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오히려 더 멀어진 것은 아닐까.

로시 감독은 영화에서 어떤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소년 사무엘레가 뱃멀미를 극복하려 애쓰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줄 뿐이다. 바다와 함께 살아가려면 그 흔들림을 견뎌야 한다는 은유일까. 2013년 람페두사의 비극으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이 '역사의 뱃멀미'를 극복했는가? 아니면 여전히 육지의 안전함 속에서 바다의 비극을 '구경'하고 있을 뿐인가? 영화의 제목처럼, 바다의 불은 타오르고 있다. 그것이 희망의 등불인지 재난의 신호인지는, 우리가 어느 쪽 해안에 서 있는가에 달려있지 않을까?

공식 예고편

Fire at Sea (2016) — 잔프랑코 로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