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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는 때로 거대한 물결로, 때로는 지하수처럼 조용히 흐른다
영화로 세상을 보다

[3월 2째주 영화로 보는 세상] 역사는 때로 거대한 물결로, 때로는 지하수처럼 조용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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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09년 이란 녹색운동과 다큐멘터리 'Raving Iran'을 통해 억압 체제 속에서의 저항의 다양한 형태를 조명한다. 거리 시위에서 지하 음악 문화로 변화한 저항 방식은 정치적 표현이 불가능해진 공간에서 예술과 신체가 곧 정치적 행위임을 보여준다.

2009년 6월 12일,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발표되자 테헤란의 거리는 녹색 물결로 뒤덮였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의 재선에 반발한 시민들은 개혁파 후보 미르 호세인 무사비의 상징색인 녹색을 두르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내 투표는 어디에?" 라는 외침과 함께 시작된 이 운동은 이란 이슬람 공화국 수립 이후 최대 규모의 시민 저항으로 기록됐다. 6월 20일 네다 아가 솔탄이 시위 도중 총격으로 사망하는 장면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그녀는 녹색운동의 상징이 됐다. 정권은 인터넷을 차단하고 외신 기자들을 추방했지만, 시민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저항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역사 사건

이란 녹색 운동, 2009년 6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재선 부정 의혹에 항의해 수백만 시민이 테헤란 거리로 나선 시위. ⓒ AFP

녹색운동은 단순한 선거 부정 시위를 넘어 이란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종교적 권위주의 체제에 질식감을 느끼고 있었다. 대학 졸업자의 60%가 여성인 나라에서 여성들은 히잡 착용을 강요받았고,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30세 이하 청년들은 문화적 자유를 갈망했다. 정권은 바시지 민병대와 혁명수비대를 동원해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했다. 수천 명이 체포됐고, 고문과 처형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 운동이 뿌린 씨앗은 2022년 '여성, 생명, 자유' 운동으로 다시 피어났다.

수잔네 레기나 뫼레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Raving Iran은 녹색운동 이후의 이란, 그 억압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두 청년 DJ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누쉬와 아르만은 테헤란의 지하 세계에서 테크노 음악으로 젊은이들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선사한다. 카메라는 비밀 파티장으로 향하는 긴장된 발걸음, 경찰의 단속을 피해 장비를 숨기는 모습, 그리고 음악이 울려 퍼질 때 비로소 해방감을 느끼는 청년들의 얼굴을 포착한다. 영화는 스위스 취리히의 세계적인 테크노 페스티벌로 초청받은 두 사람이 귀국과 망명 사이에서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가의 자유와 고향의 애착 사이의 비극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영화 스틸
이 기사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1
저항의 형태 변화

Raving Iran (2016), 수잔네 레기나 뫼레스 감독. 이란에서 지하 테크노 파티를 여는 두 DJ가 표현의 자유를 찾아 망명을 결심하는 장면. ⓒ Behring Pictures

녹색운동의 거리 시위와 Raving Iran의 지하 파티는 표면적으로 다른 형태에 맞선 저항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거리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던 시민들과 지하실에서 테크노 비트에 몸을 맡기는 청년들 모두 숨 막히는 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몸부림이다. 영화 속 비밀 파티는 녹색운동이 진압된 후에도 계속되는 저항의 다른 형태다. 정치적 시위가 불가능해진 공간에서 춤과 음악은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가 된다. 감독은 두 DJ가 믹싱하는 손끝, 관객들이 음악에 몸을 맡기는 순간을 클로즈업하며, 개인의 신체가 곧 저항의 마지막 보루임을 암시한다.

2009년의 녹색운동은 실패한 혁명으로 기록됐지만, 그 유산은 이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Raving Iran이 보여주는 지하 문화는 녹색운동 이후 더욱 확산된 일상적 저항의 한 형태다. 오늘날 이란의 젊은이들은 VPN을 통해 인스타그램에 접속하고, 비밀 파티에서 춤을 추며, 거리에서 히잡을 벗어던진다. 이들에게 자유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로 이루어진다. 아누쉬와 아르만이 결국 스위스에 남기로 결정한 것처럼, 수많은 이란 청년들이 조국을 떠나고 있다. 그러나 떠난 이들도, 남은 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꿈꾸며 살아간다.

역사는 때로 거대한 물결로, 때로는 지하수처럼 조용히 흐른다. 녹색운동의 함성이 사라진 자리에서 Raving Iran의 비트가 울려 퍼지듯, 억압된 욕망은 늘 새로운 출구를 찾아낸다. 두 DJ가 떠난 빈자리는 또 다른 이들이 채울 것이고, 비밀 파티는 계속될 것이다. 언젠가 이 지하의 리듬이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어떤 색깔의 물결이 될까? 그리고 우리는 멀리서 그들의 춤을 어떻게 기억하고 연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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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인구 중 30세 이하 청년 비율
2009년 기준, 기사에서 인용된 통계
대학 졸업자의 60%가 여성인 나라에서 여성들은 히잡 착용을 강요받았고,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30세 이하 청년들은 문화적 자유를 갈망했다.

Raving Iran (2016), 수잔네 레기나 뫼레스 감독. 이란에서 지하 테크노 파티를 여는 두 DJ가 표현의 자유를 찾아 망명을 결심하는 장면. ⓒ Behring Pictures

녹색운동의 거리 시위와 Raving Iran의 지하 파티는 표면적으로 다른 형태에 맞선 저항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거리에서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던 시민들과 지하실에서 테크노 비트에 몸을 맡기는 청년들 모두 숨 막히는 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몸부림이다. 영화 속 비밀 파티는 녹색운동이 진압된 후에도 계속되는 저항의 다른 형태다. 정치적 시위가 불가능해진 공간에서 춤과 음악은 그 자체로 정치적 행위가 된다. 감독은 두 DJ가 믹싱하는 손끝, 관객들이 음악에 몸을 맡기는 순간을 클로즈업하며, 개인의 신체가 곧 저항의 마지막 보루임을 암시한다.

2009년의 녹색운동은 실패한 혁명으로 기록됐지만, 그 유산은 이란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Raving Iran이 보여주는 지하 문화는 녹색운동 이후 더욱 확산된 일상적 저항의 한 형태다. 오늘날 이란의 젊은이들은 VPN을 통해 인스타그램에 접속하고, 비밀 파티에서 춤을 추며, 거리에서 히잡을 벗어던진다. 이들에게 자유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로 이루어진다. 아누쉬와 아르만이 결국 스위스에 남기로 결정한 것처럼, 수많은 이란 청년들이 조국을 떠나고 있다. 그러나 떠난 이들도, 남은 이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를 꿈꾸며 살아간다.

역사는 때로 거대한 물결로, 때로는 지하수처럼 조용히 흐른다. 녹색운동의 함성이 사라진 자리에서 Raving Iran의 비트가 울려 퍼지듯, 억압된 욕망은 늘 새로운 출구를 찾아낸다. 두 DJ가 떠난 빈자리는 또 다른 이들이 채울 것이고, 비밀 파티는 계속될 것이다. 언젠가 이 지하의 리듬이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어떤 색깔의 물결이 될까? 그리고 우리는 멀리서 그들의 춤을 어떻게 기억하고 연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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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학 졸업자 중 여성 비율
2009년 기준, 기사에서 인용된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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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녹색운동 발생
Britannica Iran election protests entry: the Green Movement began in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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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생명, 자유 운동 발발
Britannica Mahsa Amini protests entry: Woman, Life, Freedom began in 2022

거대한 거리 시위에서 지하 문화 기반의 일상적 저항으로 변모한 양상을 통해 억압 체제 속에서도 저항이 계속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음악, 춤, 패션과 같은 예술적 표현이 정치적 시위가 불가능한 환경에서 유일한 저항 수단이 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태어난 세대의 문화적 자유의 갈망과 이에 따른 국외 이민, VPN 사용 등 일상적 저항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드러낸다.

2
예술의 정치성
3
청년 세대의 갈망
공식 예고편

Raving Iran (2016) — 수잔네 레기나 뫼레스 감독.