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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째주 · 2026
[3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는 "신이 되려 하지 마라"는 제롬의 대사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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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영화는 "신이 되려 하지 마라"는 제롬의 대사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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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대형 IT 기업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입사 지원자 제임스 밀러가 회사의 '유전자 적합성 검사'에서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 47%라는 결과를 받고 채용이 거부된 것이다. 이 사건은 즉시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23년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자발적 유전자 스크리닝'이 사실상 고용 차별의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밀러는 "나의 미래 가능성이 아닌 현재 능력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법적 대응을 시작했고, 이는 유전자 정보 활용의 윤리적 한계를 묻는 중요한 시험대가 되었다.

역사 사건

유전자 차별 사회. 관련 역사 사진. ⓒ Public Domain

이 사건의 배경에는 2020년대 중반 이후 급속히 발전한 유전자 분석 기술과 빅데이터의 결합이 있었다. 보험회사들은 이미 2024년부터 '유전자 리스크 평가'를 보험료 산정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일부 명문 사립학교들은 입학 전형에서 '학습 능력 관련 유전자 마커'를 참고 자료로 활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과학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계급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유전자 정보가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 '유전자 결정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유전자 정보 보호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미 사회 전반에 퍼진 차별의 관행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1997년 앤드루 니콜 감독의 Gattaca는 놀랍도록 현재의 상황을 예견한 작품이다. 영화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적격자'와 자연 출산으로 태어난 '부적격자'로 나뉜 미래 사회를 그린다.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는 심장 결함과 30년의 기대 수명을 가진 부적격자지만, 우주 비행사가 되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적격자 제롬(주드 로)의 신분을 빌려 가타카 우주 센터에 잠입하고, 매일 그의 혈액과 소변, 머리카락을 이용해 신분을 위장한다. 에단 호크는 유전자라는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를 섬세하게 표현했고, 우마 서먼은 적격자이면서도 시스템에 회의를 품는 아이린 역을 통해 완벽한 사회의 균열을 보여준다.

영화 스틸

Gattaca (1997), 앤드루 니콜 감독. ⓒ Production Company

영화 속 가타카 사회와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유전자 차별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영화에서 기업들이 직원의 혈액 샘플을 일상적으로 채취하는 장면은 이제 현실이 되었고, '12지 유전자'로 개인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시스템은 오늘날 AI가 분석하는 수백 개의 유전자 마커와 다르지 않다. 더욱 섬럲한 것은 영화처럼 노골적인 차별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통계적 확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은밀한 배제다. 빈센트가 매일 아침 각질을 제거하고 렌즈를 끼우는 장면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숨기고 살아가는 현실과 겹쳐진다. 영화가 경고한 유전자 계급 사회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2026년 현재,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유전자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만들어낼 사회의 모습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미 '유전자 정보 차별 금지법'을 통해 고용, 보험, 교육에서의 유전자 정보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자율 규제'라는 미명 하에 기업들의 유전자 정보 활용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제임스 밀러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시대적 질문이다. 과학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영화 Gattaca의 마지막 장면에서 빈센트는 마침내 우주로 향하는 로켓에 오른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불완전하지만, 그의 의지는 그 어떤 완벽한 유전자보다 강했다. 영화는 "신이 되려 하지 마라"는 제롬의 대사로 끝을 맺는다. 유전자 기술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의 전능함에 대한 맹신이 아니라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이다. 완벽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만이 가치 있는 삶을 살 자격이 있는가?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가? 제임스 밀러가 던진 질문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향한다. 당신은 유전자 코드로 결정된 미래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넘어서는 인간의 가능성을 믿을 것인가?

공식 예고편

Gattaca (1997) — 앤드루 니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